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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5호] 위로할 수 없는 것을 위로함_제9회 우리대전같은책읽기
지난 10월 7일, 희망의책대전본부에서 주최하는 제9회 우리대전같은책읽기 강연이 계룡문고 갤러리에서 열렸다. 신형철 평론가의 강연 제목은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상처와 위로에 대해 생각하다〉였다. 신형철 평론가는 요즘 같은 때에 한 권의 책을 선정해 읽고 지역의 서점에서 이런 시간을 마련한다는 게 아주 소중한 일 같다고 말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제9회 우리대전같은책읽기 선정작 《소년이 온다》의 한강 작가는 인간의 존엄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작품을 시작했지만 소설을 완성해 가며 결국 인간의 존엄을 되찾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저는 세월호 사건이 연상되었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기 이전에 인간답게 목숨을 유지하며 사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구나, 나약한 존재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상처와 위로라는 테마와 관련된 글들을 함께 읽으며 차분한 말씨로 강연을 이어 갔다.
“거대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게 아니라도 모든 사람에게 상처와 결핍이 존재하죠. 모든 사람은 자기가 제일 아파요.”
광주나 세월호같이 커다란 상처가 아니라도 인간은 누구나 상처를 지니고 있다. 문학은 인간의 근원적 상처를 건드리고 위안을 준다. 신형철 평론가는 권여선 작가의 〈봄밤〉이라는 작품을 예로 들었다. 〈봄밤〉에는 모든 걸 잃고 깊은 병을 앓고 있는 영경과 수환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 둘은 서로의 상처에 기대어, 서로의 없음을 나누어 가지며 삶을 버티고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두 사람은 이 사람의 없음과 나의 없음이 교환되는 관계, 둘이 합쳐서 완성되는 게 아니라, 내 없음이 나에게는 고통인데 서로의 없음이 만나 내 없음을 견딜 수 있게 해 주는 관계를 보여 줍니다.”
누구나에게 있을 법한 상처와 내면의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때로는 독서가 최고의 위안이 되기도 한다.
문의 희망의책대전본부 사무처 042.252.9540 / www.djbook.or.kr
글 사진 이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