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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4호]그사람의 책
“기록하고 보전하는 것”
‘록’ 음악 잡지 <파라노이드> 송명하 편집장의 책장에서 수많은 대중음악 잡지를 만날 수 있었다.
송명하 편집장에게 수많은 음악잡지는 그냥 책이 아니라 기록하고 보전해야 할 소중한 ‘자료’다. 지난 11월 5일, 북카페 이데 2층 딴데에서 그의 책장과 송명하 편집장을 만났다.
그는 책장 하나를 빼곡히 채우는 잡지를 하나씩 소개하며, 파라노이드를 만드는 이유에 관해 이야기했다.
“활황을 누리던 음악잡지가 하나씩 사라지고, 우리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할 만한 데가 없는 거예요.
인디나 한류 이야기가 아니면 실어주지 않으니까요. 우리가 정말 듣고 싶고, 좋아하는 음악을 소개할 만한 잡지를 만들자는 마음으로 만들고 있어요.”
시작할 때만 해도 필진들에게 원고료를 주지 못하며 책을 만드는 건 1년 정도로 생각했다. 여전히 잡지로 돈을 버는 구조는 아니다. 그래도 자존심을 지킨다.
많은 돈을 준다고 해도 ‘우리가 인정할 만한 사람’이 아니면 소개할 수 없다. 파라노이드가 기록이 되는 이유다.
“우리가 100년을 산다면”
김운하 소설가는 “우리는 100년 살 각오를 해야 해요.”라는 말로 서두를 시작했다. 정년까지 일을 하고 남은 인생을 여유롭게 보내는 것이 허무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예상보다 길어질지 모르는 우리 인생에 책이 열정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한다.
김운하 소설가는 책을 읽는 법 몇 가지를 소개했다. 첫째로, 그는 고전이란 없다고 말했다. 독서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며 자신이 끌리는 책이라면 무엇이든 좋다고 말한다.
둘째로 그는 다시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을 여러 권 읽는 것보다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가 100년을 산다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하나 내는 것을 목표로 해도 좋겠죠. 일단 자주, 많이 써 보는 게 중요합니다.
스마트폰 대신 책을 가까이하는 것도 좋고요. 오늘부터 단순한 습관을 들여 보세요. 책을 갖고 다니면서 틈날 때 읽는 습관을 들여 보세요.”
“어려운 순간에 만난 책”
처음 대전클로짓(Daejeon closet)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할 때는 단순하게 시작했어요. 단순히 ‘나도 찍을 수 있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거예요.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이에요.
처음엔 둔산동 아리따움 앞에서 카메라 들고 몇 개월 동안 서 있기만 했어요. 계속 서 있으니까 자주 오는 사람들이 저를 인식하기 시작하더라고요.
뭐 하는 사람인지 묻더라고요.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읽었던 책이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책이에요.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고민하다가 그 사람이 신경 쓴 부분이 어디인가 살피고, 그걸 칭찬했어요.
그렇게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인스타그램에도 올리면서 많은 분이 반응을 보여서 재미있게 했어요.
그때 『논쟁 있는 사진의 역사:CONTROVERSES』라는 사진집을 만났는데, 사진 한 장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시대적 배경까지 녹아들게 하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내 사진에도 이야기가 있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짧은 인터뷰도 함께 넣었더니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아직도 사진 찍겠다고 다가가면 많이 거절당해요. 그래도 많이 배우고 생각하는 게 커진 것 같아요.
대전 코드 www.daejeoncloset.com
instagram.com/daejeon_code
“여러분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아트노리 공방을 운영하는 예술가 이진아 씨는 ‘이성(異性)’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성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이성(理性)과 감정(感情)에 대한 이야기를 펼쳤다. 이성의 시대에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자
신의 감정을 탐구하라는 게 얘기의 골자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다.
이야기는 ‘이성(異性)’으로 넘어가 어느덧 ‘사랑’에까지 닿았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에 관해 이야기했다.
누군가는 사랑이 ‘함정’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분홍 바람’이라고 이야기했다. 또,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사람도 있었다.
“책이나 영화, 드라마에서 사랑을 정의하는 방식은 많죠. 하지만 여러분만의 사랑의 정의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저는 사랑이나 연애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된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많이 해요. 그래서 여러분과 사랑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었어요.”
자신이나 사랑을 표현한 그림을 보고 음악을 함께 듣는 것으로 이진아 씨의 이야기는 마무리됐다. ‘그 사람의 책’ 마지막 시간이었다.
공유책장에 공유한 책들
공유책장에 책을 공유해주었던 열일곱 분 중 11월 한 달 동안 네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송명하 편집장은 뮤직랜드, 핫뮤직, 지구촌 영상 음악(GMV), 락킷, 로커스, 오이뮤직, 서브 등 다양한 음악잡지의 창간호부터 책장에 빌려주셨습니다. 두 번째 만난 김운하 소설가의 서재에서는 들뢰즈의 푸코, 광기의 사회사,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기억의 초성, 인내의 돌, 그리스인 조르바 등 소설부터 인문서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책을 볼 수 있습니다. 대전코드 이기석 씨의 서재에서는 기억에 남는 책이라고 소개했던 수레바퀴 아래서, 파리대왕, 호밀밭의 파수꾼까지 세 권의 책과 Coldplay의 6집 앨범을 볼 수 있습니다. 아트노리 공방 이진아 씨는 다양한 관심사만큼 책의 내용도 아주 다양합니다. 자수 디자인, 취향, 일러스트레이션, 동화책, 사진집, 인테리어 책 등 요목조목 그녀의 감성을 채운 책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네 사람의 책을 포함해 총 열일곱 분의 서재를 옮겨 온 북카페 이데 2층에 책 읽으러 오세요. 언제까지 책을 공유해 주실지는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대책 없는 ‘오렌지머리 담당자’가 가지고 가고 싶을 때 가지고 가시라고 했답니다.
글 사진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