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9호] 대덕밸리라디오가 당신을 응원합니다

지난 2월 15일, 대덕밸리라디오는 통합 81회차 방송을 진행했다. 방송을 진행하는 이노스타트업의 크지 않은 세미나실은 방송 시작 전부터 제작진을 비롯해 견학 온 사람들로 꽉 찼다. 한 기관의 홍보팀부터 방송 제작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까지 찾아와 방송을 지켜봤다. 방송 시작 전, 최순희 PD는 대덕밸리라디오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 후 페이스북 라이브로 진행하는 방송을 공유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 “대덕밸리라디오는 사람을 통해 확장하는 방송”이라고 말했다.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 라디오 제작교육 강사였던 최순희 PD 기획으로 수료생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대덕밸리라디오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도 ‘사람’에 있다. 방송을 만들고 싶은 누구나 제작진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자신의 역할은 스스로 결정한다. 이날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제작진 여덟 명 중 세 명을 만나 이야기 들었다. 정연화 MC는 라디오 제작교육 1기 수료생이며 방성예 작가는 3기 수료생인데, 이전에 지상파 방송 작가 경력을 지니고 있다. 박윤경 AD는 소개로 방송에 참여하게 됐다.

  

왼쪽부터 정연화 MC, 방성예 작가, 박윤경 AD

  

대덕밸리라디오는 ‘시민’이 주축이 되어 경제적 보상 없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방송이라는 점이 특징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각자 어떠한 계기로 참여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정연화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의 라디오 제작 교육을 들으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라디오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시민의 밤 행사를 하게 됐는데 거기서 제가 MC를 맡았어요. 그날을 시작으로 지금도 MC를 맡고 있고요.

 

 

이전에 관련 활동을 하지 않으셨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어떻게 라디오에 관심 두고 MC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신 거예요?

 

정연화 그 전에는 주부였어요. 라디오나 미디어 관련된 일을 해 보지 않았었고요. 그런데 라디오라는 감성적인 매체를 통해 목소리로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갖고 있었어요. 실질적으로 표현할 기회가 생기면서 시작하게 된 거죠.

 

방성예 저는 ‘방송 경단녀’였어요. 방송 작가 생활을 8년 정도 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방송을 그만두고 다른 직장 생활을 시작했어요. 생활이 어려워서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그렇게 직장 생활 하면서 이러저러하게 지내다 보니 40대 초중반이 된 거예요. 제가 살아온 과정을 돌아보며 나는 누구인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때 육아 휴직을 하면서 앞으로는 나한테 맞는 옷을 입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원하고 잘할 수 있고 즐거운 일을 하면 돈은 따라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위험을 감수하고 선택한 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글 쓰는 것, 하나는 방송 제작을 하는 거예요. ‘직업’을 선택한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 거예요. 그러고 나서 찾아봤더니 재교육 시스템이 있더라고요.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 라디오 제작교육을 3기로 수료했어요. 경력자가 완전히 초보 과정을 들은 거예요. 기초부터 다시 배워 보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정연화 MC

 

‘직업’이 아닌 ‘일’을 선택했다고는 하지만, 지상파 방송 작가로 활동도 했었고 경제적 어려움도 겪으신 분이 대덕밸리라디오의 구성원이 됐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방성예 처음에는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물론 어느 궤도에 오른 뒤에는 경제적인 부분에 관한 생각도 들었죠. 그런데 내가 즐겁고 행복하고 좋은 영향력을 가지면 경제적 여건은 자석처럼 붙는다고 생각했어요. 방송 일을 접고 돈을 따라가면서 주객이 전도된 시간을 10년 넘게 보내다 보니 경제적 부분이 필요하고 절실하지만, 내가 중요하단 걸 깨달았어요. 결론적으로는 기회가 왔고요. 현재 CBS에서 방송작가로 일하고 있어요.

