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0호] Eastern Europe

2016년 1월 14일 

유럽은 처음 가보는 데다가 비행기도 열시간 넘게 타 본 적은 처음이어서 걱정과 긴장을 좀 했는데 생각보다 비행기 안에서의 시간은 지루하지 않았다. 외국인 승무원들과의 대화도 나름 순조롭게 했다. 내려서 처음 보게 된 유럽의 풍경은 문을 닫은 상점들만 빼면 한국과 많이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계획된 관광지에 가서 관련된 역사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지만 그냥 나와 다른 환경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우리나라와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6년 1월 16일

오늘은 드레스덴을 떠나서 베를린으로 이동했다. 도착해서도 이곳저곳 옮겨 다니느라 버스에 있는 시간이 많았고, 관광할 수 있는 시간이 적었다. 폭격 당시 모습을 보존해 놓은 교회와 이스트사이트갤러리에 가고 소시지 먹은 게 전부이지만, 그 속에서 발견한 이곳 사람들의 새로운 모습은 재미있었다.

신호등 기념품점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던 우리 앞에 불쑥 들어오신 할아버지 두 분을 보면서 나와 다른 걸 느꼈다면 이곳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상관없이 내키는 대로 용감하게 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세상 모든 사람들은 주변의 시선이라는 것에 큰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행동해야 할 때도 있고, 남의 기분을 맞춰 줘야 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세상 모든 사람이 겪는 일인 만큼 사회생활도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 그것에 신경 쓰다 보면 진짜 나는 어느 순간부터 없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남의 시선에 의해 행동한다는 건 나의 가짜 모습이나 과장된 모습이라고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것 신경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마음 나누기 시간은 원래 예정되어 있는 활동과 다르게 진행했는데 굉장히 유익했던 시간이었다. 함께 여행하는 친구들과 친해지는 데 좋은 시간이었고 의외의 모습들도 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앞으로도 점점 친구들과 친해져 가고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2016년 1월 17일 

하루 종일 버스 타고 걸어 다닌 게 전부였지만 전보다 흥미 있는 일정이 꽤 있어서 지루하지만은 않았다. 오전에 일정은 별로 재미있는 게 없었는데 테러 박물관에서부터 선생님이 설명을 너무 잘해 주셔서 감동받았다. 덕분에 새로 알게 된 사실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당시 패전국의 국민으로서 절망 속의 나날을 보내야 했던 그들에게 히틀러는 최고의 사람이었고, 덕분에 유대인 학살 같은 일들도 큰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히틀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가 저지른 만행을 알면서도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은 히틀러가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행동했는지 알 수 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유대인 박물관에 대해서는 얼굴 모양의 철들을 밟는 장면을 책에서 얼핏 본 것 같아 신기하기는 했는데 계속 관람할수록 건축가가 유대인들이 겪었을 고통을 얼마나 절실하게 표현하고 싶어 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극단적이지도 않으면서 할 말은 다 하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그 작품들에 어떻게 의미부여를 하는지가 작품을 해석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영어여서 대충 읽고 그림만 봤던 것도 있지만, 쇠 얼굴을 밟는 곳이나 수용소처럼 만들어진 곳에 들어가는 건 각자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1월 20일 

오늘 일정은 대중교통을 꽤 많이 이용했다. 슈테판 성당이 있는 곳까지 전철로 이동하고 자유 시간이 있었는데, 조금만 걸어가면 오페라 하우스도 볼 수 있었다. 밤에는 야경을 보았는데 굉장히 멋졌다. 오후에는 궁전에 들렀는데 언덕 위에서 찍은 사진의 풍경이 좋았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기 위해 다시 전철을 탔는데, 잘 가고 있던 도중 말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영어로 나에게 어디까지 가냐고 물어보시고, 지금 사고가 나서 다음 역에 정차해야 한다는 독일어의 안내방송을 통역해 주셨다.

