[3월 119호] 시간을 새기는 곳, 새김사진관

서구 가수원동, 한쪽으로 멀리 도솔산의 끝자락이 보이고 다른 한쪽으로는 아파트 단지가 자리한 곳. 새김사진관은 그런 곳에 있다. 근처 상가와 원룸 건물을 짓는 소리가 때때로 소란스럽기도 하지만, 새김사진관은 대체로 조용하다. 지금 이 시간을 좀 더 느리게 간직해 보라고 느긋하게 말을 걸어오는 공간이다.

                         

그땐 그랬지, 흑백사진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공간 스스로, 이곳은 어떤 곳이라고 설명을 해 주는 듯하다. 바로 보이는 바 뒤 선반에는 홍차와 찻잔, 티포트 같은 것들이 놓였고, 오른쪽으로는 작은 사진 스튜디오가 자리했다. 시선을 조금 더 옆으로 옮기면, 카페 공간이 있고 사진 관련 소품들도 눈에 띈다. 새김사진관에서는 사진을 찍고 차를 마실 수 있다.
 ‘새김사진관’이란 이름에는 ‘행복을 새기다’라는 의미가 담겼다. 장재준 대표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꿈꾸며 지은 이름이다. 직장 생활을 하던 장재준 대표는 크게 다친 이후 병원에서 본 사진 다큐멘터리를 계기로 사진에 관심을 두게 됐다. 다니던 곳을 그만두고 퇴직금을 받아 사진기를 샀고 웨딩 촬영 등 사진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 좀 더 기억에 남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바람과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싶다는 바람으로 사진 스튜디오와 카페를 겸한 공간을 기획했다. ‘흑백사진’과 ‘홍차’가 중심이 됐다.
 “사진은 어떤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특히 흑백사진은 상상을 더할 수 있어서 좋아요. 흑백사진에는 색이 없잖아요. 그때 어땠었나 하고 상상하기 좋죠. 홍차는 제가 좋아해서 하게 된 거고요.”

사진, 사람을 만나다

 장재원 대표는 새김사진관을 만들며 이곳이 ‘편안한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사진을 찍으러 찾아온 사람들에게 장재원 대표는 먼저, 홍차 한 주전자를 내놓는다. 그리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친해진 다음에  사진을 찍는다. 그래야 자연스러운 미소를 담을 수 있다.
 스마트폰과 디지털카메라로 쉽게 사진을 찍게 되며 사진을 인화하는 일이 오히려 낯설어진 요즘, 새김사진관은 좀 더 느릿하게 사진을 남긴다.
 “파일은 쉽게 넘기지만, 사진은 인화하는 순간 계속 존재하고 계속 볼 수 있어요. 그런 점 때문에 인화한 사진 한 장이 선물이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새김사진관에서는 장기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현재는 장재준 대표가 부모님 사진을 무료로 찍어 주고 있다. 소중한 존재를 사진으로 남길 수 있도록 선물하는 것이다.
 그렇게 새김사진관은 사람을 만난다. 사진을 매개로, 차를 매개로, 행복을 새긴다

                      

                           


주소 대전 서구 용소로50번길 13
영업시간 11:00~22:00

글 사진 성수진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