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호 10월] 함께 사는 마을을 꿈꾸는 책방_우분투북스

유성구 어은동 유성구청 뒤편, 우분투북스는 밤이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다. 식당과 술집이 늘어선 골목, 지난 8월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책방에 사람들 발걸음도 끊이지 않는다. 뭐 하는 곳일까 궁금한 눈빛의 손님들에게 이용주 대표가 친절하게 설명을 이어간다. 가슴께엔 ‘대표 책방지기 이용주’라는 명찰이 달렸다.

                  

         

따뜻하고 커다란 나무 속으로

공간은 좁고 길게 이어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양쪽으로 진열대가 있고 그 사이에는 바가 놓였다. 원래 바였던 공간을 리모델링하며 바를 그대로 살려 두었다. 바에 앉아 책도 보고 이용주 대표와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공간은 녹색과 갈색으로 모던하게 구성됐다. 눈을 피로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눈에 띄는 진한 녹색이 공간 전체를 감싸고 아랫부분은 갈색으로 구성해 마치 커다란 나무 안에 있는 듯하다.

우분투북스는 콘셉트가 있는 책방이다. 주로 건강, 먹거리, 요리 관련 책을 취급하고 소설, 인문학, 에세이 종류의 책도 볼 수 있다. 책은 이용주 대표만의 원칙으로 진열한다. 인문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예술 등 대형 책방에서 흔히 하는 방식의 분류가 아니다. 음식 주제를 예로 들면, 진열대 가장 아랫단에는 음식의 역사 등과 관련된 인문학 서적, 그 위 칸에는 음식과 건강, 그 위로는 요리, 가장 위 칸에는 음식 관련 에세이, 기행문, 문학 속 음식 이야기 등의 책을 놓았다. 이렇게 하나의 이야기가 진열대에 펼쳐진다. 하나의 주제를 장르별로 나누어 진열하는 형식이 아니라, 하나의 키워드로 다양한 장르의 책을 한 번에 접할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책을 만나는 건 덤이다.

바 왼쪽의 진열대는 테마 서가다. 한 달에 한 번 테마를 정해 책과 다른 전시물을 진열한다. 지금은 미국을 테마로 책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인형 등을 두었다.

우분투북스에는 허투루 쓰이는 공간이 없다. 구석진 곳 하나도 찬찬히 둘러보면 이용주 대표의 고민과 생각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책과 사람이 있는 곳

서울에 살던 이용주 대표는 지난 4월부터 대전에 살기 시작했다. 두 딸이 대전에 있는 대학교에 다니게 된 것도 계기였지만 전환점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동안 서울에서 잡지사, 식품 관련 홍보대행사, 출판사, 건강 관련 단체, 도서관 쪽에서 일하며 책과 건강, 먹거리에 관심을 가져 왔다. 그러다 얼마 전 귀농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며 삶의 방향을 설정했다.

“도시는 먹거리 때문에 불안하고 농촌에서는 귀농하고 유기농 농사짓는 분들이 판매처가 확실하지 않아서 불안하죠. 두 공간이 교류하는 교차점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그 매개가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책방을 만들었어요.” 책방 이름은 우분투북스. ‘우분투’는 아프리카어로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의미다. 이 이름에 이용주 대표가 추구하는 바가 담겼다. 우분투북스는 단순한 책방이 아니다. 이용주 대표는 이곳이 커뮤니티 공간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진열 공간 뒤 분리된 공간을 먹거리 관련, 독서 모임 등 다양한 모임을 할 수 있도록 꾸몄고, 바의 한쪽 공간에 먹거리 관련 홍보물을 놓아 둔 것도 우분투북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바라서다. 앞으로는 농산물 생산 현장으로 팸 투어를 진행할 계획도 있다. 이용주 대표는 파편화된 개인이 사는 도시가 아닌, 함께 사는 마을을 기대하며 대전에 왔고 우분투북스에서 그러한 고민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책과 사람이 있다.

                   

                


우분투북스 
대전 유성구 어은로51번길 53
11:00~22:00 / 일요일 휴무 / 070.7840.1559
www.ubuntubooks.co.kr

글 사진 성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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