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1호] 동춘당, 세상의 작은 울타리

동춘고택에 머무는 外길 천성욱 대표 |  천성욱 대표를 만나러 동춘당으로 가는 길, 전화를 하자 그가 함께 일하는 작가와 마중을 나왔다. 그리고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힘들었던 시절, 우연히 동춘당을 산책하다 이곳의 매력에 빠진 그는 매일같이 동춘당을 찾았다. 동춘당은 하루하루 다른 얼굴을 보여 주었고 그 매력에 푹 빠져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동춘고택의 방 한 칸을 빌려 지내기 시작했다. 
봄과 같은 이야기
            
“조용한 고택에서 옛 선비처럼 책 읽고 간소하게 사는 삶을 꿈꿨어요. 저는 TV나 신문을 안 봐요. 사람을 좋아해서 몇 명씩은 만나지만 모임에는 안 나가요. 하루에 한 끼를 먹는데 점심시간에 단골 식당에서 조용히 먹어요. 밥 먹는 시간을 두 시간 이상씩 잡아요. 대화가 목적이지요. 저는 369법칙으로 살아요. 새벽 세 시 전에 일어나 저녁 여섯 시 전에는 집에 들어가고 아홉 시 전에는 잠들어요.”
              
처음부터 선비처럼 살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출세를 위해 경영학을 전공했고 대학교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해 알게 됐다. 딱 3년을 일하고 나왔다. 자신이 갈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돈을 많이 벌고 이름을 얻는 것을 인생의 목적으로 삼을 수는 없었다.
                    
가치관이 바뀌면서 생활을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돈 없이 사는 법을 배웠다. 불필요한 지출을 하지 않았다. 쉽지는 않았지만 좋은 옷과 좋은 차에 관심을 두지 않았고 식사도 허기만 달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가능하면 세상과 거리를 두고자 했다.
무엇보다 그저 조용히 살고 싶었다. 그런 삶의 기반을 닦기 위해 벌인 사업에 세 번 실패해 빚을 지고 생활이 어려워졌다. 빚을 다 갚은 때가 2009년 즈음이었다. 
             
동춘당을 산책하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부터다. 아파트 단지와 큰 도로 사이에 있는 동춘당 공원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이곳에 오면 마치 꿈이 이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고 힘을 얻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웠으며 무엇보다 봄의 생명력이 가득 차 있어 좋았다. 동춘당에 매일 찾다시피 해 사진으로 이곳저곳을 기록했다. 사람도 이곳에서 만났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많은 이와 공유하고 싶었다. 음악회, 인문학 살롱도 열고 마음 맞는 사람들과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제가 느끼는 행복을 공유하고 싶으니까 사람들을 부르는 거예요. SNS에 올린 게시글을 보고도 많은 사람이 찾아와요. 누가 찾아오면 대화 나누고 차 마시고 막걸리도 마시고요.”
                   
               
따뜻한 마음이 모이는 곳
          
동춘당을 오가기 시작한 것과 함께 자서전 전문 출판그룹 ‘外길’을 시작했다.  
“내 인생을 뒤돌아보니까 짠한 거예요. 왜 사서 고생했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세상엔 자신과 다른 가치를 지닌 사람들을 함부로 비판하고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이 많아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속내를 나라도 알아주자는 생각에서 자서전 출판을 시작했어요.”

‘外길’은 돈과 명예만 좇는 사람들이 아닌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길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자서전을 쓰는 작가들도 자신만의 신념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다. 쉽고 편한 길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만드는 사람들이 자서전이라는 것을 매개로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한다. ‘外길’의 자서전 출판은 먼 옛날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며 살았을 선비들의 삶과도 맥이 닿아 있다. 동춘당과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이다. 

천성욱 대표는 특히 문화예술인에 관한 애정을 지니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의미를 찾고 함께 만들어 갈 것이 있는지 고민한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동춘당에서 이어나가고 싶다.
“돈, 명예를 좇지 않는 문화예술인들은 이 세상이 썩지 않게 하는 마지막 방부제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들이 최소한의 자존감을 가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천성욱 대표는 동춘당이 자신만의 힐링 공간이 아니라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교류하는 플랫폼 공간, 문화예술의 메카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이 가치에 동의한 사람들이 그와 함께한다.
동춘당은 그에게 작은 울타리다. 비바람이 몰아칠 때 잠깐 피할 수 있고 이곳에 머물면 울적한 기분이 사라진다. 그 마음을 담아 <작은 울타리>라는 시를 쓰기도 했다. 봄과 같은 따스한 위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자 천성욱 대표는 오늘도 동춘당에 머문다.  
            
             
             

작은 울타리


그 시절 동춘당(同春堂)은
내게 <작은 울타리>였다.

하루 하루의 근심이 떠나지 않던
자랑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비루(悲淚)한 시절...

세상의 칼바람 잠시 잊고
봄(春)과 같은 따스한 위로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기대던
그런 작은 울타리였다.

- 春(1971~2057), 잠언시집 <外길> 中


성수진  사진 성수진
천성욱 대표가 운영하는 동춘당 페이지
http://dongchunda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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