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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7호] 연극하는 전병우 씨
연극을 전업으로 하는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연극을 대하는 진지함은 그 못지않다. 취미로 시작한 연극이 이제는 삶의 일부라며 활짝 웃어 보인다. 연극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연극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고, 전병우 씨는 말한다.
전병우 씨가 연극을 시작한 건 1년 전이다. 충주에서 나고 자라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다. 회사에 취직하며 대전에 처음 왔다. 낯선 도시에서 혼자 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전병우 씨도 그랬다. 주말에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이 필요했다. 이왕이면 그 활동이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연극이다. 전병우 씨는 1년 전, 연극 동호회 ‘시향’을 찾아갔다.
“시향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도 여기저기 여러 동호회를 기웃했었어요. 근데 마음을 못 붙이겠더라고요. 시향은 달랐어요. 함께 활동하는 회원들도 다들 좋고, 무엇보다도 동호회에 들어오자마자 역할을 하나 주시더라고요. 덕분에 쉽게 마음을 붙일 수 있었죠.”
대학 때 연극 몇 번 본 것 말고는 연극의 연 자도 몰랐던 전병우 씨에게 역할이 주어진다는 건 특별한 일이었다. 비록 단역이었지만 열심히 했다. 회사 다니는 틈틈이 대본 리딩도 하고, 연극배우들 동영상도 찾아서 공부했다. 동호회 단장이나 먼저 들어온 회원에게 짬짬이 연기지도도 받았다. 아직은 여러모로 서툴지만, 그래도 즐겁고 재밌다. 연극을 대하는 태도도 처음에 비하면 훨씬 진지해졌다.
“한 번은 동호회 단장님이 취미로 하는 건 좋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네 인생의 의미를 찾으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절대 연극을 가볍게 대하지는 말라고요.”
꼭 단장님 말씀이 아니더라도 전병우 씨에게 연극은 특별한 무언가로 다가왔다. 새로운 역할을 맡을 때마다 그 역할의 삶을 생각하고, 이해하고, 소화한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보고 싶습니다>라는 작품도 마찬가지다. 전병우 씨는 남자 주인공을 괴롭히는 동네 건달 역할을 맡았다. 건달의 삶,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삶이었다. ‘건달의 인생은 어떤 인생일까?’ 고민하고 또 고민해 봤다. 전병우 씨는 그런 과정이 모두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인생을 역할놀이라고 하잖아요. 연극을 하다 보면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연극이라는 것이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인데,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의 삶을 고민하게 되잖아요. 그 과정에서 제 삶도 돌아보게 되고, 세상도 배우는 것 같아요. 하나의 역할을 맡을 때마다 제 스스로 한층 성숙해지는 걸 느껴요.”
7월 5일, 공연을 앞두고 전병우 씨는 요즘 한창 바쁘다. 일주일에 세 번은 연습실로 향한다. 한 번 나갈 때마다 두세 시간은 기본이다. 회사 일로 정신없지만, 그래도 연습은 빼먹지 않는다. 몸은 힘들지만, 연극에서 얻은 에너지가 회사 일하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
연극을 언제까지 하게 될지는 스스로도 잘 모른다. 하지만, 무대 위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 아마도 당분간은 계속하게 될 것 같다. 그만큼 무대에 선다는 건, 전병우 씨에게 소중한 추억이고 경험이다.
“보통 한 작품 무대에 올리기까지 서너 달 준비하거든요. 그래서 막상 공연이 끝나고 나면 허무한 마음도 있어요. 하지만, 그보다는 성취감이 더 커요. 무사히 해냈다는 성취감이요. 또 기뻐요. 어쨌든 그날만큼은 무대에 오른 제가 주인공이니까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