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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12호]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이 생각날 때_나룻터식당콩나물탕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 요리가 당길 때, 자극적인 음식이 부담스러울 때, 숙취에 적절한 해장이 필요할 때 콩나물탕은 무난하고도 탁월한 선택이다. ‘콩나물탕’을 처음 접한다면 그 이름에 콩나물국의 슴슴한 맛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한 숟갈 떠 넣으면 구수하고 진한 맛에 한 번 놀라고, 칼칼한 맛에 또 놀란다. 대전에는 수십 년동안 장사를 한 콩나물탕 식당들이 제법 있다. 선화동 옛 충남도청 인근에 있는 나룻터식당도 그 중 하나다.
“콩나물국이 아니라 콩나물탕이요?”
회사 선배로부터 ‘콩나물탕’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귀를 의심해 두어 번을 재차 물었다. 무릇 ‘탕’이라는 음식은 매운탕, 해물탕, 조개탕, 황태탕 등등 특별한 재료를 주로 해서 만드는 전골 요리쯤이 아니던가. 콩나물이라 함은 보통 다른 요리들의 조연쯤으로 취급되거나, 심지어 앞서 언급한 탕 요리에서도 늘 빠져서는 안 되지만 결코 이름을 알리며 나서는 법이 없는 그런 재료이거늘. 그래서 당당히 콩나물 스스로가 주인공임을 알리는 ‘콩나물탕’이라는 이름이 생경하면서도 재밌게 느껴졌다. 국립국어원에서 정하고 있는 ‘탕’의 사전적 의미는 ‘국의 높임말’이다. 그렇다면 콩나물국과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좀 더 품격있게 만든(?) 요리이지 않을까 짐작했다.
사실 콩나물탕은 대전에서 오랜 세월 사랑 받아 온 향토 음식이다. 대전 원도심 인근에는 콩나물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꽤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지금도 선화동, 용문동 등지에 몇몇 식당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어떤 곳은 손님을 모시고 가는 장소로 애용할 만큼 정갈한 한정식 차림으로 내는가 하면, 어떤 곳은 간단한 식사 한 끼나 해장국으로 가볍게 찾을 수 있는 백반집 스타일을 보인다. 하지만 콩나물, 북어, 조개, 청양고추 등을 주재료로 콩나물탕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나룻터식당은 후자 쪽에 가깝다.
싱싱한 콩나물과 진한 국물 맛
콩나물탕 전문임을 알리듯 식당 메뉴판에는 수많은 요리 가운데서도 ‘콩나물탕’이 가장 첫째 줄에 올랐다. 콩나물탕은 1인분에 6천 원으로 저렴한 편. 사람 숫자대로 주문하면 콩나물을 수북하게 올려 펄펄 끓는 넓적한 전골 냄비를 가스버너 위에 올려준다. 콩나물이 주인공인 음식답게, 맑게 끓인 탕 안에 가득 쌓인 콩나물은 하나 시든 데 없이 뽀얗고 싱싱한 얼굴을 자랑한다. 특유의 비린내 없이 아삭거리는 식감도 제법이다. 국물을 한 술 뜨자마자 슴슴할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깨진다. 첫맛은 콩나물국의 시원한 맛을 떠올리게 하지만 곧이어 구수하고 진한 육수의 맛이 입 안에 묵직하게 감긴다. 수북히 쌓인 콩나물 아래에 넉넉하게 깔린 북어와 바지락이 내는 맛이다. 그외에도 편으로 썬 마늘과 매운 홍고추가 시원하고 칼칼한 맛을 낸다. 자칫하면 기침을 토할 정도로 칼칼하다. 생각보다는 간이 세다고 느껴지지만, 밥 반찬으로는 딱 알맞춤한 맛이다.
나룻터식당은 어림잡아 20여 년이 넘었다는 게 주상님 사장의 설명이다. 이전에 운영하던 주인은 연세가 많아 그만두고 친인척인 그가 가게를 넘겨 받은 지 일년이 조금 넘었다. 조리법도 그대로 이어받았다. 주재료인 콩나물은 삼성동에 있는 콩나물 공장에서 매일 들여오고, 바지락은 군산에서 받은 것을 쓴다. 북어로 보이던 것은 노가리다. 육수의 맛을 좌우하면서 씹을수록 고소한 맛도 좋다. 나룻터식당의 콩나물탕은 흔한 해장국이 지겨울 때 찾아봄직한 별미 음식이다. 오전에 문을 열어 점심 장사를 위주로 하고 저녁에는 문을 닫을 때가 많다.
글 사진 엄보람
나룻터식당 대전 중구 보문로 291번길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