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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16호] 일본의 크리스마스
일본의 크리스마스
잭오랜턴과 마녀, 박쥐 등으로 한창 핼러윈의 열기로 가득했던 일본은 핼러윈이 지나자마자 바로 분위기를 탈바꿈합니다. 금빛의 종, 빨간 산타, 반짝반짝한 일루미네이션이 특색인 크리스마스 분위기로요. 크리스마스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즌입니다. 어렸을 적 갖고 싶었던 선물도 받고 집에는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몄던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따듯해지거든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기 위한 크리스마스는 종교와 국경을 넘어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행복을 누리는 날입니다. 일본에서도 크리스마스는 모두가 기다리는 축일입니다.
크리스마스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가족끼리 모여 오손도손 즐겁게 지내는 이미지가 강하지요? 하지만 일본에서는 가족보다는 연인과 함께 보내는 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답니다. 어린이들은 산타클로스로부터 선물을 받고, 어른들은 연인로부터 선물을 받지요. 그래서 크리스마스 한정 디자인의 액세서리라던가 향수, 화장품 등 선물하기 좋은 상품이 많이 출시된답니다. 특히 목걸이, 반지 등 액세서리는 여성이 받고 싶어 하는 크리스마스 선물 1위 자리를 꾸준히 차지하고 있습니다. 남성은 시계, 목도리, 고급 펜 등이 인기입니다.
디즈니랜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놀이공원도 크리스마스 이벤트의 열기로 가득합니다. 놀이공원 안을 돌며 공연하는 퍼레이드도 크리스마스를 테마로 보는 사람을 흥겹게 합니다. 도쿄 디즈니랜드에서는 산타 복장을 한 인기 캐릭터들이 사람들과 기념 촬영을 합니다. 기념품도 모두 사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크리스마스 한정품으로 바뀌지요. 이런 놀이공원을 한층 더 즐기기 위해 산타 복장을 하고 놀러 가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는 ‘가장 많은 전구를 장식한 트리’로 기네스 신기록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합니다. 그런 유명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등장하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이라 하여 더 이목을 끌고 있지요. 빛나는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너무나 아름다워서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합니다.
놀이공원뿐만 아니라 카페나 레스토랑 등 음식점도 크리스마스를 맛으로 표현하는 시즌 한정 메뉴를 출시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있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는 ‘스노우 피칸 넛츠 라떼’라는 이름으로 피칸 크림과 피칸 가루로 구수한 맛의 커피 음료가 나왔습니다. 이와 함께 진저브레드 라떼라 하여 시나몬과 진저 향이 나는 라떼도 있습니다. 텀블러나 머그잔도 크리스마스 한정 디자인이 출시되어 구매욕을 자극합니다.
KFC(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의 치킨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구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 있습니다. 칠면조 요리를 먹는 대신 치킨을 먹기 때문인데요, 1970년대에 ‘크리스마스 켄터키’라는 광고가 굉장히 유행한 이후로 지금은 350만 명에 가까운 일본인이 크리스마스에 KFC 치킨을 먹게 되었다고 해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산타 모자를 쓴 켄터키 아저씨가 그려진 치킨 세트를 판매합니다. 뭐니뭐니 해도 크리스마스엔 케이크를 빼놓을 수 없겠죠? 크리스마스 케이크 하면 당연히 앙증맞은 산타 모형이나 쿠키 등으로 장식된 화려한 케이크를 떠올리는 곳은 한국, 일본뿐이라 해요. 더군다나 제과제빵이 유명한 일본은 각양각색의 종류와 디자인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판매합니다.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예약한 후 구매해야 하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유명한 고급 케이크 가게는 물론 훼미리 마트나 세븐 일레븐 등의 편의점, 심지어 우체국에서도 케이크 예약 주문을 받습니다. 우리 가족이 즐겨 주문하는 곳은 ‘클럽 하리에’라는 제과점의 케이크인데 맛도 물론이지만 앙증맞은 케이크의 디자인이 크리스마스 저녁을 한껏 즐겁게 해 준답니다.
동경의 다이칸야마에는 ‘크리스마스 컴퍼니’라고 1년 내내 크리스마스 제품만 파는 가게가 있답니다. 그 정도로 크리스마스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는 거겠죠? 틈나는 대로 케이크 카탈로그를 모아와서 어떤 케이크를 먹을까 지금부터 고민해야겠습니다!
글 박효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