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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18호] 공대생이 차린 목공방 '우디(woody)'
지난 11월, 유성구 어은동 유성구청 근처에 우디 목공방이 문을 열었다. 올해 스물아홉인 이동협 씨가 운영한다.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나무가 좋아서 목공방 사업을 선택한 청년.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할 때마다 신이 난다는 그를 만나 봤다.
이거구나
“처음에는 그냥 친한 형들이 하는 공방에 놀러 갔던 게 계기였어요. 당시에 취업 준비 한다고 탄방동에서 중국어 학원, 영어 학원 다니고 있을 때였는데, 나무 가공 작업을 해 보고 바로 느낌이 왔죠. ‘이거구나.’ 그래서 탄방동에 간 지 한 달 만에 방 정리하고, 공방 건물 2층으로 이사 왔어요.”
친한 형들이 운영하던 공방 ‘두신사공작소’에서는 맥주 가게에 납품하는 나무 소품 제작 사업을 하고 있었다. 전자과 출신인 이동협 씨에게 나무 가공 기계인 CNC라우터를 만들어 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온 게 목공과의 첫 만남이었다. 아예 자취방을 공방 건물로 옮긴 그는 1년 동안 ‘두신사공작소’에서 살다시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쩌면 나도 할 수 있겠다
목공 작업에 대한 흥미가 목공방을 차려야겠다는 구체적인 결심으로 이어진 건 협업공간 벌집에 나가면서부터다.
‘옹기종기’라는 TEDx 모임에 나갔다가 벌집을 알게 되었고, 벌집을 통해서 지원사업에 대한 정보를 얻었어요. 벌집 사람들이 저랑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자기 이름을 걸고 사업을 하더라고요. 어쩌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었죠. 목공 작업을 막연히 좋아하기만 했는데, 이걸 사업적으로 어떻게 풀어 나갈까 구체적으로 고민한 건 벌집 사람들과의 만남이 결정적이었어요.”
2015년 초, 목공방을 차려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1년 동안 지원 사업을 따내기 위해 서류를 준비하고, ‘사부님’을 찾아 가구 목공 기술을 배웠다.
공방을 열기 전, 벌집에서 운영하는 셰어하우스 ‘꿈꿀통’의 리모델링 공사를 맡아서 작업했다. 큰 규모의 사업비를 운용하는 첫 경험이었다. 그는 현재 자신이 리모델링한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다.
“리모델링 공사를 해야 하는데 제가 이런 쪽에 관심이 있는 걸 아니까 의뢰가 들어온 거죠.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내 방의 품격>이나 <헌집 줄게 새집 다오> 같은 인테리어 관련 TV 프로그램의 애청자였어요. TV 보면서 ‘아 저건 나도 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리모델링 공사 의뢰가 들어왔을 때도 큰 걱정 없이 수락할 수 있었어요. 처음 해 본 걸 하려니까 낭비하는 돈이 많았어요. 장비도 사야 했고요. 결과적으로 돈은 안 남았는데 그래도 좋았어요.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 많았고 응원해 주는 친구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고요.
얼마 전, 젊은 신혼부부분께 특강을 했어요. 펜션을 꾸미고 싶은데 셀프인테리어, 목공 기술에 대해 궁금한 게 있다고 해서요. 그분들이 물어볼 때마다 스스럼없이 답변을 하고 있더라고요. 스스로 놀랐죠. 경험이 다 자산이 되더라고요.”
창업 자금을 마련하는 데에는 부모님의 도움이 컸다.
“지원사업으로 3천만 원을 지원받았고, 나머지는 은행 대출을 받으려고 했어요. 근데 그게 안 되죠. 제가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직장을 다녀 본 사람도 아닌데 은행에서 저한테 왜 돈을 빌려주겠어요. 세상 물정을 몰랐던 거죠(웃음). 결국 부모님께 빌렸어요. 부모님이 돈이 많아서 해 준 건 아니고요. 부모님도 어렵게 저에게 해 주신거죠. 처음에 목공을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막연하셨을 거에요. 명절에 부모님 댁에 가면 빨리 취업이나 하라고 하셨죠. 그런데 셰어하우스 리모델링 하면서 실제로 뭔가를 하고, 2016년에는 창업 지원을 받아서 공방을 운영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부모님께 보여 드리니까 조금씩 신뢰가 쌓인 것 같아요.”
여기서 어떤 재밌는 걸 할 수 있을까
우디공방은 언뜻 보면 카페로 착각할 만큼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감각적이다. 이 역시 이동협 씨의 작품이다. 공방 자리를 알아보는데 여섯 달, 인테리어 공사에 한 달 반이 걸렸다.
“이 일대에서 본 자리 중에 느낌이 제일 좋았어요. 공간이 탁 트여 있고.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지금 느끼고 있어요. 가끔 작업 하고 있으면, 뭐 하는 곳인가 밖에서 구경하는 분도 계시고 지나가다 알게 된 분이 가구 제작을 주문하기도 해요.”
공방의 수익은 크게 가구 주문 제작과 목공 교육으로 구분할 수 있다. 비율은 반반. 합하면 적게나마 흑자가 나고 있다.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고 있는데도 조금씩 주문이 들어와요. 길 가다 보고 연락 주시거나 블로그 검색해서 오시거나 하더라고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서 만족하고 있어요. 요즘은 평일 주말 구분 없이 거의 매일 일해요. 자리 잡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을 것 같아요. 저에게 공방은 제 남은 인생의 시작이에요. 하고 싶은 게 되게 많죠. 실내 인테리어, 건축, 목공 카페, 생각해 보면 확장해 볼 수 있는 영역이 넓어요. 시간 좀 나면 이걸 어떻게 발전시킬지 계속 고민해요. 이 부분이 사업을 하는 이유인 것 같아요.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어떤 재밌는 걸 할 수 있을까 상상하면 신나죠.”
우디목공방 blog.naver.com/non6416 | 대전 유성구 어은로 51번길 39 1층
글 사진 권봉서(월간 토마토 청년기자학교 1기 수료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