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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5호] 정의의 영웅 호빵맨
‘용감한 어린이의 친구 우리 우리 호빵맨~’ 아주 어렸을 적에 저는 이 음악만 흘러나오면 신나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합니다. 바로 만화영화 《날아라 호빵맨》의 주제가예요. 《날아라 호빵맨》은 동료인 식빵맨, 카레빵맨 등과 함께 나쁜 짓을 하는 세균맨을 혼내 주며 마을의 평화를 지키는 영웅 호빵맨의 이야기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 만화영화는 일본의 만화영화입니다.
호빵맨은 원래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였습니다. 야나세 타카시라는 작가가 그린 책으로 《12의 진주》라는 단편 이야기집 안에 있는 한 이야기입니다. 원작의 호빵맨은 호빵 얼굴을 가지고 있는 멋진 영웅이 아니랍니다. 하늘을 나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통통하고 결코 잘생기지 않은, 그러나 호빵을 맛있게 구울 수 있는 그런 아저씨예요. 호빵맨은 전쟁 중인 나라에서 아이들이 굶지 않도록 호빵을 만들어 날아서 배달하는, 겉모습이 멋지진 않지만, 마음씨 따듯하고 정의로운 아저씨였어요. 비록 아이들은 “호빵보다 아이스크림이 더 좋아! 호빵맨보다 슈퍼맨, 배트맨이 더 멋있어!” 하고 호빵맨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비판할 뿐이었지만 호빵맨은 꿋꿋하게 호빵을 배달했지요. 그러나 어느 날, 적군이 호빵을 배달하던 호빵맨을 격투기로 착각하여 쏘아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그 후로 호빵맨을 본 사람은 없었지요. 안타까운 결말이지만, 야나세 타카시는 ‘그러나 호빵맨은 분명 어딘가에 살아 있을 것입니다.’ 하고 이야기의 끝을 맺습니다. ‘진정한 정의는 멋있는 것이 아니다. 정의를 실천하는 것은 반드시 자기희생과 상처가 뒤따른다.’라는 야나세 타카시의 믿음을 아주 잘 표현해 낸 작품입니다.
텔레비전 만화 <날아라 호빵맨> 시리즈는 1988년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도 계속 방영되고 있습니다. 오프닝 주제가는 지금까지 계속 같은 곡으로, 보는 세대가 바뀌어도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의, 지금의 곡이지요. 심지어 주요 등장 캐릭터의 성우도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고 합니다. 호빵맨 텔레비전 만화는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 홍콩,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 방영이 되었다 합니다. 중동의 이란에서도 방영되었다 하는데, 문화의 차이로 호빵맨은 검은콩이 들어 있는 빵으로, 식빵맨은 갓 구운 난(카레와 함께 먹는 빵)으로 설정되었다 해요. 단식 기간인 라마단 때에는 캐릭터들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된다 합니다.
호빵맨은 그림책이나 텔레비전만화뿐만 아니라, 영화, 굿즈 등 무궁무진한 분야로 진출하였습니다. 국민 캐릭터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지요. 각종 기록을 경신할 정도입니다. 가장 다양하고 많은 상품으로 만들어진 캐릭터 1위입니다. 2000년도 시코쿠 지역에서는 열차로도 만들어져 전국에서 어린이들이 찾아올 정도로 인기인 볼거리, 탈 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호빵맨 뮤지컬을 볼 수 있는 여행 상품도 인기입니다. 고베에 있는 호빵맨 박물관도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호빵맨 박물관 옆에는 갓 구운 호빵맨, 식빵맨, 카레빵맨 등 캐릭터들의 얼굴을 한 빵을 먹을 수 있답니다. 호빵맨은 가장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영화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등장한 캐릭터가 1,768종류나 되어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조카들의 선물을 사주러 어린이 옷가게나 장난감 가게에 가면 반드시 호빵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난감 가게에 가면 호빵맨 전문 코너가 있을 정도이지요. 어린 조카에게 호빵 얼굴이 그려진 바지를 선물한 기억도 있답니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30대 초반인 제 시누이는 자신이 어렸을 적 호빵맨을 아주 좋아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기에, 자신의 아이들도 호빵맨을 좋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해요. 저도 일본에서 아이를 키우며 언젠가 호빵맨을 보여 주고 함께 호빵맨 박물관도 가게 될 날이 오겠지요? 그날이 오면 그저 호빵맨이 재미있는 만화영화라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에 담긴 호빵맨의 진정한 ‘정의’도 함께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글 박효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