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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8호] 복합문화공간 바움
자연과 잘 어울리는 나무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이곳은 조용하다. 몇몇 공장을 제외하면 주변은 다 밭이고 산이다. 낮은 담벼락보다 더 작은 대문을 지나면 총 세 채의 작은 집이 보인다. 이 중 가운데 있는 것이 바움 사무실 겸 아트숍이자 공방이다.
바움은 문을 연 지 이제 2년이 막 지난 문화예술 공간이다. 2001년부터 옥천군 청산면에서 문화공간 예곡을 운영하던 전희관, 이정미 대표가 이곳 옥천읍에 새로 터를 잡았다.
컨테이너에 자재를 이어 붙여 아트숍과 작은 탁자를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눈썰미가 좋지 않은 탓에 컨테이너로 만든 곳인지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자세히 보니 보인다. 빨간 페인트를 칠한 컨테이너 테두리가 집 안에 들여놓은 큰 액자처럼 보인다. 액자 안은 공예품으로 가득하다.
10년 넘게 자연예술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전희관 대표는 올해 6월, 프로그램 기반을 더 튼튼히 하기 위해 협동조합도 만들었다. 컨테이너로 만든 바움 공방도 협동조합 회원들과 함께 만든 곳이다. 전 대표는 바움이 자연예술학교 중심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바움은 문화예술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자연예술학교가 큰 테마예요. 이곳은 문화공간 예곡을 운영하면서 연을 맺은 사람들과 함께 만든 곳이기도 해요.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분들이 모인 공동체라고 할 수 있죠. 중심거점을 청산면에서 옥천읍으로 옮긴 건 자연예술학교 프로그램을 더 체계적으로 만들고 싶어서였어요.”
예곡에서는 아이들 프로그램을, 바움에서는 주로 어른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전희관 대표가 직접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이용해 천연염색, 직물 공예 등의 수업을 한다.
“요즘 부모들이 교육에 관심이 많아요. 이곳에서 아이들이 뭔가를 배우는 것에 의미를 두더라고요. 이 정도 했으니 아이들이 이만큼은 배워가야 한다든가, 뭘 얻어가야 하는 거죠. 자연예술학교, 문화예술 공간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이곳은 아이들이 편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꼭 눈에 보이는 어떤 것을 얻는 것에만 목적을 두지는 않아요. 자연과 함께하면서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면 좋겠고요.”
전희관 대표는 바움이 사람들이 찾아와 편히 쉬고 갈 수 있는 곳이 된다면 그걸로 됐다고 했다. 사랑방 같은 곳이면 좋겠다고 말이다.
“저는 지금 굉장히 편해요. 꾸미지 않아도,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있어요. 진짜 자신을 숨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을 사람들도 자연에서 찾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바움이 사람들이 모여 함께 쉬는 곳이 되길 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