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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12호] 걸으면 걸을수록 새로운 모습_대전시티트레킹
지난 7월 처음 시작한 대전시티트레킹 여행 중 지난 7월 21일 떠난 여행은 ‘대전의 숨결’ 탐방이다. 천연기념물센터와 한밭수목원, 이응노미술관, 국가기록원을 걸으며 그동안 제대로 보지 못한 대전을 알아 간다. 여행을 위해 필요한 건 오직 두 다리뿐. 여행 중에는 절대로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는다. 걱정할 필요는 없다. 길을 걷다 새로운 장소를 만나면 잠시 들러 숨을 고르고 다시 걷기 때문이다.
여행을 위해 모인 사람은 다섯 명. 그중 세 명은 똑 단발을 한 여중생이다. 부모님이 참가 신청했다는 아이들은 자의 반 타의 반 방학을 맞아 여행에 참여했다. 대전을 가장 잘 알아가야 할 이 친구들이 이번 여행을 통해 대전의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천연기념물센터에서 여행을 시작했다. 천연기념물센터를 한 바퀴 돌고 나면 왜 이곳을 첫 번째 장소로 선택했는지 알 수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전에만 있는 천연기념물센터는 문화재청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10년 전 개관했다. 천연기념물은 오랜 기간 자연 속에서 인간의 역사와 함께 숨 쉬어 온 자연적, 문화적 상징물이다. 천연기념물센터는 천연기념물을 보존하며 우리의 지난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만들었다. 천연기념물센터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커다란 노거수가 눈에 띈다. 노거수는 예로부터 그 지역의 문화적, 종교적 역할을 해 왔다.
노거수에 얽힌 전설은 마을 주민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매년 제를 드리며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기도 하고 잎이 나는 모양을 따라 그해 농사를 점치기도 했다. 대전을 대표하는 천연기념물 중 하나도 바로 노거수다. ‘괴곡동 느티나무’는 7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마을 주민과 함께했다. 우리가 천연기념물센터를 방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천연기념물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우리의 삶과 관련 있는지 알아야 대전의 천연기념물을 더 잘 이해하고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다. 천연기념물센터를 둘러보다 보면 재밌는 사실 몇 가지를 발견한다. 한국 토종 호랑이는 멸종한 지 오래지만, 천연기념물이 될 수 없다. 인간에 해를 끼치는 존재는 천연기념물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한국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한 표본으로만 보존하고 있을 뿐이다.
도심 속 숲을 지나
천연기념물 센터에서 동원으로 이어지는 길
천연기념물센터에서 나와 오른쪽 길로 걸어가면 자연스럽게 한밭수목원 동원으로 이어진다. 한밭수목원은 크게 다섯 군데로 나뉜다. 동원과 서원, 엑스포시민광장(남문광장), 열대식물원, 둔산대공원이다. 평송청소년문화센터와 천연기념물센터 옆에 열대식물원과 둔산대공원이 있고 그 뒤로 동원이 있다. 동원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면 큰 공연장이 있는 엑스포시민광장이 있다.
한밭수목원 동원
종종 이곳에서 공연이 펼쳐진다. 엑스포시민광장은 낮보다 밤에 더 활기를 띠는 곳이기도 하다. 해가 지면 대전 시민이 자전거와 보드를 즐기기 위해 이곳으로 모여든다. 엑스포시민광장을 지나면 서원이 나온다. 서원은 시립미술관, 대전예술의전당과 가깝다. 대전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봤을 한밭수목원이지만 한밭수목원 일대를 다 돌아본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엑스포시민광장에서 자전거와 보드를 즐기거나, 서원과 동원 중 한 곳만 둘러본다. 한밭수목원 일대를 처음으로 모두 돌아본 사람이라면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랄지도 모른다. 한밭수목원은 맛있는 식사를 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서원을 가로질러 나오면 만년동 식당가가 보인다. 취향 따라 여행을 고르듯 점심도 고르면 된다.
