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8호] 박인자 할머니, 박인자 기자

“내가 무슨 할 말이 있나? 난 그냥 보통 할머니예요.” 인터뷰하기가 영 부담스러웠지만 ‘보통 할머니’는 전화를 받고 설레기도 하고 잠도 안 오더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손녀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런 얘기, 저런 얘기, 손녀를 키우며 석교마을신문 기자로 활동하는 ‘보통 할머니’의 특별한 일상을 들려주었다.
손녀딸 키우는 박인자 할머니

박인자 할머니는 석교동에서 초등학교 6학년 손녀를 키우며 지낸다. 아기 때부터 키우고 있는데 손녀를 키우며 얻는 게 참 많다.

“제 나이에 비해 욕심껏 키우려고 해요. 공부도 사설 학원 안 보내고 제 손으로 가르쳤어요. 1학년 때부터 가르치다 보니 함께 배우면서 가르치는 거였죠. 노인네 머리도 쓸 데가 있더라고요.”

손녀가 6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마무리만 함께하는 식으로 공부를 봐 준다. 작년에는 손녀가 다니는 석교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수학 교사로 활동했다.

“방과 후 수업 끝나고 학원에 갔다가 집에 여덟 시나 돼야 들어가는 애들이 우리 손녀딸을 부러워했어요. 학원 다니기 싫어하는 한 아이가 자기 엄마한테 전화 좀 해달라고 해서 전화해 준 적이 있었어요. 엄마가 한 달 동안 학원을 끊어보겠다고 하더니 1주일 끊고 다시 보내더라고요.”

박인자 할머니는 다른 건 몰라도 손녀가 영어 학원 정도는 다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손녀가 영어 학원 대신 영어 방송인 아리랑 TV를 보겠다고 해서 아침마다 TV를 틀어 놓는다. 손녀가 하고 싶은 일에 힘을 실어 주고 싶고, 손녀가 주도적으로 세상을 살기를 바란다.

  

  

석교동 박인자 기자

“처음 석교마을신문을 받아든 날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부담돼서 연락 못 했어요. 그러다 손녀딸이 ‘할머니, 같이 해 봐요.’ 하면서 용기를 줘서 함께하게 됐어요.”

박인자 기자는 석교마을신문에서 활동한 지 3개월이 된 신입 기자다. 손녀가 방송국 어린이 기자단 활동을  하다가 학교생활이 바빠지며 못하게 된 게 아쉬웠던 박인자 기자는 손녀와 함께 석교마을신문 기자가 되었다.

“우리 나이 사람들은 집에서 놀죠. 그런 분들이 젊은 사람들과 화합하면 좋지 않나 생각했어요. 동네 어르신한테 점심 한 끼 주는 게 문제가 아니에요. 어른들이 사회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지 않나….”

처음엔, 젊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됐다. 석교마을신문과 함께한 지 몇 달이 지난 지금은 그 걱정이 기우였다는 걸 안다. 젊은 사람들은 박인자 기자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었고 박인자 기자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사로 풀어냈다. 처음 쓴 기사에는 예순일곱 나이로 마을 기자단에 문을 두드리게 된 내용을 담았다. 이 기사를 보고 좋았다는 전화도 많이 받았고 전국 마을 신문 워크숍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마을신문 기자로 활동하며 마을을 바라보는 눈도 바뀌었다. 사회생활을 하느라 옆집에 누가 사는지만 알았지 마을에 관해 알려는 노력은 하지 못했었는데 이제는 마을 구석구석을 살핀다. 그 시선을 손녀에게도 전해주고 싶다. 그리고 손녀에게 자랑스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

“예순일곱이면 젊어요. 집에서 손녀딸만 보기에는 썩히는 능력이 많죠. 저와 비슷한 나이 사람들이 사회에 용기 있게 발을 내밀었으면 좋겠어요.”


글 사진 성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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