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8호] 대전문화재단 대전원로예술인 구술채록사업

지난 7월 21일, 중구 선화동 김란 무용가의 연구실. 연습 공간 옆 작은 사무실에 사람들이 모였다. 의자 두 개와 탁자를 적당한 곳에 놓고 그 앞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손들이 바쁘다. 김란 무용가와 김란 무용가의 구술채록을 맡아 인터뷰를 하는 이찬주 연구원이 자리에 앉는다. 이찬주 연구원의 질문에 김란 무용가는 50년쯤 전의 이야기를 막힘없이 풀어 나간다.

대전문화재단이 올해부터 진행하는 대전원로예술인 구술채록사업 일부로 김란 무용가의 2회차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대전문화재단은 올해 1월부터 12월까지 6천만 원의 예산을 들여 대전 원로예술인 구술채록사업을 진행한다. 생애사 다섯 명과 주제사 한 건을 선정해 대전 예술사를 기록한다.

아카이빙을 목적으로

대전문화재단은 지난 1월, 막월문화포럼에서 대전원로예술인 구술채록사업을 알렸다. 대전원로예술인 구술채록사업은 무형의 정보와 지식의 체계적인 기록으로 대전원로예술인의 위상을 제고하고 대전예술사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를 마련하며 지역 예술 정체성 확립 및 동시대 예술 발전에 기여를 목적으로 한다.

먼저 각 예술 분야 협회의 추천을 받아 구술자 후보를 선정했고 대전 문화·예술을 잘 아는 이들로 구성한 선정 위원들이 구술자를 선정했다. 구술자 선정의 첫째 기준은 나이였다. 70세 이상이어야 했고 대전 문화·예술 각 분야의 대표성을 띤 인물이어야 했다. 몸 상태를 고려해 65세 이상도 선정 대상이 됐다.

최종 선정한 생애사 부문 다섯 명은 노덕일(음악, 1941), 임봉재(미술, 1933), 김란(무용, 1943), 조남홍(국악, 1936), 신건이(사진, 1934) 씨다. 주제사로는 공연장 중심으로 본 예술사-대전시민회관편을 선정했다. 이후 채록 연구원을 공모·선정해 구술채록을 진행하고 있다.

대전문화재단 김민서 담당자는 “그간 대전문화재단에 신진예술가 발굴 사업은 있었지만, 원로 예술인의 행적을 정리하는 사업은 없었다. 원로 예술인의 행적을 정리하면 연구자들과 시민이 과거에 어떤 활동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라며 “우선 아카이빙이 목적이고 이것을 바탕으로 콘텐츠화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해에는 주제사만 책으로 펴내고 생애사와 관련한 자료는 대전문화재단이 보존하다가 자문 회의를 거쳐 추후 콘텐츠화할 계획이다.

  

  

현재를 되돌아보는 기록

이날, 김란 무용가의 인터뷰는 2회째 진행하는 것이었다. 인터뷰는 두 시간씩 총 4회 진행하며 이를 녹음, 사진, 영상으로 기록한다.

이찬주춤자료관 대표인 이찬주 연구원은 “원래 무용가들을 인터뷰해 콘텐츠화하는 작업을 해 왔지만, 대전 원로예술인 구술채록사업을 맡아 진행하면서 숨겨진 이야기, 더 세세하고 지역적인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날, 김란 무용가는 과거, 극장에서 무용 공연을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960년대, 무용이 좋아서라기보다 무대 공연의 신비로움에 끌려 온 관객들로 극장은 붐볐다. 중도극장과 신도극장에서 무용 공연을 주로 했는데, 김란 무용가는 무용 공연은 열리지 않던 대전극장과 아카데미극장에서도 무용 공연을 시작했다. 김란 무용가는 당시 관객들이 소박했다고 회상한다. 웃기면 웃고 눈물 나면 울었던 관객들, 군부대에 위문 공연이라도 한 번 다녀오면 편지가 열 통쯤은 왔다.

김란 무용가는 “내가 내 생애를 정리해야 할 때인데 대전문화재단에서 해준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과거를 돌이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지나고 보면 가장 힘들었던 때가 가장 아름답다. 내 이야기를 보고 듣는 사람들이 이렇게 어려웠던 시대도 있었다고, 지금 일들을 어렵더라도 행복하게 생각하면서 발전성 있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성수진 사진 정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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