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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7호] 뮤지션을 위한 살롱
중구 대흥동 옛 대전극장 거리에 카페 발트아인이 문을 열었다. 재즈밴드 형제공업사로 활동하는 김진수 씨와 그의 동생 김진일 씨가 이곳을 함께 운영한다. 발트아인은 독일어로 숲속이라는 뜻이다. 소풍 가듯 일상에서 벗어나 삶을 위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 카페에 ‘발트아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다양한 공연으로 관객이 행복해지고 예술가가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형제는 지금도 공간을 꾸려 나가고 있다.
형제가 만든 편안한 공연장
“마음 편하게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다녔어요. 대관 신청부터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까지 생각보다 거쳐야 할 과정이 많더라고요. 밴드가 편하게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았어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죠. 그럼 내가 한번 만들어 볼까?”
재즈밴드 형제공업사에서 건반을 연주하는 김진수 씨는 같은 밴드에서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는 동생 김진일 씨와 뮤지션이 자유롭게 공연하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살롱 같은 공간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이미지보다 삶이 켜켜이 묻어나 그와 어울리는 공연이 펼쳐지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상업지역이며 옛 거리의 정취가 느껴지는 대흥동을 선택했다. 대흥동에서 오랜 시간 공간을 찾던 중 지인의 소개로 지금 발트아인이 자리한 중구 대흥동 옛 대전극장 거리에 있는 건물을 알게 됐다.
“발트아인이 생기기 전 이 건물 1층이 성인오락실이었고 2층이 철학관이었어요. 처음 느낌은 별로였죠. 그런데 건물 안에 들어와 보니 달랐어요. 한 곳에서 모두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었어요. 너무 크지 않아 한 사람이 말하면 모두가 들을 수 있는 곳이요.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게다가 물랑루즈 같은 분위기를 가진 카페를 만들고 싶었는데 여기가 그런 느낌이잖아요. 삶이 묻어나는 거리에 있는 작은 공간.”
지난 5월부터 형제는 도색부터 전기 작업까지 모든 공사를 직접 해 나갔다. 공연하기에 완벽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 작은 부분도 세세하게 신경 썼다. 완성하기까지 5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지난 10월 2층짜리 공연카페 발트아인이 문을 열었다. 2층은 개인 작업실 겸 녹음실로 구성해 뮤지션이 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삶을 위로하고 쉼을 주는 아지트
“지금 발트아인은 몸을 만드는 단계에요. 자유로운 공연을 위해 최고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죠. 아직은 주말에만 공연하지만 앞으로는 주중에도 공연할 계획이에요. 공연 문의는 언제나 대환영이에요. 스케줄만 정하면 언제나 아지트처럼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습니다.”
2016년에는 형제공업사가 매주 일요일 저녁 재즈 공연을 열었다. 올해부터는 좀 더 본격적으로 인디 뮤지션의 공연을 열 계획이다. 대전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 뮤지션도 초청해 작은 페스티벌을 여는 게 올해 목표다. 밴드 공연에 한정하지 않고 탱고, 한국무용 등 모든 예술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인테리어가 근사한 카페, 분위기가 좋은 카페, 카페는 많죠. 분위기든 커피 맛이든 손님은 그 공간에서 무언가로 보상받으며 쉬고 싶은 거잖아요. 발트아인은 공연으로 손님이 보상받고 쉴 수 있는 공간이에요. 그리고 뮤지션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제가 뮤지션이잖아요. 아티스트로 산다는 게 녹록지 않아요. 소박한 꿈이라면 예술가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살롱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거예요. 사업보다는 공연이 위주가 되는 공간을 만들려고요.”
김진수 씨는 발트아인이 예술가가 쉬는 공간이자 관객의 삶을 위로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발트아인을 매일 공연이 펼쳐지는 곳, 나아가 대전 공연 문화를 풍성하게 만드는 작은 씨앗으로 만들고 싶다.
“아무리 좋은 길로만 등산하려 해도 때로는 개울물도 건너야 하고 자갈밭도 걸어야 하잖아요. 지금은 좋은 길을 위해 힘든 길을 걷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걸려도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지트처럼 드나드는 공간이 될 때까지 견딜 겁니다.”
주소 | 대전시 중구 대흥로 175번길 38
영업시간 | 10:00~22:00
글 오시내 사진 오시내, 발트아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