엑스포시민광장(남문광장)
배가 두둑해지면 다시 발걸음을 옮겨 이응노미술관으로 향한다. 이곳은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한국과 프랑스에서 예술 활동을 펼친 이응노 화백을 기리기 위해 2007년 5월 개관했다. 이응노 화백은 한국적인 수묵화와 서양의 미술 기법을 접목한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오는 9월 18일까지는 개관 10주년을 맞아 한국 1세대 여성 화가이자 이응노 화백의 반려 박인경 화백의 전시가 열린다. 이응노미술관은 입구에 있는 카페테리아부터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으로 북적인다. 활발하고 자유롭게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대전의 대표 예술 공간 중 하나다.
대전을 기억하기 위해
국가기록원 가는 길
이제 마지막 코스다. 국가기록원 대전기록관으로 가는 길은 이 여행에서 가장 재밌는 길이다. 이응노미술관을 나와 길을 건너면 네 개 관이 우뚝 서 있는 정부청사가 보인다. 정부청사 입구 옆 화단 쪽으로 걸어 들어가면 나무가 우거진 숨어 있는 길이 나온다. 이 길은 총 여섯 개 구간으로 이루어진 대전 서구 황톳길이다. 국가기록원으로 가는 구간은 만년네거리부터 둔산대공원삼거리로 이어지는 6구간이다. 이번 여행을 준비한 코디네이터도 이 길을 얼마 전 우연히 발견했다고 한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금세 국가기록원에 도착한다. 대전 사람에게도 낯선 국가기록원은 2013년도에 개관 후, 2015년 1월 정식 운영을 시작했으며 청사 안에 본원을 두고 있다. 청사 본원은 정책을 수립하고 권역별로 기록물을 나눠 보관한다. 그중 하나가 국가기록원 대전기록관이다.
한밭수목원 서원
국가기록원은 서고, 복원실, 전시실로 나뉜다. 개인적으로 이곳을 방문한다면 서고와 복원실은 관람할 수 없다.
국가기록원은 언제나 서늘하다. 기록물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도를 18~22℃로, 습도를 40~45℃로 유지하기 때문이다. 전시실에서는 정기적으로 역사적인 사건과 주제에 관한 기록물을 전시한다. 지금은 ‘기록으로 보는 대전’ 전을 열고 있다. 대전이직할시가 된 직후의 기록물과 처음 대덕연구단지가 들어서기 위해 진행했던 회의록, ‘93 엑스포 리플렛과 꿈돌이 기념 브로치, 대전의 옛 모습을 찍은 시민의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실을 둘러보며 어른은 과거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아이는 호기심 가득한 질문을 던진다.
이응노미술관 전시실
대전기록관을 나오며 여행에 참여한 이명희 씨는 “이 주변에 살면서 내가 사는 동네가 여행코스가 될 수 있는 줄 몰랐어요. 새로운 대전을 알았네요.”라고 말한다. 이에 이명희 씨에 이끌려 여행에 참여한 배향숙 씨는 “대전으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됐는데, 다른 곳도 걸으며 대전을 더 자세히 알아가야겠어요.”라며 웃는다. 대전 사람도 몰랐던 장소를 찾아가는 대전시티트레킹은 대전 사람, 대전을 알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숨어있는 대전의 모습을 보여 주는 여행이다.
국가기록원 전시실
반나절 두 발로만 여행할 수 있는 도시 대전. 이번 여름, 케리어에 무거운 짐을 꾸리기보다는 가벼운 옷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내가 사는 대전을 걸어 보는 건 어떨까.
글 사진 오시내
대전시티트레킹 4개 코스
1. 스타 학창시절 탐방코스 - 대전 출신 연예인의 추억이
담긴 장소와 드라마, 영화 촬영지를 걷는다.
2. 카페거리 탐방코스 - 반석동과 지족동 카페 거리를 걷는다. 카페마다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3. 대전의 숨결 탐방코스 - 대전 사람도 잘 알지 못했던 숨은공간을 찾아간다.
4. 명사와의 산책 탐방코스 - 대전의 명사와 함께 길을 걸으며 사색할 수 있다.
※ 세부 일정은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음
※ 참가신청 방법 공감만세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신청
홈페이지 www.fairtravelkorea.com
전화 042.335.3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