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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8호] 영화음악 카세트테이프를 모으는 김효 씨
처음 영화음악 카세트테이프를 모으기 시작한 건 15년 전 일이다.
“부모님 결혼기념일에 아버지가 어머니께 영화음악 카세트테이프를 선물했어요. 그 계기로 영화음악을 알게 됐죠. 마침 그 무렵 영화음악 붐이 일면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영화음악 카세트테이프에 대한 관심은 전국 여행으로 이어졌다. 영화음악 카세트테이프 사러 가는 여행은 치밀하게 계획을 짠다기보다는 무작정 가는 것에 가까웠다.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테이프 사러 가는 여행은 의미 있었다. 다양한 장소에서 모은 경험과 새로운 자극은 나를 되돌아보게 했다. 하나하나 어디서 샀는지 다 기억한다. 여행을 간 기억이기 때문이다. 20년, 30년 넘은 카세트테이프, 하나를 사기 위해 차비 20~30만 원을 들여서 간 적도 있었다.
“영화음악 카세트테이프를 모으는 건 아날로그적인 취미잖아요. 어린 시절부터 애정을 갖고 했던 이 취미를 통해 여행 하게 됐고 생각도 깊어지고 휴식도 됐어요. 그런 점에서 나의 미래를 위한 에너지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기회가 생기면 영화음악 카세트테이프를 모으면서 여행한 다양한 이야기를 지인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영화음악 카세트테이프를 모으는 취미, 남들은 특이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김효 씨에겐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영화 음악은 많이 서정적이에요. 음악 만들 때 영화를 충분히 이해하고 장면마다 어울리는 배경음악이 들어가요. 섬세한 작업으로 감정을 그려내요. 그리고 어떻게 보면 한 영화 한 편이 조그마한 카세트테이프에 담긴 거잖아요. 미학적으로 영화 이미지를 싣기 위해서 공을 많이 들였단 말이에요. 크기도 마음에 들고 예쁘다고 생각해요. 영화 음악 자체도 좋지만 그런 점에서 이 작은 물건에 애착이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한계를 느낀다. 테이프가 있는 음반가게가 점점 없어지기 때문이다. 전국의 모든 가게를 돌았을 때 더는 살 곳이 없다고 생각하면 슬프다.
“예전에는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려고 샀는데 이제는 나오지도 않고 너무 귀하니까 감상할 때 조심스러워요.”
열정의 흔적은 중간에 손실한 것을 제외하고 약 530개의 테이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김효 씨는 강원도와 제주도 여행을 마지막으로 영화음악 카세트테이프 모으는 취미를 끝내려한다. 소중한 추억을 가슴속에 잘 간직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