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7호] 맨발로 전하는 이야기

맨발로 춤을 춘다

깜깜한 무대 위 등을 보이고 선 남자. 한 손으로 반대쪽 팔목을 부여잡는다. 천천히 움직이다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지듯 춤을 추기 시작한다. 어깨를 쥐었던 손을 천천히 무릎으로 내린다. 자기 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몸을 탐색하듯 어색하고 불편하게 몸을 만진다. 

한 여자가 바닥에 주저앉아 바닥을 더듬거린다. 어디를 응시하는지 알 수 없는 그녀의 눈. 여자는 무대 위를 엉금엉금 기다 바닥을 짚고 일어선다. 엉덩이를 빼고 앞으로 쭉 뻗은 두 팔,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불안한 몸짓으로 무대를 누빈다.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선다. 여자를 보호하듯 여자의 등 뒤에서 그녀의 발걸음을 쫓는다. 바닥에 쓰러진 여자 옆으로 남자도 함께 쓰러진다. 남자는 여자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춤을 추는 두 사람. 적막이 흐르는 무대는 두 남녀의 숨소리와 ‘지익- 지익-’ 맨발과 무대가 마찰하는 소리로 가득하다.

음악이 흐른다.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두 남녀는 전혀 아름답지 않다. 처절한 몸부림만 있을 뿐이다. 두 사람의 춤사위는 처절함을 넘어 비장하기까지 하다. 절정을 향해 치닫던 몸짓이 점차 부드러워진다. 남자는 여자의 얼굴을 여자는 남자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세 가지 이야기

6월 14일 토요일 저녁 6시 서구문화원에서 메타댄스프로젝트(MATA DANCE PROJECT)의 공연이 열렸다. 세 개 이야기가 무대에 올랐다. 각기 다른 내용의 이야기이지만 그 중심에 인간이 있다. 인간의 소통, 노동, 본질에 대해 답을 구하는 몸짓. 70분간 맨발로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Black’이라는 제목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소통에 대해 말한다. 무대 위 무용수는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 묻는다.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춤과 몸짓로 풀어냈다. 서로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주는 상처와 거친 표현이 몸짓으로 드러난다.

두 번째 이야기는 ‘바다’를 배경으로 인간의 노동에 관해 말하는 ‘소금꽃 이야기#2’이다. 햇볕이 내리쬐는 염전은 아름답다. 하얀 소금 꽃이 반짝반짝 빛난다. 아름다운 염전 위 고된 노동에 지친 염부가 있다.

‘염전에서는 뼈가 녹는다.’라고 말할 정도로 고된 염전 일을 우리 삶에 비유했다. 끊임없이 일하고 갈구하는 모습은 염전 위 소금을 얻기 위해 일하는 염부와 같다. 이야기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랐을 때 무대 위에 흩뿌려지는 하얀 소금, 그 위에서 춤을 추는 그들은 소금을 원하는 염부이기도 하지만 우리이기도 하다.

공연은 ‘무엇을 얻기 위해 우리는 그토록 고되게 일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었을까?’라는 의구심에 들었던 적은 없는지 떠올리게 한다.

마지막 이야기는 카프카의 희곡 ‘변신’을 모티브로 전개한다. 작은 벌레로 변해버린 그레고르는 한 집의 가장에서 순식간에 치워버리고 싶은 귀찮은 존재가 된다.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살고자 발악하는 벌레 그레고르를 모른 척 외면하는 가족은 다시 서로 손가락질한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보지 않는다. 거울 속의 내가 나를 응시한다.”

무대에 울려 퍼지는 대사가 왠지 ‘나는 누구인가? 가족이란 무엇이고 집이란 무엇인가.’ 하고 묻는 듯하다.

  

  

  

  

  

  

  

  

  

  

메타댄스프로젝트(MATA DANCE PROJECT)는 대전을 기반으로 한 현대무용팀으로 2001년 창단해 꾸준히 활동해왔다. 2014년 대전 서구문화원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일반인이 현대무용을 좀 더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박한슬 사진 메타 댄스 프로젝트 제공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