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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7호]앞만 보고가는 사람들_밴드 스모킹구스
앞만 보고가는 사람들 : 밴드 스모킹구스
모히칸 머리에 가죽잠바를 입고 펑크를 연주하던 스모킹구스는 특유의 유쾌함으로 활력을 주는 밴드였다.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밴드의 이름이 언제부턴가 다시 들렸다. 그리고 멤버들이 학업을 접고 음악에 매진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소식을 전해 준 사람 역시 누군가에게 들은 얘기였는데, 그 누군가는 ‘얘들이 아직 세상 물정 몰라서 그런다.’라고 덧붙였다고 했다. 음악만을 하려는 이는 줄고 음악과 음악 이외의 삶을 분리하는 뮤지션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스모킹구스의 선택이 의아하면서 궁금했다. 음악 때문에 학업을 접었다는 말은 일정 부분 틀렸지만, 이들이 음악을 하기 위해 삶의 방향을 바꾼 것은 맞았다.
“밴드만 하면 어떤 생활일까”
스모킹구스는 2010년에 결성했고 2013년, 2014년에는 EP앨범 《Smoking Goose》, 《소년의 노래》를 발매했다. 결성 이후 여러 번 멤버가 바뀌다 현재는 이정훈(드럼), 박성화(베이스), 김동길(기타·보컬), 김도훈(기타) 씨 네 명으로 활동한다. 이정훈, 박성화, 김동길 씨는 같은 학교에 다니며 만났고 김동길 씨의 고향 친구인 김도훈 씨는 올해 여름 합류했다. 스모킹구스가 현재 멤버 구성으로 활동을 다시 시작한 때가 이번 여름이다. 군대 문제로 공백이 2년 넘게 있었다.
밴드를 처음 시작했을 때 학생이었던 멤버들은 활동하며 학업과 음악 사이에서 고민했다. 두 가지를 모두 열심히 하기는 어려워 2012년쯤 단체로 휴학을 하고 합숙하면서 앨범을 내고 무대에도 섰다.
“밴드만 하면 어떤 생활일까 궁금했어요.” 김동길
“생각보다 재밌었어요. 그때는 돈에 대한 문제도 없었어요. 어느 정도 모아 놓은 것도 있었고, 어릴 때니까 집에서 주는 것도 있었고요. 2013년 여름에 EP앨범을 냈는데 공연 불러 주는 곳도 있고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학교에 있을 때보다 행복했고요. 그때 삶을 못 잊있었어요. 한 번 다시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정훈
어차피 음악하는 거, 더 젊을 때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네 명이 음악만 하고 싶어 다시 뭉쳤다. 학업을 모두 마쳤고 군대 등 해결할 문제를 해결했는데 기타리스트 자리가 비어 김도훈 씨를 불렀다. 김도훈 씨는 이들의 연락을 받고 삼척 생활을 접고 대전에 왔다.
“다른 기타리스트 구한다는 생각보다는 도훈이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어요.” 동길김
“동길이가 조심스럽게 기타 칠래? 물어봤어요. 하자니까 그냥 내려왔죠. 제 이상과 방향이 같으니까요. 아니면 마는 거죠.” 김도훈
“꿈은 세계적인 록스타”
지난 여름, 밴드를 재구성하고 예전에 알고 지낸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 연락해 자신들이 활동함을 알렸다. 다른 지역으로 여행 가면 클럽에 가서 공연을 보고 사람을 만났다. 그렇게 전국 공연장을 돌아다니며 공연했다. 대전에서도 여러 무대에 섰다. 촛불집회 무대에도 올랐다. 무소속 프로젝트라는 경연에도 참여했다.
“계속 음악 커리어를 쌓아 가려고 해요. 이때 열심히 못 해서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 최선을 다하는 게 좋잖아요.” 이정훈
지금은 멤버 세 명이 함께 살고 아침 시간과 낮 시간에 합주한다. 그리고 저녁 시간에는 과외 등으로 용돈을 번다. 음악만으로 생계를 꾸리기엔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
최근 스모킹구스는 《Merry GOOSE-mas》라는 싱글앨범을 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추어 내려고 빠르게 작업해 낸 앨범이다. 특유의 유쾌함은 그대로지만 좀 더 성숙한 위로도 함께 담겼다.
“예전에는 닭머리 하고 그런 게 펑크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생각을 가다듬고 보니 하고 싶은 게 명확히 보이고요.” 김동길
동안 활동하며 무대나 음악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바뀌었다. 그렇지만 지금도 앞으로도 펑크를 하고 싶은 넷이다. 시끄럽지만 괜찮은, 쇼킹하면서도, 마음에 오래 남을 멜로디를 만들고 싶다.
아직 음악보다 좋은 걸 찾지 못했다. 요즘같이 어려운 세상에 누가 음악만 하려 하느냐는 얘기에도 중심을 잡고 나아가는 이유다. 세계적인 록스타가 되는 것, 스모킹구스의 목표는 분명하다.
“직업으로서 스트레스는 있는데 불안함 같은 건 없어요. 철이 없는 것일 수도 있는데 좀 더 즐겁게 사는 걸 추구하는 편이라서요.” 이정훈
“재밌는 게 밴드밖에 없으니까요.” 박성화
“게임, 만화책보다 밴드예요. 다른 것보다 훨씬 재밌어요.” 김동길
글 성수진 사진 스모킹구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