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7호] 대전시민대학 제2회 학습발표회

  
  
  
  
대전시민대학 장암관 1층 전시장

엉성하기도 하고, 어떤 무대는 어색하기까지 하다. 분명 다 같이 합창하는 부분인데, 모든 사람의 입 모양이 미묘하게 다르다. ‘아이코’ 하는 표정이 여실히 드러났다가도 다시 웃음을 되찾는다. 객석에 앉은 사람도 박수로 응원한다. 무대에 선 사람들은 학기를 마무리하며 무대에 선다는 것이 즐겁고, 객석에 앉은 사람은 주변 사람이 무대에 선다는 것이 신기하다. 친구가 무대에 선 것을 보러 왔다는 한 관객은 “친구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라고 말한다.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간

대전시민대학은 2013년 7월 문을 열어 지금까지 두 번의 학기를 마무리했다. 9, 10, 11, 12월까지가 2학기, 3, 4, 5, 6월까지가 1학기다. 1, 2, 7, 8월은 각각 겨울학기, 여름학기로 나뉜다. 1학기, 2학기를 마무리할 때마다 학습발표회, 전시 등으로 다져온 재주를 뽐내는 시간을 갖는다. 워낙 수업이 많아서 모든 수업의 마무리를 다 발표회로 하지는 못한다. 공연, 전시 학습자 위주로 신청을 받아 발표회 무대에 선다. 2014년 진행한 1학기 마무리 역시 전시와 발표회 형태로 진행했다.

시민대학 장암관 1층에는 16일부터 수채화, 문인화, 벽화, 풍속화, 동양화 등 강좌를 들었던 시민이 만든 작품을 전시했다. 시민대학 강의만큼이나 많은 작품이 장암관 1층을 채운다. 장암관 1층은 16일부터 24일까지 9일간 문을 열었다.

발표회는 6월 20일 오후 2시와 7시, 21일 오후 2시 단재홀에서 열렸다. 총 3부로 구성한 발표회에서는 궁중무용부터 인형극, 체조, 하모니카 등 매 회 두 시간씩 무대를 채운 시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대에 선 보통 사람들

6월 20일 오후 두 시, 단재홀을 찾았다. 얼굴에 진한 ‘무대 화장’을 하고,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단재홀 이곳저곳을 오갔다. 이날 행사는 김효정 아나운서가 진행했다. 궁중무용, 가락 장구, 기방무, 실용민화, 우리 춤 체조, 팝송, 소고춤과 부채 산조, 경기.충청 쇠가락, 팝스 잉글리쉬, 부채 입춤, 우쿨렐레, 인형극 순서로 무대가 이어졌다. 무대 하나가 끝날 때마다 김효정 아나운서가 다음 무대를 소개했다.

“정말 대단하세요. 여러분도 시민대학에서 배워서 무대에 서는 기회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김 아나운서가 말하자 어디선가 “너무 늙었어~”라는 소리가 들렸다. 김 아나운서는 늦은 때는 없는 것이라며, 객석에 앉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실제로 시민대학 수업을 듣고, 무대에 선 이 중에는 80대도 있었다.

무대는 전통 무용부터 장구, 팝송까지 다양했다. ‘꿈꾸는 완년 팝송&상황 영어’라는 주제로 무대에 오른 사람 중에는 흰 머리카락이 머리 전체를 뒤덮은 사람도 보였다. 커다란 리본을 머리에 달고, “Hi~”를 외치며 참가자들이 무대에 올라섰다. 이들은 영화 <써니>의 OST인 보니엠의 ‘Sunny’를 부르며 귀여운 율동을 펼쳤다. 커다란 리본을 달고, 무사히 무대를 마치고 내려온 박천상 씨는 70세다. 박천상 씨는 시민대학에서 작년 9월부터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공부하려고 시작한 시민대학 강좌는 갈수록 삶에 활력을 더한다.

“팝송이랑 상황 영어 두 개 강좌를 들어요. 원래 영어 성경을 쓰며 공부했었는데, 영어로 일기를 쓰려니까 자신이 없는 거야. 공부해야겠다고 찾아보니까 시민대학이 있어서 바로 신청했죠. 아주 도움이 돼요. 이런 무대까지 서니까 재미가 있지.”

발표회 무대를 여러 번 서는 사람도 있었다. 수업을 여러 개 듣기 때문에 뽐내야 할 재주도 많다. 학생들에게 장구와 소고춤을 가르치는 김정례 교수는 “학생들의 열의가 대단하죠.”라고 말했다. 김정례 교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편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하는 학생들을 보며, 김정례 교수도 배우는 것이 많다. 수업시간이면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김정례 교수를 바라본다. 지난 학기 우쿨렐레 수업을 들었다는 한 수강생은 여름학기에 네 개 강좌를 신청했다.

“이렇게 학기 마무리하고, 무대에 서니까 정말 좋아요. 많이 서 본 적 없었죠…. 많이 떨렸는데, 잘 마무리한 것 같아서 뿌듯해요.”


글 사진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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