처음엔 갑자기 말을 거시길래 뭐지 했는데 듣다 보니 열차에 문제가 생겼단 걸 알 수 있었다. 그땐 어떡해야 하나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몇 마디 주고받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런 행동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 바꿔 생각했을 때 나는 외국인에게 통역해 줄 용기가 없었을 것이다. 그냥 알아서 하겠지 하고 내렸겠지만, 순수하게 우리를 도와주려고 말을 걸어 주신 이 할머니는 대단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할머니 아들이 일본에 있는데, 우리가 말하는 걸 듣고 대충 동양인으로 생각하시고 말을 거신 것 같았다. 앞으로 나와 내 주위의 사람들도 따뜻한 배려심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2016년 1월 21일 

비엔나에서의 마지막 날, 오전 일정으로 왈츠를 배우러 갔다.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끝나기는 했지만 재미있었다. 두 번째 한식으로 육개장을 점심에 먹고 두세시간 동안 버스로 이동해 기대했던 할슈타트 마을에 도착했다. 엽서나 달력 그림에 실려 있던 풍경을 실제로 보니 멋진 것도 있었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자연과 시골스러운 마을이 주는 느낌이 굉장히 조화로웠다. 오늘 일정에서는 현지 사람들과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할슈타트는 마을에도 관광객뿐이어서 조금 놀랐지만, 어쨌거나 오늘은 자연과 소박한 인문환경이 이룰 수 있는 조화 속의 아름다움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여행했던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아쉽기는 하지만 끝까지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2016년 1월 22일 

유럽여행을 올 때, 오스트리아를 많이 기대 했었는데 그만큼 좋은 추억과 풍경이 많았다. 그 일정도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파노라마 뷰를 찍었던 곳과 모차르트 외가가 있는 곳에 오전에 다녀왔고, 오후에는 호엔 잘츠부르크 성에 갔다. 힘들긴 했지만 멋진 풍경 덕분에 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고, 이름이 기억 나지 않지만 거리에서 쇼핑도 했다. 길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즐겁게 웃으면서 멋진 여행을 하고 화려한 풍경을 보러 다니고 맛있는 식사도 하지만, 돈이 없어 구걸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밥을 먹는 건 배고프고 식사 시간이 되어서 이지만, 어떤 이들에겐 내가 당연히 누리는 한 끼가 소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그런 사람들 중에서 적극적으로 우리에게 말을 거는 분들도 계신데, 그걸 언짢게만 생각했던 게 후회되기도 했다. 그분들이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노력과 발버둥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떨어져 최하층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신세가 된 사정이 다 있을 텐데 그냥 내가 생각하던 ‘돈 없고 불쌍한 거지’로 모든 사람을 일반화시켜버린 것 같았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건 좋은 경험인 것 같다

            

            

2016년 1월 24일 

사실상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내일이면 오후에 프라하 공항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을 남겨 둔 채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과 여행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씩 남는다. 공정여행이란 건 이번 여행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한 번 여행한 것 가지고서는 공감만세가 여행을 통해 추구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좋았던 것은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던 것과 여러 가지 역사 박물관과 전시관, 마을을 보면서 내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것이었다. 유대인을 학살했던 것만 알고 있었던 히틀러의 당시 사회와 사람들이 그를 지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유대인 박물관을 방문하면서 생각해 보고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여행은 즐기려고 하는 것이다. 그 기준에 비교해 본다면 이번 여행이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환경에서 멋진 경치를 보며 노는 여행도 좋지만, 이번 여행처럼 하는 것도 다른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을 무슨 여행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다. 공정여행이 추구하는 것을 대충 알 것 같기는 하다. 이번 여행은 꽤 의미 있었고, 나는 공감만세에서 다녔던 수많은 여행 중 하나를 다녀온 것뿐이지만 나름대로 느낀 게 많았다. 집에 돌아가면 이 시간도 그냥 유럽여행 중의 한 부분이 되겠지만, 여기서 배우고 느낀 것들을 잘 기억하고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글 사진 공정여행 참가자 나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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