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11호] 자고가게 쉬었다가게

“어서 오시게”

봄N 게스트하우스 입구에 있는 그림이 손을 번쩍 들고 오가는 손님을 맞는다. 1973년 문을 연 비선여인숙 자리에 2014년 동네방네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봄N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열었다. 봄N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골목은 길 곳곳에 허름한 여인숙이나 여관, 모텔이 많았다. 근화동은 1990년대 춘천에서 지역경제가 가장 호황을 누렸던 곳이다. 옛 춘천시외버스터미널과 가까워 당시 번성했던 모텔과 여인숙이 많았다. 봄N 게스트하우스는 그곳에 자리를 잡았다.

봄N 게스트하우스
강원 춘천시 공지로 469 070.7527.5401

             


2011년 동네방네 트레블로 활동을 시작했다. 2010년 교환학생으로 프랑스에 다녀온 강한솔 대표가 후배 몇을 모아 스터디 모임을 하며, 어떻게 하면 지역에서 청년들이 잘살 수 있겠느냐는 숙제를 고민했다. 춘천은 대학도 많고 청년도 많은 도시이지만, 청년이 머물기보다는 떠나는 도시였다. 

도시를 여행하는 청년들


“도시에 관한 공부를 하다가 원도심을 알게 되었고, 관광객을 구도심으로 부르는 여행 상품을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한 거죠. 처음엔 시장을 중심으로 지역을 여행하는 상품을 개발했어요. 그러다 문전성시 사업으로 1년간 무상으로 공간을 줄 테니까 써 보라는 제안을 받고 중앙시장 안에 카페 문을 열었어요.”


봄N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맡은 동네방네협동조합의 염태진 씨의 이야기다. 2014년 예비사회적기업 기간이 끝날 즈음 법인 설립을 논의했다. 그해 3월 동네방네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봄N 게스트하우스까지 문을 열었다.
봄N 게스트하우스는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3천 원짜리 상품권을 준다. 이 상품권은 여덟 개의 이야기가 있는 상점에서 쓸 수 있다. 쓰인 상품권은 봄N 게스트하우스에서 회수해 비용을 지급한다. 상품권을 쓸 수 있는 상점들은 봄N 게스트하우스에서 걸어서 가기에 불편함이 없을 만한 곳에 있다. 또한, 지역에 사는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다. 밥집, 카페, 수제 햄버거집 등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상품권에는, 게스트하우스는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지만, 지역 사람을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는 철학이 담겨있다. 적은 돈이지만, 그 상품권을 받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프렌차이즈 음식점보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추천하는 공간에 가게 된다.

크라우드펀딩을 받아 만든 옥상

                 
“2014년 6월에 문을 열었고, 지난 6월에 2주년을 맞았어요. 강원도 자체에 청년 단체가 없으니까 처음엔 여기저기에서 많은 관심을 주셨어요. 작년엔 지역 문화재단에서 기획한 축제를 맡아서 진행하기도 하고, 이런저런 지원사업으로 지역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지금은 조금 쉬는 단계인 것 같아요. 우리가 처음에 어떤 마음으로 동네방네 협동조합을 시작했는지 생각하고 뭘 하고 싶은지 함께 찾는 시간을 갖자고 협의했거든요.”

도시에 사는 청년들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다. 문전성시 사업으로 ‘궁금한 이층집’이 생길 때만 해도 시장에 청년들이 와서 얼마나 버틸지, 괜한 일을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시선이 많았다.
“처음 시작할 땐 왜 시장에 이런 게 들어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분도 많았다고 해요. 상인분들과 친해지려고 많이 다가가서 인사도 드리고, 프로젝트 같은 것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청년들이 드나드니까 좋아하세요. 시장 상인분들이 커피 시키면 배달도 해 드리고, 라디오 진행도 했어요. 뭔가 하고 싶은 사람들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거점 같은 공간이에요.”


궁금한 이층집 홍근원 매니저의 이야기다. 궁금한 이층집은 중앙시장 한가운데 2층에 있다. 동네방네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라는 것 때문에 지역에서 무언가 하고 싶은 청년들이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 지인이 오거든요. 청년 활동하는 친구들은 웬만하면 서로 알아요. 그 친구들이 또 새롭게 관심 있는 친구를 데리고 오고, 궁금한 걸 물어 보러도 많이 찾아요. 그렇게 관계가 이어지기도 해요.”

궁금한 이층집
강원 춘천시 명동길 33-1, 2층


동네방네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두 공간은 청년들이 편안히 머물다 가고, 교류하는 플랫폼 같았다. 무언가 하고 싶고, 알고 싶고, 다른 생각을 필요로 하는 춘천 청년들이 한 번씩은 머물다 가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곳을 거점으로 뻗어 나간 청년들이 지역 곳곳에서 색다른 일을 펼칠 궁리를 한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게 진짜 하고 싶은 일이었는지에 관한 고민을 하며 가을에도 봄 같은, 춘천에 살았다.


이수연 사진 이용원,도시재생지원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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