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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8호] (주)공감만세 여행운용2팀 김태형 팀장
프랑스 파리로 에펠탑 보러 간다고 생각해보세요.
기차타고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할머니가 자신의 집에 가자고 해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라면 그 외국인 할머니를 따라갈 거예요.
에펠탑은 10년 뒤에도 볼 수 있지만, 그 할머니는 그때 아니면 다시는 볼 수 없잖아요.
저는 그런 여행이 좋아요.
계획을 얼기설기 짜서 무작정 떠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을 즐기는 편이에요(웃음).
대기업 취업률이 80%라는 모 대학 기계과를 다녔다. 그저 그렇게 졸업했더라면, 태형 씨는 지금쯤 대기업에 취업해 안정적인 삶을 살았을 거라고 말한다. 그것도 나름 행복한 삶이었을 거라고 덧붙이면서도, 태형 씨는 정작 그러지 않았다.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불쑥 공정여행을 전문으로 기획하고 운용하는 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에 취직했다.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가슴이 ‘콩딱콩딱’하고 설레는 마음, 태형 씨는 그런 짜릿한 행복을 포기할 수 없었다. 무엇이 더 나은 삶이라고 할 순 없지만, 대기업에 다니는 것과는 분명 다른 행복이고, 다른 삶이었다.
여. 행. 태형 씨는 어쩌다가 이토록 여행을 사랑하게 된 것일까? 잊을 수 없는 두 가지 기억이 있다.
“수능 끝나고 친구들과 제주도로 떠났어요. 친구들에게 패키지여행 대신, 자전거 타고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아보자고 제안했죠. 실제로 3박 4일 동안 자전거 타고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았어요. 그때 처음 여행의 참맛을 느꼈던 것 같아요.”
그것을 계기로 대학에서 여행 동아리 활동을 했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국내 여행을 할 것, 여행 가서는 술과 도박 등 유흥과 음주가무를 하지 않을 것 등 나름 원칙이 있는 여행 동아리였다. 매달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다. 그중에서도 태형 씨는 가평 갔을 때를 잊지 못한다.
“일이 있어서 뒤늦게 혼자 갔거든요. 버스를 여러 번 갈아타는 네 시간 여정이었어요. 그때 마침 비가 적당히 왔어요. 지금도 잊을 수 없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산 전체가 안개로 가득하고, 저는 혼자 버스를 타고 여행지로 가고 있고…. 그런 상황과 순간이 정말 좋았어요. ‘아, 이게 진짜 여행이구나.’ 하면서 기분이 묘했던 것 같아요. 그날을 계기로 대학 내내 여행에 미쳐 살았죠.”
여행에 미친 사람, 그런 만큼 태형 씨는 나름 여행 철학이 있다. 우선 가급적이면 혼자 떠난다. 내일 저녁은 누구와 먹게 될지 모르는 여행, 태형 씨는 그런 여행에 설렌다.
“혼자 떠난다는 건, 새로운 만남의 가능성이거든요. 누군가와 같이 떠나면 절대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없어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저는 프랑스 파리로 가는 기차에서 만난 할머니를 따라간다면 ‘여행’, 에펠탑을 보러간다면 ‘관광’이라고 생각해요.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과의 교감, 교류, 소통, 그런 게 진정한 여행인 것 같아요.”
또 하나, 태형 씨는 여행지를 정복하듯 여러 군데 다니는 것보다는, 한 지역을 오래, 그리고 깊게 들여다보는 여행을 좋아한다.
“제가 뉴질랜드에 한 달간 배낭여행을 갔었는데, 주변에서 왜 한 달이나 가냐고 물었어요. 보름이면 충분하지 않느냐고요. 저는 다녀와서 한 달도 부족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나라, 그 지역마다 정말 많은 스토리가 있잖아요. 애정을 가지고 여유롭게 여행지를 즐기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주)공감만세 여행운용2팀장으로 태형 씨는 오늘도 바쁘다. 새로운 공정여행을 기획하고, 다녀온 공정여행을 정리한다. 몸도 마음도 늘 바쁘다. 하지만 삶의 중심에 여행이 있어 오늘도 설렌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래서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