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87호] 세월호 참사 대전대책회의 주최 촛불문화제
열 명의 유가족 뒤로 시민이 줄지어 앉았다. 하얀 띠를 두른 유가족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훔쳤다. ‘우리 형제 중 누구 하나가 희생자라면, 우리 어머니 또한 저곳에 앉아 우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겠지.’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시간이 흐르며 슬픔 가득한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이 하나둘 늘었다.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 대전대책회의에서 마련한 촛불에 불을 밝히고,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으로 ‘진상규명’, ‘책임져라’ 등의 글씨가 쓰인 네모난 종이를 손에 들었다. 지난 4월부터 거리행진을 진행했던 스무 살 강보배 씨는 월드컵이 시작되면, 이 사건이 잊힐까 걱정이다. 보배 씨 역시 이런 사건에 뛰어들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익숙한 청년은 아니었다.
“저 역시 보기만 하고, 안타까워만 했어요. 행동할 줄은 몰랐죠. 그런데 서울에 있는 친구가 대전에서도 해야 한다고 하면서 4월에 내려와 진행을 도와줬죠. 정말 많은 사람이 참여했어요. 그때만 해도 관심이 많았죠. 지나가다 동참하는 분도 있었고요. 4월 말 즈음에 처음 시작하고, 이후 세 번 정도 더 진행했는데, 점점 참여율이 저조해져요. 주변에서도 대단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선뜻 나서지는 못하더라고요. 막상 해보면 정말 별것 아닌데…. 이런 움직임이 계속되고 점점 커져야, 사람들이 관심을 두잖아요.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요.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을 때까지 계속 하고 싶어요. 잊으면 안 되는 일이잖아요.”
유가족은 이날 오후 세 시부터 대전에 내려왔다. 으능정이거리에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천만 서명운동’을 받았다.
“예전에 단란하고 소중했던 가족의 모습은 이제 없습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못난 부모는 내 아이가 왜 차가운 물 속에 있어야 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사고 이후 지금까지 함께 눈물 흘려주신 모든 국민께 감사합니다. 이제 이 아이들은 우리만의 아이가 아닙니다. 앞으로 안전한 국가에 살기 위해 희생당한 아이들입니다. 돈과 권력에 빠진 어른들 때문에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 끝까지 밝히겠습니다. 여러분의 관심이 저희 아이들의 숨소리만큼 소중합니다. 천만 명의 서명을 꼭 이루겠습니다. 마음을 모아서 특별법 제정하고 온 국민이 이루어냈으면 합니다.”
하얀 띠를 두른 고 김민수 군의 아버지 김지웅 씨가 말했다. 아버지는 마이크를 들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전했다. 한 엄마는 폴랑폴랑 뛰어다니며 엄마에게 얼굴을 쏙 들이미는 아이를 보고 눈물을 훔쳤다. 아이를 꼭 껴안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
오후 아홉 시가 가까운 시간, 대전역에서부터 중앙로까지 유가족과 함께 걸었다. 긴 줄이었다. 하늘에서는 비가 내렸다. 비가 와도 끝까지 함께 하는 사람이 많았다. 거리 행진을 마치고, 으능정이거리에 모두 모였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앞에 두고, 사람들이 줄을 섰다.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어깨를 부둥켜 안고, 울었다.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안해요. 내가 정말 미안해요. 절대 잊지 않고 기억할게요.”
가족을 잃은 사람과 그 아픔을 함께 겪는 사람들이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비는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