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7호] 대전여자상업고등학교 졸업생 김아영 씨

올해 스무 살이에요.

근데 이번 지방선거 투표는 못 했어요. 생일이 7월이라 아직 만 18세거든요. 일은 작년 12월부터 시작했으니까 6개월 정도 됐어요. 취업은 2013년 5월, 고등학교 3학년 1학기 때 확정됐고요. 기업은행 공채가 다른 회사보다 빨리 시작해서 합격 발표도 일찍 났어요. 그 뒤로는 친구들 자기소개서 쓰는 거 도와주고 금융 관련 공부하고, 은행 연수도 가고 그렇게 2학기를 보냈어요. 사실 기업은행에 다른 친구도 많이 지원했는데 저 혼자만 합격했어요. 좋기도 했지만, 부담도 많이 됐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친구들한테 미안하기도 했어요.

처음부터 은행 취업을 생각하고 대전여자상업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집안 사정상 대학 진학이 어려웠거든요. 중학교 때 아버지가 은행원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어요. 딱딱한 사무직보다는 직접 고객 응대하는 서비스직이 저한테 잘 맞는 것 같아서 그러겠다고 했죠. 어릴 때부터 철이 빨리 든 것 같기는 해요. 

중학생 때 상업고등학교는

노는 친구들이나 가는데 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가서 물들까 봐 걱정했고요. 근데 정말 아니에요. 오히려 일찍 철들고 속 깊은 애들이 더 많아요. 취업을 염두 에 둔 친구들이 거의 90%에요. 목표가 확실하니까 다들 열심히 해요. 취업하는데 학교성적이랑 자격증이 중요하거든요. 시험기간 되면 장난 아니에요. 공부했냐고 물어보면 공부 안 하고 잤다고 그래요. 자격증 때문에 학원도 많이 다니고요. 제 학교 성적이요? 상위 2% 안에는… 항상 들었어요. (웃음) 학교생활은 재미있었어요. 학교 축제 중에 ‘미스 아랑’을 뽑아요. 학교 대표 미인을 뽑는 건데 거기서 2등 했어요. 금융동아리 가입해서 공부도 하고. (사)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에서 주최한 ‘제9회 스승과 제자 중국 금융연수’라는 프로그램에 뽑혀서 중국도 갔다 왔어요.

첫 사회생활이라 어려운 점 있죠.

학생 때랑은 전혀 달라요. 내 일은 내가 책임져야 하니까요. 간혹 나이 어리다고 함부로 하고, 윽박지르는 손님도 있어요. 실적도 신경 써야 하고. 그것보다 더 큰 건 은행원이라는 직업이 조금만 실수해도 금액차이가 크게 나잖아요. 나 때문에 고객에게 피해가 갈까 봐 그게 가장 어려워요. 맞다! 화장도 꼭 해야 해요. 저는 화장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잘 못 하거든요. 저번에는 너무 귀찮아서 비비크림만 바르고 갔더니 옆자리 선배 언니가 ‘아영아 오늘 좀 수수해 보인다.’ 그러는 거예요. 그때 생각했죠. 꼭 하고 다녀야겠구나. (웃음) 

정규직은 아니에요.

그래도 정년까지 일할 수 있어요. 입사 2년 뒤에는 시험 봐서 정규직 전환도 가능하고요. 대졸 직원과 비교해서 부당한 대우는 없어요. 서로 계장님이라고 부르고 똑같이 일하고 같은 급여를 받아요. 대신 대졸 직원은 호봉을 더 인정해줘요. 그걸 부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예전보다 고졸 직원에 대한 부당한 처우가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새로워요.

어떤 고객이 올지 모르는 거잖아요. 어느 날은 어떻게 일 처리를 해야 하는지 손도 못 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자책하고 주말에 꼭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해요. 그러고 못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요. 올해는 업무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배워야 할 게 정말 많아요. 일 적응하면 취미로 악기도 배우고 싶어요. 물론 정규직 전환도 준비하고요.

고등학교 다닐 때

학교가 사회 같았어요. 학생이라기 보단 취업 준비하는 사회 초년병 같달까. 학교에서 친구들이 실수하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해요. 자기를 갈고닦아야 해요. 취업해야 하니까요. 대학 진학한 친구들 보면 부럽기도 해요. 저희는 선택의 폭이 좁잖아요. 은행, 공사 아니면 중소기업 사무직이에요. 반면에 대학생은 여러 가지 경험하고 그중에 선택할 수 있잖아요. 아쉽긴 하지만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후회하지도 않고요. 대학 진학하고 싶으면 언제든 할 수 있어요. 회사에서 지원도 해주고요.

아침 7시 30분에는 출근해요.

회의하고 업무 준비하다 보면 금새 영업시작이에요.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게 지나가요. 여유는 없지만 재미있어요. 대리님이 대학생인 척 연극 해보자고 해서 한남대로 술 마시러 간 적이 있어요. 반바지에 백 팩 메고 선배님이라고 부르고 그랬죠. 좋아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하려고요.


글 사진 박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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