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4호]화성생태문화답사기 팸투어






지난 11월 19일, 화성시생태관광협동조합과 (주)공감만세가 주최하는 청소년 교육여행 화성생태문화답사기 팸투어 2편 ‘비봉(飛鳳), 습지 위로 날아간 새’를 진행했다.
팸투어(Fam Tour, Familiarization Tour)란 일종의 사전답사로 여행을 상세히 소개하고자 집중 홍보대상을 선정하여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날은 화성시 비봉습지의 생태유산을 체험했다.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떠난 여행
   “오늘 하루 청소년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체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진행을 맡은 화성시생태관광협동조합 박혜영 사무국장의 말로 여행의 첫발을 내디뎠다. 화성생태문화답사기는 아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떠난 여행이다. 청소년 교육여행 목적으로 만든 여행을 아이들이 체험하기 전 시험해 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전날 우음도에
이 이어졌다. 원래 갯벌이었던 마을이 인공습지가 된 배경을 듣고 진짜 비봉습지를 체험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부터 비 올 듯 우중충한 날씨는 좋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환경은 팸투어 역할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었다.서 진행했던 첫 여행에 이어 두 번째 프로그램은 사마천이 조용히 감싸고 있는 비봉습지전망대에서 시작했다. 학부모회장, 생태전문가, 환경운동가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30여 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전망대에서의 일정은 체험을 더욱 즐겁고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전 단계였다. 첫 순서로 두 명씩 짝을 지어 자신이 아닌 상대방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자기 소개시간을 가졌다. 인사 나누는 시간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처음보다 훨씬 친해져 있었다. 40여 분 정도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마친 뒤 비봉습지에 관한 간단한 설명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즐거워할까
여행의 목적은 간결하고 명확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즐겁게 배우도록 하게 하자.’이다. 프로그램 또한 이에 맞게 구성했다. 미션 수행 중심으로 이뤄진 프로그램은 원활한 진행을 위해 대추, 솔방울, 조약돌, 돌멩이 총 네 개의 팀으로 나눴다. 미션은 5단계로, 미리 나눠준 워크북을 이용하여 진행됐다. 처음 마주한 습지는 언뜻 보기엔 ‘재미’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미션을 시작하자 생각이 달라졌다. 습지는 다양한 식물, 곤충, 새 등이 사는 생태계의 보물창고였다. 다만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아이들이 스스로 찾고 느끼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아이들이 미션을 수행하면서 관찰하고 워크북에 적어가며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했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수동적인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션이 있으면 훨씬 적극적으로 변하죠. 기획 당시 해설자의 일방적인 해설보다는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체험 위주로 구성한 것도 그 이유입니다.”
 

박혜영 사무국장은 이번 답사는 기존의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여행에서 벗어난 쌍방향적 여행을 지향한다고 했다. 식물을 찾아 단면을 살펴보고, 모르는 식물의 이름을 짓고, 벌레 먹은 나뭇잎을 구하는 등의 미션은 아이들에게 습지 곳곳을 살펴보게 하고 상상력을 키우게 하기 위함이다.
미션의 참신함도 목표에 다가가는 데 한몫했다. 이날, 가장 반응이 좋았던 미션은 ‘미션 4’에서 수행한 새집 만들기와 습지 수생곤충 채집이었다. 주변 자연물과 미리 준비된 재료를 이용한 새집 만들기는 어른들을 어린 시절 장난꾸러기로 돌아가게 했다. 또한 습지에서 채집한 수서곤충을 관찰하는 체험은 자연을 이해하는 데 있어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 줬다.
“자연을 책으로만 공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과거와 달리 대부분 도시에서 자라는 학생들에게 이러한 현장체험은 꼭 필요한 수업입니다.”
화성오산교육청 학부모지원단 김명희 씨는 직접 경험의 중요성에 관해 강조했다. 청소년 교육여행에서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었다.  


비봉습지 여행이 우리에게 남긴 것들
이번 여행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자유학기제의 수업 목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6개 학기 중 한 학기 동안 중간, 기말고사를 보지 않는 대신 토론, 실습수업이나 직장 체험활동과 같은 진로교육을 받는 제도를 말한다. 교실에서만 받는 수업이 아닌 폭넓은 학습경험을 제공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참가자 중 화성시청 사회적 공동체 담당관 김진관 씨가 여행에서 중점적으로 본 사항도 이 부분이다. 
“가장 중요하게 본 사항은 이 답사가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관한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비봉습지답사는 아이들이 오감을 통해 배울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세부적인 몇몇 부분만 수정한다면 유익한 체험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덧붙여 그는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자유학기제를 운용할 창의 체험 프로그램을 찾는 현 상황에서 화성생태문화답사기는 하나의 좋은 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야외 일정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다시 비봉습지전망대로 돌아왔다. 간단한 설문지 작성 후 이날 여행에 관해 의견 나누는 시간을 보냈다. 각자 체험을 하면서 느낀 두세 가지 의견을 냈다.
박혜영 사무국장은 잘한 점보다는 고쳐야 할 점 위주로 의견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아이들의 안전 문제에서부터 미션, 시간, 동선, 워크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마지막 발언은 함께 여행을 준비한 (주)공감만세 고두환 대표가 맡았다.
“다른 체험학습프로그램과 비교해 보자면 오늘 팸투어는 우수한 편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말씀해주신 여러 가지 문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팸투어가 필요합니다. 팸투어를 많이 하면 할수록 프로그램 질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몇몇 사람의 노력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렇기에 지자체의 예산과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예산과 관련된 부분과 더불어 고 대표가 또 하나 강조한 것은 생태여행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이다. 
“오늘 몇몇 분이 제시한 문제점에는 여행 중 느끼는 불편함에 관한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불편함을 즐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불편함 속에서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맛보는 것이 생태여행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행 후 하나둘 사람들이 떠난 비봉습지는 다시 고요해졌다. 결국, 우리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이해하는 일이었다. 어둠 속 습지가 그제야 숨을 쉬기 시작했다. 


 
글 사진 이화자(09upsda@naver.com)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