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9호] 괴곡동 느티나무 - 월평동 만년교

8월 12일 오전 9시 30분, 중구 유천동 서부터미널에서 출발하는 26번 버스에 ‘2014대전도보여행 산천걷기’ 참가자 열 명이 몸을 실었다. 도심을 벗어난 버스는 괴곡동 한 마을에 도착했다. 지난 5월 갑천 상류에 이어 8월에는 괴곡동을 시작으로 도안 신도시를 거쳐 월평동까지 죽 흐르는 갑천 중류를 따라 걸었다.
(사)대전문화유산울림 ‘2014대전도보여행 산천걷기’ 갑천 편
갑천 중류를 걷다

“오늘은 괴곡동에서 시작해 월평동 만년교까지 약 8Km 정도 걸을 거예요. 거리가 만만치 않아 힘들 수 있지만 걸으면서 마음껏 볕도 쬐고, 풍경도 즐기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오늘 진행을 맡은 (사)대전문화유산울림 이사 김용미입니다.”

처서가 지나고 부는 선선한 바람이 참가자들의 발길을 이끈다. 시원한 바람에 흔들리는 새파란 논과 그 옆 작은 노지 포도밭을 지나니 700년 동안 마을을 지킨 괴곡동 느티나무가 보인다. 작년 7월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괴곡동 느티나무는 대전시 유일한 천연기념물이다. 괴곡동 느티나무를 지나 얼마쯤 걸었을까 그제야 시원하게 흐르는 갑천이 보인다. 김용미 이사는 참가자들에게 갑천 이야기를 전한다.

“산은 물을 건너지 못하고 물은 산을 넘지 못 한다는 말이 있어요. 갑천과 그 주변 산을 보면 이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죠. 갑천이 옛날에 비해 물줄기가 많이 좁아지고 흐르는 수량도 적어졌지만 여전히 대전을 흐르는 세 물줄기 중 대전 중심을 흐르는 큰 물줄기예요.”

대둔산 벌곡천과 계룡산 두계천이 정뱅이 마을에서 합류해 갑천이 된다. 그렇게 시작한 물줄기는 괴곡동을 지나 가수원동을 거쳐 월평동으로, 또 둔산2동을 거쳐 금강 본류로 흘러든다. 가수원동으로 향하는 갑천 물줄기 옆으로 분홍 코스모스가 벌써 꽃을 피웠다. 죽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따라 계속 걸음을 이었다.

가수원동에는 1911년 호남선 철도에 실려 오는 화물을 취급하는 가수원역이 있었다. 지금은 기차가 정차하지 않는다. 이보다 더 옛날에는 ‘가수원’이라고 숙식을 제공하는 주막 같은 곳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을 가수원동이라 부르게 됐다.

갑천 양쪽으로 정림동과 가수원동이 자리 잡고 있다. 아파트 숲 사이로 흐르는 갑천을 따라 자전거 도로를 잘 정비했다. 더운 날씨에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몇몇 보인다. 자전거 도로 끝에는 정림동과 가수원동을 연결하는 가수원교가 있다. 일제강점기 놓았다는 옛 가수원교와 최근 새로 지은 새 가수원교, 두 개 다리가 갑천 위에 나란히 자리한다. 두 개 다리 말고도 갑천 위에는 많은 다리가 서 있다. 이쪽 동네에서 저쪽 동네를 연결하는 다리는 사람들의 반대에도 결국 갑천 위에 자리를 잡았다. 

가수원교를 지나 조금 더 걸으면 도안 신도시와 도솔산 사이로 갑천누리길이 이어진다. 갑천 물줄기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길을 쫓아 흐른다.

“옛날 나 어렸을 때는 도안동 일대가 다 논이고 밭이었는데, 이렇게 건물 우뚝 솟은 시가지가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때는 제방 하나가 제대로 없었지. 비만 오면 마을로, 집으로 절절절 물이 넘쳤어요. 갑천에서 물놀이도 하고 고기도 잡고 놀았어요. 학교 끝나고 소 풀 먹이러 천변으로 자주 나왔죠. 소 묶어놓고 나는 미루나무 아래에 앉아 노래 부르면서 언제 해 떨어지나 그것만 보고 있었어요. 해가 떨어져야 집에 갈 수 있었거든요.”

어릴 적 도안동에 살았다는 김용미 이사와 그의 친언니 김용숙 씨가 도안 신도시를 바라보며 옛 추억을 이야기한다.
갑천누리길을 따라 걷다 작은 징검다리를 건넜다. 성인키 만한 풀숲을 헤치고 나무가 우거진 숲길에 들어섰다. 그늘 한 점 없는 길에서 벗어난 참가자들이 나무 그늘 아래 잠시 짐을 내려놓는다. 숲길은 월평동으로 이어진다. 숲길에서 벗어나 월평공원에 다다르니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던 갑천이 다시 넓은 물줄기를 드러냈다.

월평공원에서 바라본 갑천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천 옆으로 난 길도 끝을 알 수 없게 죽 뻗어있다. 다만 노랗고 하얀 꽃이 가득 피어 길을 안내한다. 꽃 옆으로 초록 잔디가 풀 내음을 풍기며 잠시 앉았다 가라고 손짓한다. 잔디밭 위로 아담한 벤치가 드문드문 놓여있다. 한참 길을 걷던 참가자들은 애인이랑 오면 좋을 곳이라고, 이렇게 예쁜 길이 있는 줄 몰랐다고 저마다 이야기한다. 이날은 만년교에서 걸음을 멈췄다. 걸음은 멈췄지만, 갑천 물줄기는 넓고 크게 끝없이 이어졌다.

  

  

참가자들

  

  

함께해요

총 열 코스로 구성된 ‘2014대전도보여행 산천걷기’는 매월 둘째 주 화요일 대전의 산과 하천을 걷는다. 전화나 문자로 신청하고 시간에 맞춰 출발 장소로 가면 된다. 일정과 신청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사)대전문화유산 울림 온라인 카페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온라인카페 cafe.daum.net/djchwoollim

| (사)대전문화유산울림 042.252.2238

| 안여종 대표이사 010.2405.4728


글 사진 박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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