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17호]어느 청년의 고민_셰어하우스 우리집을 기획하는 청년김영진

풀뿌리사람들에서 일한 게 3년 정도 된 것 같네요. 일하며 마을 공동체 활동하는 분들을 보고, 공동체나 마을 활동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그런데요. 그런 거 있잖아요. 일할 때는 그렇게 공동체, 공유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거든요. 그런데 막상 내가 사는 동네에 가면 버스에 내려서 집에 도착할 때까지 땅만 보다가 집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집에 가면 방에서 혼자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거나, 대부분 혼자 있는 거예요. 동네에 오면 그냥 개인이 되는 거예요. 아, 물론 맞아요. 그런 쉼도 삶에서 분명히 필요해요. 그런데 올해부터 다른 곳에서 일하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평소 하던 고민이 진지해지기 시작했어요.

                               

말이 아니라 삶으로 해 보고 싶었어요

직업일 때는 말로 하는 거거든요. 삶을 보여 주는 건 말이 아니라 행동이잖아요. 사람들 대부분 마을 살이, 공동체 같은 이야기를 하면 직업으로 접근해요. 우리 나이 또래는 거의 다 그렇죠. 그런데 사실은 아니잖아요. 마을 살이라는 것 자체가 삶이잖아요. 이미 마을에서 그런 활동을 하는 분도 많이 있고요. 나도 해 보고 싶다. 나도 마을에서 살아 보고 싶다. 그래서 결심하게 됐어요.

그런데 사실, 이렇게까지 빨리 진행될 줄은 몰랐어요. 일 그만두면서 이런 고민을 한다고, 마을 활동하면서 친해진 석교동 이명숙 이사장님께 이야기를 드렸어요. 혼자는 어려울 것 같고, 이왕이면 비슷한 관심사가 있는 청년들과 함께 살아 보고 싶은데 혹시 마땅한 공간이 있을지, 석교동이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냥 사사롭게 이야기했던 거였어요. 이명숙 이사장님도 이야기를 듣고, 그럼 한번 알아봐 주겠노라고 대답하셨어요. 그렇게 이야기하고 미뤄뒀어요. 그만두려니까 또 정신없잖아요. 바쁜 일 처리하다 보면 하루가 다 가니까. 일단 일을 그만두면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전화가 온 거예요. 우리가 살기 좋을 만한 집 두 채를 알아봤다고요. 깜짝 놀랐어요. 알아본다는 말이 의례적으로 하는 인사인 줄 알았거든요. 이명숙 이사장님뿐만 아니라 동네 분들이 이야기를 듣고, 이것저것 알아봐 주신 거예요. 제가 집을 보기 위해서 석교동에서 쓴 시간이 한 시간도 채 안 돼요. 가격이며, 위치, 여러 가지를 동네 분들이 다 알아봐 주셨어요. 참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그래서 생각보다 빨리 계약을 했어요. 12월 초에 계약하고, 12월 말에 들어가게 될 것 같고요. 같이 살 친구들은 아직 다 구하지는 못했어요.

                                        

부대끼고 폐 끼치며 살고 싶어요

몇 분 의사 표현을 한 분들이 있고, 일단 집을 같이 보기로 했어요. 글쎄요. 걱정되기 보다는 설레요. 석교동을 가장 먼저 알아본 이유가 석교동에서 살고 싶다는 바람과 함께, 집값이 싼 것도 이유였거든요. 일단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1층에 네 명이 살고, 2층에 세 명이 살면 좋겠다. 만약 안 된다면 2층은 단기로 살아보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빌려줘도 좋겠다. 그게 아니면 여행자들에게 빌려줘도 좋겠다. 그런데 모두 함께 살기로 결정된 분들과 상의할 거예요. 일단 마을에 처음 들어가면 떡을 맞춰서 돌릴 생각이에요. 겨울에 눈 많이 오면 눈도 쓸고, 마을을 위한 일을 해 보고 싶어요.

그냥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대흥동에서 일하며 좋을 때가 지나가며 아는 사람을 만나고 인사하고 그럴 때거든요. 마을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 좋아요. 그래서 이름도 우리집이에요. 어릴 때는 대부분 우리집에서 놀자고 친구들이랑 같이 가고 그러잖아요. 우리집에서 밥 먹고, 우리집에서 부대끼면서 마을에서 살자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벌써 마을 분들께 폐 끼치며 살 생각 하고 있어요. 일하기 전엔 매일 분개만 했거든요. 세상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 어떻게 하지 못하니까 화만 냈어요. 그런데 일을 하면서 제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넌 뭘 할 건데, 어떻게 할 수 있는데, 네가 삶에서 할 수 있는 건 뭔데. 그렇게 질문을 하다 보니까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렇게 질문하며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관심 있는 청년이 많이 모였으면 좋겠어요. >

                                  

주소 대전 중구 봉소루로36번길 30-8
셰어하우스 입주 문의 010.9544.2678(김영진)

                


이수연 사진 이수연, 김영진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