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2호] 일본의 명절 오봉

  가을 향기가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할 즈음엔 기나긴 추석 연휴가 머지않았다는 사실에 절로 어깨춤이 납니다. 명절 동안 가족끼리 어디 놀러 갈까, 오랜만에 친척 언니, 오빠, 동생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아주 기뻤지요. 일본에서 직장인이 되었을 땐 연휴의 반가움은 더욱더 컸습니다. 한국에 가서 가족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일본도 한국처럼 설날, 추석처럼 비슷한 시기에 긴 명절이 있습니다. 다가오는 가을에 있는 일본의 명절은 ‘오봉’입니다. 새해에 있는 명절인 ‘오쇼가츠’와 함께 일본의 2대 명절로 꼽히지요. 

                 

    

오봉은 일본 고유의 신앙과 불교의 사상이 합쳐진 명절로, 조상님들을 기리기 위한 날입니다. ‘오봉’이란 일본어로 그릇이라는 뜻인데요. 원래 조상님께 바치는 공물을 담는 그릇에서 명절의 이름이 기원했다고 해요. 음력 7월 15일이 전통적인 오봉의 날짜이지만 양력이 보급되면서 양력 7월 15일이나 양력 8월 15일 등 지역마다 오봉을 쇠는 날짜가 달라졌습니다. 대부분은 양력 8월 15일에 쇠지만, 동경이나 요코하마 지역은 양력 7월 15일에, 오키나와 지역은 음력 7월 15일에 쇱니다. 

 

                   
오봉의 제사는 석가모니의 제자인 목련존자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제사를 지냈던 것이 시작이라고 합니다. 목련존자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전의 업 때문에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어떻게 해서든 어머니를 구하고 싶었던 목련존자는 석가모니께 어머니를 구할 방법을 물어보았지요. 석가모니는 어머니의 과거의 업을 지울 순 없지만, 어머니가 하지 못한 업을 이루면 될 것이라 조언해 줍니다. 목련존자는 여름의 수행이 다 끝난 7월 15일에 승려를 불러서 아주 많은 음식을 준비하여 많은 사람과 나누고, 불법의 가르침도 전파했습니다. 그러자 목련존자의 어머니는 지옥에서 빠져나와 극락왕생하게 되었다 해요. 이 일을 기원으로 오봉이라는 명절이 점점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고 합니다. 

               
오봉에 행하는 풍습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일본은 지역의 특색이 강한 나라이다 보니, 지역에 따라 풍습의 형태도 제각각이에요. 대표적인 것은 ‘봉오도리’라고 하는 춤입니다. 추석에 강강술래나 달맞이를 하듯이, 오봉의 밤에는 남녀노소가 절에 모여 춤을 춥니다. 누구나 출 수 있는 춤으로, 광장 가운데에 높은 나무 기둥을 놓아 그것을 중심으로 돌아가며 음악에 맞추어 봉오도리를 추지요. 요즘은 절뿐만이 아니라 역 앞이나 공원 등 더 대중적인 장소에서도 봉오도리가 한판 벌어지곤 해요. 봉오도리는 지옥에서 벌을 받는 걸 모면한 영혼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표현한 춤입니다. 여름 축제의 클라이맥스라 할 정도로 봉오도리는 오봉뿐만 아니라 일본 여름의 대표적인 풍습입니다. 

                                           

                 
조상님이 오봉 때 저승과 이승을 오갈 수 있도록 탈 것을 준비해주는 풍습도 있습니다. ‘쇼료우마’라 불리는 동물을 준비하는데요, 오이와 가지, 성냥개비나 토막 낸 나무젓가락을 이용하여 말과 소를 표현한 조형물을 만듭니다. 오이로 만든 말은 빠른 짐승으로 저승에서 이승의 집으로 한시라도 빨리 올 수 있도록, 가지로 만든 소는 느린 짐승으로 집에서 저승으로 조금이라도 늦게 돌아가시도록 소원을 담아 만듭니다.
  

                                  

                 
그 외에 오쿠리비, 무카에비라 하여 영혼이 오봉에 이승으로 잘 찾아올 수 있도록(오쿠리비), 또 저승으로 다시 잘 돌아갈 수 있도록(무카에비) 불을 지피는 풍습도 있습니다. 
재일한국인 가족인 우리는 8월 15일, 가족이 모두 모여 제사를 지내요. 상을 차리는 방법이나 바치는 음식은 한국의 전통적인 방법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조상님을 소중히 여기고 기리는 마음은 똑같습니다. 제주도 출신인 우리 가족은 조상님들을 위해 그분들이 생전에 좋아하셨던 제주도의 기름떡, 옥돔 등을 제사상에 올립니다.                       

그리고 제사가 끝나면 가족이 다 함께 즐겁게 나누어 먹지요. 손꼽아 오봉을 기다리는 저나 일본 사람들처럼, 저세상의 조상님들도 봉오도리를 추고 제사 음식을 먹으러 가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글 사진 박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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