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89호] April 2nd
2010년 4월 2일 밴드를 결성했다. 그래서 밴드 이름이 에이프릴세컨드다. 대광 씨는 에이프릴세컨드를 결성하기 전 자신이 보컬과 기타를 맡고 드러머와 베이시스트 두 명과 함께 3인조 블루스 밴드를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노래가 그리 쉽지 않았다.
“처음엔 제가 노래까지 부를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요(웃음). 결국, 보컬을 구하게 됐는데 그때 주변에서 노래 정말 잘하는 친구라며 경희를 소개해 줬어요. 말도 잘 통하고 노래도 잘해서 같이 하게 됐죠. 이후에 베이스 치던 친구가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고 우건이가 합류해 지금 멤버가 된 거예요.”
2010년 밴드를 결성하고 같은 해 10월 EP앨범 『시부야 34℃』를 발매했다. 이후로 4년간 두 번의 디지털 싱글앨범이 더 나왔다. 앨범과 함께 전국을 다니며 공연도 꾸준히 이어갔다. 소규모 라이브클럽은 물론이고 대전에 열린 호락호락 페스티벌, EBS 헬로루키, KT&G 밴드디스커버리 등 제법 큰 규모의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며 지금까지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
세 사람 모두 중ㆍ고등학교 시절부터 음악을 시작했다. 경희 씨와 대광 씨는 학교 밴드부에서 활동했고 우건 씨는 고등학교 시절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를 음악과 함께 보냈다.
“중학교 때 처음 기타를 쳤어요. 고등학생 때도 밴드 활동을 계속 했고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스무 살부터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어요. 작사ㆍ작곡 같은 창작 활동도 함께요. 다른 일도 해보고 싶고 평범한 생활을 생각하기도 해요. 그런데 할 줄 아는 게 음악뿐이에요. 음악은 그냥 생활이었어요. 주변 사람도, 환경도 모두요. 그걸 일부러 거스르려 하지 않았죠. 자연스럽게 세월에 맡기다 보니 지금까지 음악을 하고 있네요.”
밴드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대광 씨는 가끔 음악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상상은 어떻게든 음악 활동과 연결된다. 생각의 끝은 결국 다시 음악으로 돌아온다고 그는 말한다.
음악 욕심이 많은 경희 씨도 중학교 때부터 음악 활동을 했다. 노래는 물론 기타와 건반도 다루고, 대광 씨와 함께 에이프릴세컨드가 연주하는 대부분의 곡을 직접 만든다.
“보컬이라고 노래 욕심이 많은 건 아니에요. 그랬다면 가수를 했겠죠. 근데 가수는 정말 못하겠어요. 혼자 멀뚱히 서서 노래 부르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싫거든요. 음악 욕심이 많아요. 작사ㆍ작곡도 직접 하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밴드가 좋아요. 같이 음악 만들고 연주하고 공연하고 그런 게 재미있어요.”
경희 씨는 밴드 오아시스 음악을 들으며 음악적 에너지를 충전한다. 리드미컬한 음악을 선호하는 그는 인터뷰 내내 ‘흥’과 ‘춤’을 강조하며 에이프릴세컨드 노래를 듣고 많은 사람이 신 나게 음악을 즐기며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단 한 번도 베이스를 관둔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죠. 다른 애들처럼 공부하고, PC방 가고 그러다 조금 늦게 사춘기가 왔어요. 공부도 안 하고 방황하다 그나마 잘하는 음악을 시작했어요. 베이스 선택한 이유는 별거 없어요. 치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선택했어요.”
에이프릴세컨드 막내 우건 씨는 밴드를 시작하고 함께하는 형들에게 음악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밴드 활동을 통해 새로운 음악 장르를 접하며 음악적 취향도 조금 바뀌었다.
베이시스트 문우건 씨
기타리스트 문대광 씨
보컬 김경희 씨
에이프릴세컨드가 연주하는 곡은 대부분 대광 씨와 경희 씨가 직접 작사ㆍ작곡한다. 두 사람이 만든 곡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한 번 들었을 땐 사랑 노래처럼 들리지만 두 번, 세 번 반복해 듣다 보면 사랑 이야기가 아닌 또 다른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워, 밤 바람이 차가워/ 눈물을 머금어 난, 널 지우려/ 그리워, 어둠 속에 기대어/ 애타는 가슴을 난, 쓸어내려/ 그리워, 그리워 나/ 네 뒷모습까지도/ 그리워, 그리워 나/ 네 그림자까지도/ 그리워, 기억 속을 헤매어/ 조각난 심장을 난, 잡아보려
에이프릴세컨드 「그리워」 가사 중
마치 헤어진 연인에게 그리운 마음을 소리치는 것 같은 이 노래는 이미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싶어 경희 씨가 만든 곡이다. 여러 번 곱씹을수록 그 진가를 드러내는 노래. 에이프릴세컨드는 그런 곡을 연주하고 싶다.
“밴드를 만들 때 어떤 장르를 정하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록 사운드에 기반을 두긴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한 록도 아니고요. 사실 장르를 구분하는 게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딱 들었을 때 바로 에이프릴세컨드가 생각나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에이프릴세컨드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거죠.”
밴드 리더 대광 씨의 이야기다. 환갑이 넘어서도 젊은 친구들과 신 나게 음악 활동을 하고 싶다는 그들은 에이프릴세컨드만의 색과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서고 싶다.
9월 중순, 에이프릴세컨드 정규 1집이 발매된다. 이번 앨범 역시 대광 씨와 경희 씨가 직접 만든 10여 곡을 수록할 예정이다. 그들에게 정규 1집은 또 다른 시작의 첫걸음일 것이다.
“누구나 자신에게 특별한 날이 있잖아요. 비 오는 날이라든지, 가을밤이라든지요. 그런 특정한 상황에 ‘에이프릴세컨드 노래 듣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드는 앨범이었으면 해요. 앨범 발매하면 공연도 더 자주 해야죠. 지금 밴드 부활과 함께하는 ‘To be One’ 통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에요. 좋은 기회가 있다면 어떤 무대든 서서 사람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어요.”
한 개그 프로그램 유행어 중 ‘이 물건은 가격이 얼마에 형성되어 있죠?’라는 말이 있다. 이 질문에 가게 주인 역을 맡은 상대 배우는 ‘만 원’이라는 단순한 답을 내놓는다. 가격을 정하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 물건을 파는 가게 주인 마음 아닌가.
항상 왜냐고 물었다. 그냥 좋을 수도 있고 그냥 하고 싶을 수도 있는 것인데 마치 ‘왜’ 강박증에 걸린 사람처럼 계속 ‘왜’를 외쳤다. 에이프릴세컨드에게도 그랬다. 그냥 음악이 좋아 하고 있다는 그들에게 자꾸 ‘왜’를 물었다. 마치 숨겨놓은 특별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라는 식으로 말이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들의 공연 영상을 다시 찾아봤다. 좋다. 다시 봐도 공연은 정말 좋았다. 만약 누군가 에이프릴세컨드 공연이 왜 좋았느냐고 되묻는다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좋다.’, 혹은 ‘정말 좋았다.’고 표현할 뿐 어떤 특별한 이유를 말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인터뷰 도중 난감한 표정을 짓던 그들을 그제야 조금 이해 할 수 있었다.
2013년 EBS 헬로루키에 출연한 에이프릴세컨드는 공연 전 청중에게 “음악 속 우리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하며 공연을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전한다. 9월 중순 발매할 에이프릴세컨드 정규 1집 앨범에 ‘왜’라는 질문 대신 ‘무엇’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음악 속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