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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1호] 춘천은 여름도 봄이지
춘천시 도시재생선도지역 | 춘천이라는 도시는 많은 예술가의 작품에 등장한다. 유안진 시인은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라는 제목의 시로 도시에 관한 느낌을 표현하기도 했다. 고속도로를 지나 들어서는 순간 역시 그럴듯했다. 고요하고 정적이면서 도시 전체에 물결이 잔잔잔 흐르는 것 같은 묘함이 춘천의 첫인상이었다. 1,116.83㎢ 면적의 춘천시는 강원도 면적의 6%를 차지하며 539.89㎢인 대전시의 두 배가 넘는 면적이다. 그에 비해 인구는 28만이다. 널찍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게 면적 대비 인구 수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그것 역시 그럴듯했다.
‘2016년 번개시장 도시재생 확정’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봉의산 자락을 배경으로 나풀거렸다. 춘천시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춘천시 도시재생지원센터(이하 도시재생지원센터)였다. 2016년 2월 12일 개소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번개시장 안에 자리한다. 번개시장은 새벽이면 번개처럼 반짝 열린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춘천시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오가던 시장이었으며 집으로 돌아갈 때면 상인들은 돈을 자루에 담아 들어갈 정도였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이 많이 찾았던 시장이었다고 사람들은 추억했다.
“40년 된 장터예요. 보따리상까지 합하면 200개 넘는 점포가 있다고 봐야 했죠. 옛날에 한창 장사할 때는 새벽 2시 30분에 집에서 나와도 사람이 아주 많았어요. 그렇게 시작하니 아침 9시, 10시면 딱 끝났죠. 춘천시뿐만 아니라 양구, 화천, 홍천에서도 장을 보러 왔어요. 도소매 모두 취급했으니까요. 지금도 그렇게 이른 새벽에 열려서 해 뜨면 지는 시장이죠. 사람 많을 때와 비교하면 오가는 사람도 줄고 점포도 많이 비었어요. 점포 비기 시작한 게 10년 안쪽일 거예요.”
번개시장 지성열 상인회장의 이야기다. 지성열 상인회장은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만났다. 도시재생지원센터가 문을 열고 상인들은 지나가다가 들리고, 물어볼 게 생기면 들렀다.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시장과 물리적으로 가깝기도 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쇠락한 번개시장을 활성화하는 사업 역시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 하나다.
춘천시 도시재생의 가장 큰 주제는 소양관광문화마을/열린장터 만들기다. 7월 1일 소양강 스카이워크가 개장했다. 스카이워크 주변으로 자전거 호텔을 만들 예정이다. 춘천은 자전거 타기 좋은 도시라 서울에서도 자전거 관광을 오곤 한다. 자전거 주차장을 제대로 갖춘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미군 캠프가 있던 곳에 호반 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번개시장이 있는 근화동, 고양동 일대는 계획만 놓고 본다면 많은 것이 변화할 예정이다.
춘천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본격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2016년, 근화동과 고양동 일대를 다니며 이야기 만드는 작업에 집중하기로 했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을에 어떤 자원이 있는지 파악하는 작업을 계속했다.
도시재생지원센터 소식지를 만들어 배포한다
“결국에는 저희가 아니라 주민들이 해야 하는 일이에요. 뭔가 던져주는 게 아니라 같이 한다는 느낌을 받아야 하니까 계속 만나서 알려 주고, 소통하는 거죠. 도시재생 하는 구역을 다 다니면서 근화동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거 점포를 만나기도 하고, 도시재생소식지를 만들어서 돌리기도 했어요. 그렇게라도 계속 만나야죠. 그게 마음을 움직이는 거니까요.”
번개시장 상인회장이 도시재생지원센터 앞에 화단을 만들고 있다
도시재생지원센터 김윤철 사무국장의 이야기다. 개소 후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주민을 만나는 데 힘을 쏟았다. 3월 한 달 동안은 시장 활성화 사업을 위해 번개시장 상인과 주변 주민의 의견을 조사하러 다녔다. 상가 곳곳에 다니며 인사하고, 얼굴을 익히고, 설문지를 돌렸다. 번개시장에 있는 상인들, 혹은 번개시장 안에 사는 사람들, 혹은 번개시장을 이용하는 사람 150여 명에게 설문지를 받았다. 번개시장을 이용하는 사람의 연령대, 이용하는 이유,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하려면 번개시장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있었으면 하는 품목 등 다양한 의견을 묻는 설문지였다.
새벽 6시 번개시장의 모습을 담았다
“벽화 그리기, 주민 사진전, 번개시장 부녀회 결성 등 주민들이 계속 모일 수 있도록 장을 마련했어요. 빈 점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관해 한림성심대학교 교수님을 만나서 조언을 받았어요. 지금 당장 저희가 운영할 수 있는 사업비가 없으니까 발로 뛰는 수밖에 없어요. 사업비가 없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 계속 사람들 만나고, 도움을 청하고, 아이디어를 얻는 거죠. 어차피 저희끼리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같이해야 하는 거니까요. 앞으로 진행하는 사업은 주민역량교육이 핵심이에요.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사업은 제쳐 놓더라도 번개시장은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주민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해요.”
춘천시에 가기 전 도시재생지원센터의 블로그만 보아도 도시재생지원센터가 하는 소소한 일들이 들여다보인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서진렬 사무원은 원래 춘천의 청년협동조합인 동네방네 협동조합에서 활동하던 청년이다. 동네방네 협동조합에서 일할 때부터 마을 만들기나 도시재생에 관심을 두고 있다가 도시재생지원센터를 만났다. 서진렬 사무원에게 동네방네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봄N 게스트하우스의 운영자를 소개받았다. 도시재생지원센터를 나와 동네방네 협동조합을 가던 길, 더위를 피해 잠깐 버스정류장에 앉았다. 동네 이곳저곳을 다니는 서진렬 사무원이 지나가던 아주머니의 손을 덥석 잡으며 “어머니! 어디 가요?”라고 이야기를 건넨다. 둘이서 한참 대화를 나누는 걸 바라보며 도시재생지원센터가 형식적인 간담회만이 아닌 일상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만든 시장의 현재와 미래를 담은 영상을 상인들이 보고 있다
7월 1일은 번개시장 상인회와 부녀회, 뚝방마켓, 근화동 새마을부녀회가 주관하고 번개시장 상인회가 주최하는 열린장터 번개야시장이 열렸다.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이 행사의 ‘협조’ 단체다. 상인들이 모이는 회의 장소를 제공하고,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야시장을 열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한다. 춘천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상인과 주민이 편안하게 드나드는 곳이다. 도시재생지원센터라는 공간이 물리적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역할을 한다. 문을 열고 난 후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다가가려는 노력을 계속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카이워크나 자전거 호텔을 짓고 난 이후에 관은 별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결국, 그곳에 있는 주민이 해야 할 일이다. 춘천시 도시재생지원센터는 한 걸음씩 그 과정을 밟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