 

박윤경 저는 대학 졸업한 지 2, 3년 됐어요. 그런데 1년 정도를 취업 준비한다고 집 밖으로 안 나왔어요. 그즈음에 ETRI 창업공작소 쪽에서 유경주 선생님을 만나게 돼서 일을 시작했어요. 제가 영상편집을 할 수 있다는 걸 그분이 아시고는 대덕밸리라디오를 소개해 주셨어요. 그전에는 제가 사람을 안 만나서 문이 닫혀 있었어요. 대덕밸리라디오도 오래 할 거란 생각은 못 했는데, 점점 가치 있는 일이란 걸 알게 됐고 투자하는 시간도 많아졌어요.

 

 

어떤 점에서 가치를 느끼셨어요?​ 

 

박윤경 사람 만나는 게 차단돼 있었던 제가 사람을 만나고 저를 알릴 수 있었어요. 제 가치를 알아주시는 분들이 일도 소개해 주시고, 경제적으로도 더 안정이 됐고요.

 

 

그동안 제가 본 바로 대덕밸리라디오는 인적 네트워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방성예 지상파는 방송 연사나 출연자랑 지속적인 관계를 안 가져요. 바쁘기도 하고 매개가 없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방송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연결고리를 만들어요. 그러면서 인적 네트워크가 확장되는 독특한 영역이 있어요.

 

 

 

방성예 작가

 

대덕밸리라디오의 또 하나의 특성은 지역성인 것 같습니다. 대덕밸리를 근간으로 하는 마을 미디어로 시작했고 대덕특구와 대전의 소통을 목표로 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현재는 마을 미디어의 개념을 뛰어넘는 인터넷 공동체 방송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요.

 

방성예 우리 콘텐츠를 대덕밸리 안에만 국한하면 여기서 저쪽으로 얘기하는 형태가 돼요. 그런데 저희 방송은 여기서도 저쪽에 얘기하고, 대전 전체의 콘텐츠가 모여서 대덕밸리 구성원들이 보기도 하는 형태예요.

 

정연화 처음에는 과학기술 관계자분들이 많이 출연하셨는데 지금은 실시간 페이스북 방송 하면서 지역에 국한하지 않게 된 거예요.

 

방성예 그래도 어찌 됐든 지역 기반은 대덕밸리라고 볼 수 있고요.

 

 

대덕밸리라디오는 방송 제작에 관련된 소유물이 없다고 들었어요. 그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궁금합니다.

 

방성예 스튜디오도 대관하고 회의도 이노스타트업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하고 있어요. 이노스타트업이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에서 지원하는 창업진흥기관이거든요. 우리 방송이 가능했던 건 대덕특구라는 환경 영향도 커요.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무료 교육도 받고 스튜디오나 장비 대관도 무료로 제공받았고요. 우리는 제공을 받았으니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방송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주장도 안 해요. 퍼 가달라는 게 콘셉트예요. 무료로 받았으니 무료로 드리고 제작도 무료로 하겠다는 거예요. 그런데 가끔 사무실 공간이 필요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아쉽기도 하지만 자유로움도 있어요.

 

 

그간 매주 방송 진행하면서 결방은 없었나요? 구성원이 직접 대덕밸리라디오에서 역할을 찾아서 하다 보니 한 사람이 빠지면 진행이 안 될 것 같기도 한데요.

 

방성예 서로 메우면서 가는 거예요. 다만 책임감은 있죠. 특히 제작 현업에 직접 관련된 사람들은 책임감을 더 느끼긴 해요. 프로그램 진행하면서 결방은 없었는데, 시즌 1 ‘보이고 들리는 라디오쇼’라는 프로그램을 마치고 시즌 2 ‘우리가 주인공, 우주 스토리’를 시작하면서 두세 달 쉬긴 했어요

 

 

 

박윤경 AD

 

시즌 1에서 2로 왜 넘어가게 됐는지 궁금해요.

