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1호] 나는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채식평화연대 정은영 상무이사

미국 내 채식주의자는 전체 인구 중 약 3~7%라고 한다. 1,000만 명이 넘는다는 얘기다. 종교와 문화 등의 이유로 인도는 전체 인구 중 3분의 1이 채식을 한단다. 유럽의 경우에도 독일 750만 명, 이탈리아 570만 명, 영국 360만 명이 채식주의자다. 채식인 비율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인도, 유럽 등의 마트나 식당에서는 채식인을 위한 식품이나 메뉴를 따로 마련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채식인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약 2%, 즉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에 반해 채식인에 대한 인식이나 배려는 부족해 보인다. 채식한다고 하면 여전히 유별나고 특이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 사실이다. 마트나 식당에도 채식인을 위한 편의는 따로 없다. 채식 대중문화 확산을 위해 힘쓰는 채식평화연대 정은영 상무이사는 채식인을 특이한 사람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혼자만 오래 살자고 채식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변화
         

- Q. 아무래도 제일 궁금한 건 채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예요.

첫째 아이를 가졌을 때 우연히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라는 책을 읽었어요. 육가공식품이나 우유, 유전자 조작 식품이 아이에게 얼마나 안 좋은지 고발하는 책이었어요. 그 책을 계기로 비슷한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죠.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전부 옳은 것은 아니더라고요. 그러다가 존 로빈스의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라는 책을 봤어요. 인간이 동물에게 얼마나 무자비한지 신랄하게 보여줘요. 그 책을 읽고 나니까 더는 동물이 음식으로 보이지 않더라고요. 그즈음부터 고기를 거의 안 먹기 시작했어요.

                         

- Q. 그럼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채식을 시작하신 건가요?

8년 전이에요. 남편이 미국에 6개월 정도 가게 됐어요. 첫째가 다섯 살, 둘째가 두 살 때라 다 같이 갔죠. 그때부터 시작했어요. 미국은 채식하기 편해요. 마트에 가도 비건 코너가 따로 있고, 식당에 가도 비건 메뉴가 따로 있어요. 심지어 결혼식에 가도 비건 메뉴가 따로 있어요. 그렇게 시작해서 한국에 돌아왔을 때 친인척에게 “아이들과 나는 채식하겠다.”라고 선언했어요.

             

- Q. 채식인의 가장 큰 어려움은 먹고 싶은 것을 참아야 한다거나 식당에 갔을 때의 불편함이 아니라 주변의 시선과 간섭이라고 들었어요.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죠. 난리가 났어요. 친인척들에게 “네가 스님이냐? 요즘은 스님도 고기 먹는다.”라든가 “벽에 똥칠할 때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그러냐?” 등등 심한 말도 많이 들었죠. 그래도 꾸준하게 했어요. 설날이나 추석 때는 따로 음식을 챙겨 갔어요. 그러다가 한 번은 명절 때 친정엄마가 저와 아이들을 위해 채식 밥상을 따로 차려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용기를 더 얻었죠. 지금은 많이들 이해해 주세요. 먼저 채식에 관해 물어보기도 하고요.

                    

- Q. 그런 반대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채식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요?

나의 작은 실천으로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수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물론 미약하겠죠. 당장 세상이 바뀌지도 않을 테고요. 그래서 채식하는 걸 회의적으로 보는 분들도 계세요.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순 없잖아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건강하고 평화로운 지구를 물려주고 싶어요. 또 채식을 하다 보면 내 몸이 건강해지는 걸 느껴요. 굳이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는 거죠.

                       

- Q. 아이들도 채식을 한다고요. 잘 따라 주나요? 채식을 이해하는지도 궁금해요.

아이들에게 채식에 관해 꾸준히 얘기해 줘요. 그렇다고 강제로 채식을 시키는 건 아니에요. 언제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둘째 아이 같은 경우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육식을 거의 안 해서 동물을 음식으로 보지 않아요. 오히려 우리의 친구인 동물을 왜 먹어야 하는지 이해 못하는 거죠. 어쩌다가 먹고 보니까 채식이 아닌 경우는 울기도 해요. 어쨌든 두 아이 모두 건강해요. 치과 외에는 병원에 간 적도 거의 없어요.

                          

- Q. 그럼 실제로 식사는 어떻게 하세요?

저 같은 경우는 부분적으로 생채식을 하고 있어요. 아침에는 당근이나 비트 같은 채소로 녹즙을 내려 먹고요. 점심에는 샐러드랑 생쌀을 조금 먹어요. 저녁때는 나물이랑 익힌 요리를 먹기도 하고요. 중간 중간에 가볍게 과일이나 오이, 당근 같은 것도 먹고요. 아이들도 스스로 요리 대회를 열어서 샐러드나 디저트를 만들어 먹기도 해요.

                            

- Q. 식습관을 바꾼다는 건 분명 큰 변화예요. 채식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삶 전체가 변화할 것 같아요.

