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9호] 마을 만드는 사람들

편집자주┃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센터와 함께 마을 공동체를 소개하는 꼭지입니다. 2014 대전형 좋은마을 만들기에 참여하는 우리 주변의 다양한 공동체를 찾아갑니다.

한 달에 한 번,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이 발행되면 자양동, 대동 일대가 활기를 띤다. 자양동과 대동 일부에 가가호호 신문을 배포하기 때문이다. 통장들이 통별로 돌면서 신문을 배포하는 수고를 해 준다. 어린이 기자들은 자신들이 다니는 학교에 신문을 배포한다. 직접 기사 쓰고 편집하는 인원은 정해져 있지만, 기삿거리를 제보한다든지, 배포를 도와준다든지, 신문에 애정을 갖고 광고를 싣는다든지,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에 여러 사람이 함께한다.

  

  

마을 미담 전하는 신문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은 2013년에 처음 만들었고 2000년에 설립한 봉사 모임인 사랑나눔회가 그 모태라고 할 수 있다. 구성원들이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에 관해 알게 되면서, 마을 신문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열여덟 명이 의기투합해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을 시작했다. 작년 7월에 발대식을 했고 1기 기자 교육을 마쳤다. 1기 기자 교육을 받은 시민 기자와 어린이 기자가 총 52명이다. 그리고 올해 2기 기자 교육 때 20명 정도가 수료를 마쳐 총 70여 명의 기자가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에서 활동한다. 모두가 기사를 쓰는 것은 아니고 배포와 홍보 등으로 함께하는 기자들도 있다.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마을의 미담 사례와 마을 주민이 함께 고민해야 할 현안 문제 등으로 지면을 채운다. 신문은 총 4천 부 발행하며 올 9월에 12월 호를 내며 창간 1주년을 맞는다.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이 기성 신문과 다른 점은 미담 사례가 많다는 점이에요. 기성 신문은 보기가 겁날 정도로 사건, 사고 기사가 많고 자극적인 기사가 많은데, 저희는 좋은 이야기가 80% 정도이고, 나머지가 지역 현안 문제, 정보성 기사예요. 신문 이름도 ‘사람향기’예요. 사람이 풍기는 향기, 미담을 싣고 싶었어요. 아직 사람이 살 만한 세상이란 걸 알려서 사회가 정화됐으면 좋겠어요.”

김주석 발행인은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 신문이 마을에 ‘사람 향기’를 불어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 신문을 만드는 모든 사람이 같은 마음이다.

  

  

모두에게 처음인, 그래서 더 뜻깊은

“기사 쓰는 게 어려웠지요. 처음 하는 거니까요. 인터뷰하면서 메모하는 것도 어려웠고요. 일단 메모하지 말고 귀로 들어보려고 했는데 듣고 오면 내용을 잊어버리는 거예요. 메모해도 집에 가면 내용이 생각이 안 나고요. 그래서 휴대폰으로 녹음을 시작했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 전 편집국장인 김조혜 기자는, 구성원 모두가 신문 만드는 일을 처음 하다 보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인터뷰하고 사진을 찍고 기사 쓰는 것이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신문을 만들어 본 경험자가 없어, 창간할 때 인터넷 신문 씨티타임즈와 업무협약을 했다. 1기 교육 때는 씨티타임즈 편집국장이 4주간 기자 교육을 했고 2기 때는 씨티타임즈 전 보도본부장이 특강을 진행했다. 또, 한 달에 한 번 발행하는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이 속보성이 떨어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씨티타임즈와 연계해 실시간으로 신문 소식을 볼 수 있게 했다. 씨티타임즈 홈페이지에 마을신문 카테고리가 따로 있다.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의 구성원 대부분은 다른 생업이 있다. 생업이 우선이 되다 보니 취재하고 기사 쓰는 일정을 조율하는 게 어려울 때도 많다. 서로 시간을 잘 맞춰 짬이 나는 사람이 취재를 진행하고 있다.

여러 번 신문을 발행하며 기자마다 담당하는 분야도 생겼다. 2기 기자교육을 하면서 각 기자가 미담 사례, 동아리 활동 등 취재할 분야를 정했다. 기사 마감일은 20일로 정해 두고 편집을 하고 25일에 모여 편집된 신문을 보고 회의하며 고칠 부분을 고친다. 편집은 근처 우송대학교 학생들이 조금의 활동비를 받고 힘써 주고 있다.

  

  

몰랐던 ‘마을’ 그리고 ‘사람’ 알아가기

“처음 쓴 기사가 기억나요. 마을에 사시는 백 살이 넘으신 분과 그분 딸을 취재했어요. 그쪽 통장님이 제보 주셔서 취재하게 됐어요. 원래는 몰랐던 분인데 덕분에 알게 됐죠.”
김조혜 기자는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을 만들며 그동안 몰랐던 마을 사람을 많이 알게 됐다고 말한다. 안정환 편집국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로 이웃 ‘참새 아빠’ 기사를 꼽았다. 몰랐던 이웃을 알게 되는 것이 마을에서 사는 것에 또 다른 활력을 준다고 했다.

