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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12호] 바람이 불면 쌀알이 흩어지던
활짝 열어둔 문은 바람도, 지나가는 사람도 가는 길을 붙잡는다. 햇볕 뜨거운 주차장에 앉아 있다가 슥 들어와서 자리를 잡는 주차장 아저씨, 지나가다 “뭐 하는 곳이냐”고 물으며 들어오는 주민들, 전시장이라고 하니 머쓱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아는 풍경’이 걸린 벽을 가만히 들여다 보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인동시장 한가운데에 문을 활짝 열어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인동창고12호에서 지난 7월 17일부터 24일까지 물물교환 프로젝트가 열렸다. 인동에서 파는 잡곡을 곱게 갈아 만든 차가운 잡곡라떼 한 잔과 가지고 온 물건을 교환하는 프로젝트다. 어떤 물건이든 관계없다. 가지고 온 물건 중에는 신던 신발도 있고, 보던 책도 있다. 물물교환이 끝나면 잡곡과 우유를 넣어 갈아 만든 잡곡라떼를 맛볼 수 있다. 선선한 바람만 불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르게 앉아 있을 것 같다.
벽에는 인동시장의 옛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이 죽 걸렸다. 인동시장에서 나고 자란 주민들의 관심사는 사진 속 인물이었다. 인물 중 하나는 누구네 아들이었고, 그시절에 있었던 건물이었고, 지금은 추억에만 있는 풍경이다. 지난 5월, 인동창고12호가 문을 열고 벽에 걸린 사진을 보던 주민들의 한바탕 고증이 오갔다.
“편하게 주민분들이 오가는 곳은 아니에요. 그래도 가끔씩 들르는 주민 분들이 벽에 걸린 옛날 사진을 보면서 얼굴 맞히기를 하시는 게 재미있어요. 워낙 오래들 이곳에 계셔서 옛날 사진이어도 다 아는 사람이더라고요. 작은 프로젝트를 하나씩 하면서, 올 가을에는 1년간 했던 것을 모아서 마무리 전시를 열 거예요. 오늘 물물교환한 물건들도 그때 전시에 쓰일 예정이에요.”
인동창고12호 김보람 연구원의 이야기다. 대전 동구 대전천동로 450, 40년이 넘었다는 주상복합 건물 1층에 자리한 인동창고12호는 이 자리에서 인동시장을 하나둘 기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