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1호] 공감을 통해 문화를 만들다

DCC대전컨벤션센터 뒤편으로 거대한 조형물이 하나 보인다. 골프 동작 중 가장 극적인 탑 스윙 자세를 취한 조형물은 조이마루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아트센터 쿠’는 2014년 12월 복합문화공간 조이마루 6층에 들어섰다.
                  
그리다, 꿈꾸다

아트센터 쿠에 방문하기 위해 조이마루에 들어서면 다양한 미술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입구에 걸린 커다란 그림과 건물 곳곳에 놓인 재치 있는 정혜진 작가의 작품들, 벽 한쪽을 가득 채운 도자기는 복합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기획한 것이다. 전시회는 1층 라운지와 6층에서 열리며, 1~5층은 다양한 골프시설로, 지하는 아트홀 로 이용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도착하면, 폐타이어로 만든 사자상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작품은 지용호 작가의 작품으로 조이마루 외부에도 여러 점 전시하고 있다. ‘쿠’라는 파란 이름이 걸린 전시실로 들어서면 작가 소개와 함께 다양한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미술을 전공한 아트센터 쿠 전미영 대표는 한국에서 작가로 산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몸으로 느꼈다. 그림을 사랑하기에 재능 있는 작가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 갤러리를 오픈하기로 결심했다.
“이 일이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저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 그리는 일을 버리고 이 일을 선택했습니다. 그만큼 그림을 사랑하니까요. 지금 제가 하는 일을 통해 한국 미술 문화에 한 획을 그을 신진 작가들을 돕고 싶습니다.”


아트센터 쿠의 원래 이름은 ‘갤러리 이즘’이었다. 도룡동에서 운영하던 갤러리는 골프존문화재단을 만나 지금의 장소에 새로운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신진 작가들의 조력자


아트센터 쿠와 골프존문화재단은 함께 전시회를 준비한다. 매력 있는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역할은 아트센터 쿠가 담당하고, 선정된 작가의 전시회를 전체적으로 기획하는 일은 골프존문화재단이 진행한다. 인기 작가보다는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는,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게 아트센터 쿠의 역할이다.


전시는 크게 ‘그리다’, ‘꿈꾸다’라는 이름으로 기획한다. ‘그리다’는 6층에서 기존 작가의 재조명 전으로 열고, ‘꿈꾸다’는 1층에서 재능 있는 신진 작가의 작품전으로 펼친다. 대전 문화 육성을 위해 대전작가를 지원하는 전시회도 꾸준히 기획하고 있다.
아트센터 쿠는 다양한 한국 작가를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국 작가의 작품만큼 한국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런 작품이 전 세계에서 특색 있는 작품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라는 게 아트센터 쿠의 생각이다.


“중국의 경우가 가장 좋은 예입니다. 중국은 가장 중국다운 고유의 문화를 반영한 작가를 많이 배출하고 성장시켰습니다. 결국, 이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문화적으로 성장한 나라가 됐죠. 미국 작가들을 압도할 정도입니다. 한국 작가가 가장 한국다운 작품을 통해 전 세계에서 인정받도록 돕는 게 우리의 역할입니다.”

아트센터 쿠에서는,
지난 6월, 아트센터 쿠에서는 구본주 작가 재조명 전이 열렸다. 구본주 작가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36세라는 짧은 생을 마감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한 아버지가 눈에 들어온다. 회사에서 힘들게 하루를 버텨온 모습이 역력하다. 스트레스로 몸은 핼쑥해져 옷은 흘러내릴 듯 하고 두 눈은 퀭하다. 마른 침을 많이 삼켰는지 입은 바싹 타들어 가 있다. 꽉 다문 이는 하루를 버텨온 증거다. 아버지는 오늘도 생각했다. ‘이놈의 더러운 회사 꼭 때려치울 거야. 이거 아니면 굶어 죽나. 그냥 때려치우고 말지.’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온 남자는 가만히 서 있을 수 없어 벽에 손을 대고 몸을 지탱한다. 눈에 보이는 건 여우 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의 신발이다.
구본주 작가의 작품에는 IMF를 겪은 한국 서민의 애달프고 고단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구본주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 온 40~50대는 물론,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전시다.


글 사진 오시내

아트센터 쿠
대전광역시 유성구 엑스포로 97번길 40
골프존 조이마루 6층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