 

방성예 대덕밸리라디오의 정체성과 관련된 거였어요. 보들라디오쇼 하면서 CMB에서 콜이 왔어요. 주기적으로 방송을 내보낼 테니 편집을 해 달라고요. 그래서 편집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면서 고민이 많아진 거죠. 시민 방송다운 어설픔과 파격도 있어야 하는데 지상파 방송으로 요구받으니까 재미도 떨어졌고 공동체 미디어라는 특색도 흐려졌어요. 그러고 나서 CMB 방영을 안 하겠다고 결정한 거예요. 우리한테는 중요한 결단이었어요.
시즌 2를 준비하며 화면도 페이스북 라이브에 맞게 바꿨고 여러 가지로 환경을 재설정해야 했어요. 그렇게 시험 방송 하느라 두세 달 쉬었고요. 작년 9월쯤 우주 스토리를 시작했어요.

 

 

방송을 만들면서 시청자 피드백은 좀 받으시나요. 견학 오는 사람도 많고 변화를 체감하세요?

 

방성예 실시간 방송을 하는데 마리텔처럼 반응이 올라오지는 않아요. 실시간으로 방송 시청하는 사람도 몇 안 되고요. 그런데 우리는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시청률로 먹고사는 게 아니고 우리가 만족하고 힐링되면 좋은 거예요. 그거로 일주일을 살고 보람을 느껴요. 시청자를 무시한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박윤경 제가 배우는 것도 있고 제가 편집한 걸 게스트 분들이 이용하고 다른 쪽으로 사용하는 걸 보면 좋아요. 회사만 다녔다고 하면 느끼지 못했을 가치를 느껴서 보람된 것 같아요.

 

방성예 라디오 제작 작가로서 보람이 대덕밸리라디오에서 극대화돼요. 방송을 매개로 한 삶이 좋아요. 방송을 매개로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핵심에 들어갈 수 있어요. 일상에서 그런 얘기를 끄집어내려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라디오라는 매체 특성상 그 사람의 정수를 바로 들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방송으로 출연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응원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정연화 저와 함께하는 사람들, 코드 맞는 사람들을 만난 게 가장 큰 보람이에요. 그리고 게스트들 만나면서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아요. 그 시간만큼은 진정성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게스트들과 충실하게 만나고 싶어요.
또 게스트들이 방송 출연으로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다시 저희 라디오를 찾을 수 있게 하고 싶고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보람 느껴요.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요?

 

방성예 우리도 우리가 어떻게 갈지 몰라요. 다만 앞으로 콘텐츠 품질을 높이는 데 신경 쓰고 더 많은 분이 참여하는 방송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희 구성원이 20대부터 60대까지 있거든요. 참여하고 싶은 분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어요. 우리 대덕밸리라디오 보기에 어떤가요?

 


저는 대덕밸리라디오 구성원들 보면 기분이 좋아졌어요. 방송도 정말 즐겁게 하시는 것 같고요.

 

방성예 우리가 제작하면서 즐겁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시청률에 크게 신경 안 쓴다는 이유와도 맥락이 닿아 있는데요. 연사가 힐링 받고 용기 얻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연사가 재밌었다는 느낌 갖고 가면 그날 방송은 성공한 거예요. 저희는 그런 걸 지향해요. 방송하는 순간에 제작진이 즐겁고 참여하는 분들이 즐거우면 좋은 거죠.

 

정연화 처음에는 저의 재미를 위해 시작했다면 이제는 함께 재미를 느끼는 게 중요해졌어요. 가까이에서 게스트 눈을 보면, 진짜 재밌어서 하는 말씀이구나 아니구나를 느낄 수 있어요. 그분들이 재밌어 하는 걸로 동기 부여가 되기도 하고요.

 

방성예 연사에 대한 방송 콘셉트는 ‘당신을 응원합니다.’예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서 공감 얻으시고 응원 받으세요.’ 이게 방송 모토예요. 어느 순간 그렇게 됐어요.

 

방송이 끝난 후, 구성원들, 게스트로 참여한 이예나 씨, 견학 온 사람들과 단체 사진


글 사진 성수진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