맞아요. 저도 채식하면서 삶 전체가 바뀌었어요. 먹거리만 바뀌는 게 아니더라고요. 동물과 환경을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화장품, 샴푸, 비누, 세제를 안 쓰게 됐어요. 저는 맹물로 씻어요. 옷, 신발, 가방도 가죽, 오리털 같은 것은 안 쓰고요. 그렇게 하나씩 버리고, 나눠 주고 줄이다 보니까 삶 자체가 간소해지더라고요. 보세요. TV도 없고 가구도 거의 없잖아요. 움켜쥐고 있는 게 의미 없다는 걸 알았어요. 아웅다웅 경쟁하면서 살 필요가 없어진 거죠. 그러니까 오히려 행복해요. 마음 같아서는 시골로 가서 자급자족하며 살고 싶어요.

                     

                   

               

행동
          

- Q. 채식평화연대 이야기를 조금 해보고 싶어요. 창립 당시 공동대표였고, 현재는 상무이사라고 들었어요. 채식평화연대는 어떤 단체인가요?


작년 5월 대전에서 창립총회를 했어요. 채식인, 채식지향인, 그리고 채식의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회적 활동을 하는 비영리단체예요. 채식문화체험 캠프나 현미채식 보따리학교, 자연육아모임, 현미채식 교육과 요리교실 등 지역 중심의 채식 대중문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어요. 채식평화연대는 대립하거나 투쟁하는 걸 원치 않아요. 우리의 삶과 활동을 통해 채식도 얼마든지 맛있고 건강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줄 뿐이에요. 더불어 채식이라는 작은 실천을 통해 지구가 건강하고 평화로울 수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예요. 그렇게 차츰차츰 채식이 퍼지길 바라는 채식풀뿌리운동 단체라고 보시면 돼요.

                     

자연육아 모임

                     

- Q. 채식평화연대의 가치와 목표가 명확하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말씀 들어보면 굉장히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아요. 가령 비슷한 가치를 지향하는 녹색당과의 연계라거나 관련 정책 발의 등은 고민해 보지 않았나요?


저도 처음에는 제가 아는 지식을 가지고 열심히 채식을 권유했어요. 근데 반감만 살 뿐 크게 의미 없더라고요. 아무리 좋은 거라도 억지로 먹일 수는 없는 거잖아요. 말보다는 저의 행동과 삶을 통해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요. 채식평화연대도 마찬가지예요. 조금 느리더라도 아래로부터 천천히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그런 맥락으로 채식평화연대는 채식인이 아니어도 회원 가입할 수 있어요. 채식에 관심 있거나 궁금한 게 있으면 나와서 경험해 보라는 거예요. 그래서 괜찮은 거 같으면 함께 채식하는 거고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채식인이 많아지길 바라는 거예요.

                           

- Q. 앞으로 채식평화연대는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요?


여전히 우리나라는 채식인이 살기 불편한 사회예요. 미국만 해도 마트에 가든 식당에 가든 채식인을 위한 식품과 메뉴가 따로 있어요.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잖아요. 그래서 우선 채식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에요. 채식 식당이나 채식 물품 등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거죠. 관련 앱도 만들 계획이에요. 한국인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외국 채식인도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공존
          

- Q. 채식인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예요. 사회 전반적으로 채식에 관한 인식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여전히 채식이라고 하면 반감을 갖는 사람이 있어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고기는 인간이 늘 먹어 왔던 음식인데 먹으면 안 좋다고 하니까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죠. 여전히 고기를 먹어야 좋다거나 채식을 하면 건강이 상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나 논문도 있고요. 반대로 저처럼 고기를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죠. 어떤 정보를 받아들일 것인지는 각자의 몫이겠죠. 다만, 고기를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해요. 대개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는 육가공업, 낙농업, 축산업계예요.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권력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현미채식 보따리학교

          

- Q. 여기서 채식과 관련된 정보를 다 전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추천해 주실 책이나 영상이 있나요?


존 로빈스의 《음식혁명》을 추천해요. 채식과 관련된 정보들을 빠짐없이 정리해 놨어요. 미국의 동물 권익 활동가인 게리 유로프스키의 강연 영상도 추천해요. 쉽고 간결하게 관련 정보를 이야기해주더라고요.

- Q. 이번 인터뷰를 통해 채식에 관해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을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어떤 이야기를 해 주고 싶은가요.


채식은 나만 건강하게 잘 살자는 게 아니에요. 나도 살고 너도 살고 우리가 함께 잘 살자는 거예요. 나아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조금은 더 건강하고 평화롭길 바라는 거예요. 채식인을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채식인마다 조금은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어쨌든 우리가 채식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공존이에요. 동물이건 사람이건 다 같이 잘 살자는 거예요.

      


송주홍 사진 송주홍, 채식평화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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