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2호] 마지막 상영을 마치다

요즘은 영화가 흔하다. 영화 한 편을 보기 위해 먼 길을 이동하거나, 매표 후 오랜 시간 극장 주변을 서성일 필요가 없다. 심지어 TV,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영화 보기가 쉬워진 만큼 어려워진 것도 있다. 극장이 주는 영화에 얽힌 추억을 가지는 일이다. 

               

                  
추억의 극장 대전 아카데미, 마지막 상영을 마치다

대전역에서 고개를 들면 대전 아카데미 극장 간판이 보인다. 지금은 아카데미라고 적은 붉은 글자가 빛바랬지만 35년 전만 해도 이곳은 가장 화려한 조명을 가진 극장이었다. 원도심에 있었던 대전극장, 중앙극장이 차분한 분위기를 가진 전통 극장이었다면, 아카데미는 화려한 불빛으로 관객을 유혹하는 최신식 극장이었다. 


한때 대전에는 10개가 넘는 극장이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하나둘 문 닫기 시작했다. 원도심, 대전역 주변에서 호황을 누리던 극장도 변화의 흐름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대전 원도심은 명실상부 대전 문화 중심지였지만, 도심이 이동하면서 점점 빛을 잃어갔고 대전 원도심에 있던 극장도 운영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늘어나며 상황은 더 악화했다. 지난 2004년 대전극장과 신도극장이 문을 닫았고, 2005년 중앙극장마저 문을 닫았다. 1964년 개관해 50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던 대전 아카데미 극장도 7월 31일 17시 35분 영화 부산행 상영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대전 아카데미 극장이 문을 닫는다는 말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오랜 시간 적자에 힘들어하던 대전 아카데미 극장은 여러 번 변화를 시도하며 고군분투했다. 2002년 다섯 개의 스크린을 아홉 개로 늘리며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동구 지역인 가오동과 용전동에 CJ그룹 계열사 CGV가 들어서면서 이곳을 찾는 발걸음은 줄어들었고, 결국 상영관을 여섯 개로 다시 줄였다. 최근 소셜커머스에서 다양한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영화 한 편이 만원. 심지어 좌석에 따라 비용을 차등 지급한다. 그 안에서 홀로 4천5백 원이라는 소셜커머스 쿠폰 가격에 영화를 제공하며 관객을 모으려 노력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영광의 시대를 보냈던 대전 아카데미 극장이 경영난을 겪은 이유는 무엇일까. 대기업 계열사 영화관 주변에는 대형 백화점과 쇼핑센터가 있다. 반면 대전 아카데미 극장 주변은 오래된 여관이 즐비하다. 그래서 영화 감상과 함께 다양한 쇼핑을 즐기고자 하는 관객의 소비패턴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더 이상 원도심을 찾는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극장 주변에 주거 지역이 많지 않은 것도 문제가 됐다. 요즘 대형 영화관이 주거 지역 곳곳에 생기며 영화를 보기 위해 먼 길을 이동하는 관객은 많지 않다. 


대전 아카데미 극장의 세부적인 향후 계획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자리에 새로운 영화관이 생길지, 아니면 전혀 다른 공간이 등장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학창시절 이곳으로 반공영화를 보러 왔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는 정말 화려했죠. 기도본다는 말 아세요? 극장 주변에 사람이 하도 많으니까 그 주변을 단속하고 관리하는 걸 그렇게 말했어요. 그만큼 사람들로 북적거렸어요. 극장 주변에 맛집도 많아서 영화를 보고 한밭식당이나 광일칼국수에서 배를 채우기도 했죠. 이렇게 추억의 장소가 또 하나 사라진다니 아쉽네요.” 


중학교 때부터 대전에서 살았다는 최미영 씨는 대전 아카데미 극장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대전시민의 추억을 담고 있는 대전 아카데미 극장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비록 더 이상 이곳에서 영화는 볼 수 없지만 이곳에 얽힌 옛 추억은 계속 회자될 것이다. 


글 사진 오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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