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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7호] 대전·충남 독립영화 상영회&인디피크닉2014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인디피크닉2014 &대전·충남 독립영화 상영회의 시작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에는 상영회라는 거창한 이름은 붙이지 않고 그냥 우리끼리 모여 영화 보고 이야기 하는 수준이었다. 2001년 영상을 모아 공식적으로 상영회를 진행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러 지금까지 왔다.
대전은 다른 지역과 다르게 서울 독립영화 순회상영회인 인디피크닉과 대전·충남 독립영화 상영회를 함께 진행한다.
“2004년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대전에서도 서울 독립영화 순회상영회(이하 인디피크닉)를 진행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그때는 대전·충남 독립영화 상영회와 인디피크닉을 따로 진행할 여력이 되지 못했죠.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지금은 대전의 특색이 됐네요. 유일하게 대전만 인디피크닉과 지역 독립영화 상영회를 같이 열거든요. 두 개를 함께 해서 좋은 점은 서울 독립영화와 지역 독립영화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거예요.”
2004년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와 파트너십을 맺고 지금까지 11년간 카이스트에서 상영회를 열고 있다.
“2004년 카이스트에서 상영회를 시작했을 때는 카이스트 학생도 많이 찾고 하면서 관객이 좀 있었죠. 2008~9년까지는 꽤 있었어요. 2010년인가 카이스트 총장이 바뀌고 학부가 극심한 경쟁체제에 들어서면서 학생들 발길이 뚝 끊겼어요. 그 후부터는 관객이 점점 줄고 있는 추세에요.”
올해 대전·충남 상영회에서 장편 1편, 단편 29편 총 30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5~6편의 단편 영화를 묶어 ‘대전충남섹션1~5’로 묶어 상영했다.
“상영회는 영화제와 성격이 달라 되도록 다양한 영화를 많이 상영하려고 해요. 실험적인 영화, 영화적 기술은 부족하지만 주제나 의미가 좋은 영화를 주로 상영해요. 또 그전 해 대전독립영화제 출품작도 볼 수 있고요.”
상업영화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영화가 궁금하다면 매년 열리는 대전·충남 독립영화 상영회를 찾아보자.
고려장 | 감독 추현수 상영시간 7분 29초
처음에는 ‘영상에 문제가 있나?’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지직 뚝’, ‘지지직 뚝’ 소음 중간중간 어렴풋이 들리는 대사. 영화를 상영하는 7분 내내 소리가 들렸다 끊기길 반복한다. 영화는 불편하다. 소리를 듣기도 불편하지만, 그 내용은 더 불편하다.
학교에서 나눠준 가정통신문에 부모 확인 도장을 받아야 하는 승미. 하지만 정작 엄마에게 말하지 않는다. 공책 가득히 엄마 사인을 연습하지만 별 도리가 없다. 우연히 구석 방 너머 도장이 생각난 승미는 굳게 잠긴 문을 따고 방에 들어간다. 힘없이 누워있는 한 노인이 보인다. 노인의 엄지손가락이 빨갛게 물들었다. 승미는 도장을 집어 들고 방을 나온다. 그리고 걸려온 전화 한 통.
“보험회사입니다. 어머니 동의하에 사망보험금이….”
뚝뚝 끊기는 소리에도 정확하게 들리는 수화기 너머 목소리.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다는 무언의 압박이라도 되는 걸까.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또박또박 들렸다.
시나리오 가이드 | 감독 한준희 상영시간 25분 22초
영화는 짧지만 강렬하다. 팽팽한 긴장감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왠지 모를 흥분과 서늘함이 공존하는 영화. 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여고생과 마주 앉은 김 피디. 여고생은 싸늘한 눈빛으로 김 피디를 바라보며 ‘내가 죽였어요.’라고 말한다. 장면이 바뀌고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김 피디가 말한다.
“말이 된다고 생각해? 여고생이 연쇄살인? 형! 너무 진부한 거 아니야?”
거침없는 말로 시나리오를 깎아내리는 김 피디는 잘나가는 영화 제작자다. 매일 그를 찾는 작가와의 미팅으로 숨 돌릴 틈이없다. 그날도 어김없이 작가 한 명이 그를 찾아온다. ‘Witness(목격자)’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를 내밀며 줄거리를 이야기 하던 그에게 김 피디는 역시나 거만하고 거침없는 말로 작가를 무시한다.
시나리오 속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드러나자 김 피디의 얼굴이 점점 굳는다. 시나리오 제목인 ‘목격자’는 누구일까? 그 목격자는 무엇을 본 것일까. 궁금증이 꼬리를 물며 영화가 전개된다.
막말을 내뱉는 김 피디에게서 우리 모습이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개연성이 없다는 둥, 너무 뻔 하다는 둥 우리는 너무 쉽게 영화를 평가한다. 여러 말로 영화를 깎아내리고 아는 체 한다.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영화를 너무 잘 안다 믿는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