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9호] 카일린의 일본문화탐방기

제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시절, 강아지가 너무나 갖고 싶어 엄마께 떼를 쓰며 졸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워낙 동물을 좋아해서 어렸을 적에도 공주님 인형보다는 동물도감이나 공룡 인형을 가지고 놀았거든요. 결국, 언니까지 합세해서 엄마를 설득한 결과, 귀여운 강아지가 새 가족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름은 ‘또또’라고 해요.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한 또또는 제가 일본에서 대학교에 다닐 때 저세상으로 떠났답니다. 개의 평균 수명인 10년을 훌쩍 넘는 14년이라는 세월을 살았지만, 인생의 반 이상을 함께 한 반려견이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하굣길 사람이 많은 길목에서 엉엉 울면서 걸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반려견을 키워보니 그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데요, 일본에서도 인생을 동물들과 함께 보내는 사람이 아주 많답니다. 우리나라는 강아지가 인기가 많은데 일본에서는 그에 못지 않게 고양이도 인기지요. 자식처럼 보살피며 예쁜 옷을 사 입히기도 하고 심지어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반려동물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일본은 반려동물 선진국으로서 잘 알려졌대요. 한 경제 연구소의 연구로는 2013년 일본의 반려동물 관련 총 시장규모가 1조 4천억 원에 이르며 2014년에는 그보다 더 확대될 전망이라고 해요. 스포츠용품 시장이나 호텔 비즈니스 시장규모보다 훨씬 큰 수치이니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이 가시죠? 큰 시장에 못지 않게 반려동물을 위한 서비스도 아주 다양해요. 정말 반려동물 선진국이구나! 하고 감탄한 서비스는 바로 반려동물 보험입니다. 반려동물이 병들거나 죽었을 때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서비스에요. 일본은 영국, 북미에 이어 세계 3위의 반려동물 보험 시장 규모를 자랑합니다. 2,100만 마리 중 약 4%의 반려동물이 보험에 가입해있다고 해요. 반려동물 보험 세계 1위인 영국에서는 20%가 가입했다고 하니 아직 차이는 있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면서도 반려동물 보험이 있는 줄 몰랐던 저에겐 4%도 큰 숫자였습니다. 일본에 반려동물 보험 말고도 눈이 휘둥그레진 신기한 서비스가 또 있습니다. 바로 반려동물 택시입니다. 작은 반려동물이라면 이동용 우리에 넣어 전철이나 버스를 탈 수도 있지만 대형견이라던가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동물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으니 이동하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그런 반려동물과 주인을 위한 서비스가 바로 반려동물 택시. ‘반려동물 택시’로 검색해 보면 관련 업체가 아주 많이 나올 정도로 인기 있는 서비스에요. 전용 택시라면 다른 사람 눈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 짖어도 문제없으니 자가용이 없는 주인들에겐 구세주 같은 서비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에 진돗개가 있듯이 일본에도 토종견이 있습니다. 지역마다 여러 종류가 있어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소형견에서 마당에서 집을 든든히 지키는 대형견까지 다양하지요. 그중 시바견은 일본에서 제일 인기 있는 소형 일본견으로 주인을 잘 따르며 낯선 사람을 경계해서 든든하게 집을 지켜준답니다. 시부야 역 앞의 동상인 ‘하치코 동상’, 그리고 리처드 기어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한 ‘하치 이야기’의 하치는 아키타 현의 토종견인 아키타견입니다. 작은 몸집의 시바견과는 반대로 대형견이에요. 시바견만큼 자주 마주칠 일은 없지만, 동상과 영화로 잘 알려진 친근한 일본견이죠. 그리고 북쪽 지방인 홋카이도의 홋카이도견은 눈이 많은 곳에 잘 적응하여 추위를 이겨내는 털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일본의 이동통신사인 소프트뱅크의 텔레비전 CM 주인공으로도 유명합니다. 한 가정의 ‘아버지’라는 설정으로 아주 재미있게 연기하는데, 이 CM이 나올 때마다 반가운 마음으로 집중한답니다. 정말 귀여워요.
  
  
집이 넓은 한국에 비해 작은 집이 많은 일본은 하루에 꼭 두세 번 애완동물을 산책시키는 가족이 많답니다. 반려동물이 갑자기 배변해도 배설물을 내버려두지 않도록 비닐봉지를 가지고 나갑니다. 숲 선생의 고향 집에도 덩치 큰 래브라도 리트리버를 키우고 있어요. 무려 37킬로나 나가는 이 녀석의 이름은 ‘곤베’라고 해요. ‘곤베’는 한국으로 치면 ‘아무개’나 ‘홍길동’같이 이름 모르는 사람에게 마구잡이로 갖다 붙이는 이름이에요. 제가 워낙 동물을 좋아해서 고향 집에 가면 자주 곤베와 산책하러 가는데요, 그렇게 장난기가 많은 곤베도 집 안에선 대변 소변을 꾹 참고 있다가 산책하러 갈 때만 볼일을 봐요. 큰일을 볼 때 엉덩이에 비닐봉지를 가져다 대면 비닐봉지 안으로 응가가 들어가므로 땅에 떨어진 응가를 주울 필요가 없는 필살기까지 습득했답니다! 그렇게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시키면 자연스럽게 마을의 강아지들과도 자주 마주치게 되고, 강아지 주인들과 인사 하면서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합니다. 한번은 시어머니가 곤베를 데리고 산책하다가 곤베의 반의반도 안 되는 작은 소형견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이 소형견이 곤베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코를 꽉 물고 놓아주지 않았다고 해요. 곤베는 놀라지도 않고 코에 작은 강아지를 대롱대롱 매단 채로 멍청한 표정으로 시어머니를 쳐다보았다고 합니다. 반려동물과 있다 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참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사는 집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요. 언젠가 이사하게 되면 꼭 귀여운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요. 앞서 소개한 반려동물 보험에 든 사쿠마 아저씨는 유기견 센터에서 반려동물을 데려왔대요. 저도 숲 선생이랑 상담해서, 센터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예쁜 새 식구를 맞이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또또를 키웠던 예쁜 추억이 일본에서는 어떤 식구와 어떤 추억으로 다가올지 벌써 기대됩니다.
  
  
반려동물용품 가게
잡지

글 사진 박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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