“참새들한테 쌀겨를 줘서 참새가 많이 날아오는 집이 있어요. 그 집 ‘참새 아빠’가 어느 날 집 마당에 참새 두세 마리가 죽어 있어서 땅에 묻어 줬대요. 먹을 게 없어 참새가 죽은 것이 안타까워 쌀을 조금씩 주다가 감당이 안 돼 쌀겨를 주기 시작했는데 참새들이 다른 배고픈 참새들을 데리고 왔다는 거예요….”

처음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을 만들며 구성원들은 마을 공동체 복원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꾸준히 신문을 만들며 그 목표가 조금씩 실현됨을 느낀다.

“신문 나오는 걸 보고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니 뿌듯하죠. 취재를 여러 곳으로 다니잖아요. 그럼 서로 알아보고 인사 하고 그래요.”

박선주 기자는 몰랐던 이웃과 인사하는 것이 신문을 만들며 생긴 변화라고 이야기했다.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에는 마을 사람들의 크고 작은 소식도 전한다. ‘누구네 집 몇째가 결혼한다.’, ‘누구네 아기가 돌을 맞았다.’ 등의 소식은 마을 사람들이 즐겁게 보는 꼭지 중 하나다.

신문 만드는 데 직접 참여하지는 않지만, 늘 모임에 나오며 신문을 후원하는 김신희 씨는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으로 ‘마을’을 접한다고 말한다.

“옛날 전원일기 보면 동네 사람들의 정이란 게 있잖아요. 그런 정을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에서 느껴요. 신문 통해서 만난 분이 한 분, 한 분에게 향기가 있고 정이 있어요.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을 영업장에 놓으면 손님들이 신기해하고 좋아하세요. 도시에서 접하지 못한 그런 내용이거든요. 애들 준다고 몇 부 가져가시는 분도 계시고 이번 달 신문은 안 나왔느냐고 묻는 분도 계시고요.”

무엇보다, 마을 이야기를 할 통로가 생긴 것이 마을의 가장 큰 변화다.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은 자양동, 대동 일대의 크고 작은 문제를 다루며 건의할 점을 건의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역할을 해 나가고 있다. ‘타슈 정류장을 만들어야 한다.’, ‘공연장 등 문화 시설을 늘려야 한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등 마을에서 함께 고민했으면 하는 문제를 다룬다.

  

  

  

  

‘도시’ 아닌 ‘마을’을 만드는 신문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은 매달 발행을 거듭하며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장미진 기자는 신문이 배달되면 한 기사도 빼놓지 않고 읽을 정도로 관심을 두고 있다가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 기자가 되었다. 기자가 되기 전,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으로 마을에 관해 몰랐던 사실을 접하며 마을에 관한 관심을 높였던 만큼, 이제는 직접 마을 사람들에게 마을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양동에 산 지 14년이 됐지만, 그동안 자양동에 관해 알지 못했어요. 앞으로 자양동을 설명할 수 있는 산증인 같은 분들을 취재해서 우리가 사는 곳이 어떤 곳이라는 걸 사람들이 알기 쉽게 접할 수 있으면 해요. 그리고 우리가 이웃으로 좋은 관계 맺을 수 있도록 좋은 기사 쓰고 싶어요.”

구성원들은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이 마을에서 사랑방처럼 자유롭게 대화 나눌 수 있는 통로가 되기를 바란다. 구성원들은 신문을 통해 평소라면 대화 나누지 못했을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어린이 기자들은 자신이 다니는 초등학교 소식을 실으며 마을과 접하고 마을 어른들과 함께 커 나간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 기자로, 취재원으로, 이웃으로 만나며 마을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기 시작했다.

최근,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은 사무실을 얻었다. 그동안 사무실을 두지 않고, 동구문화원이나, 주민센터, 개인 사무실, 카페 등에서 모여 회의를 하곤 했는데,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 2기 기자 교육을 수료한 한 기자가 무료로 사무실을 내어 주었다.

구성원들은 올해,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하고자 사람향기 협동조합을 꾸렸다. 그리고 사무실을 누구에게나 개방하려고 준비 중이다. 누구나 사무실에 와서 커피를 마실 수 있고, 비 오는 날엔 우산을 빌려 갈 수 있으며 무언가를 배울 수 있도록 계획한다.

앞으로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은 발행 부수를 늘릴 계획이다. 또, 뉴스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홈페이지나 SNS 사이트에 올리려고 준비 중이다. 김주석 발행인은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이 마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신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람 향기로 사랑받고 싶어요. 사람들이 서로 믿지 못해 이웃끼리 이웃이 아니라 경쟁자가 되는 사회잖아요.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을 통해 이웃을 알아 가고 도시가 아니라 마을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어요. 신문을 통해 하나의 공동체가 형성되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어요.”

  

  


성수진 사진 정종대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