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04호]겨울에 더 따뜻한 곳

대전광역시 노숙인종합지원센터
대전광역시 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지난여름, 두꺼비이사대작전을 시작했다. 한국 철도공사의 개발사업으로 오랫동안 사용하던 건물이 철거될 예정이라 이사를 계획해야 했다. 이사 비용과 그동안 투자했던 시설비 중 일부를 보상받았지만, 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부담할 수 있는 임대료 내에서 갈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어느 곳에서도 노숙인 시설을 반기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였다. 1년 반을 헤매 임대할 건물을 찾았지만, 임대료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던 노숙인종합지원센터 직원들은 자신들의 기부를 씨앗 자금으로 모금을 시작했다. ‘두꺼비이사대작전’이었다. 그리고 지난 9월 17일, 새 건물에 둥지를 튼 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전에 있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정동 인쇄 거리 한가운데, 전보다 쾌적하고 넓은 건물 2층과 3층에 자리를 잡았다.
새 공간에 만든 두꺼비집
 두꺼비이사대작전은 성공했다. 많은 이가 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 관심을 가졌고 후원해 주었다. 이사하는 데까지는 두 달이 걸렸다. 시간 날 때마다 직원들이 직접 이삿짐을 날랐고 이사하는 곳 건물 내부 공사도 했다. 센터에 머무는 노숙인들도 손을 보탰다. 타일 공사, 화장실 공사를 하고 벽을 만들어 방을 만드는 데도 직원들과 노숙인들이 전문가와 함께 힘썼다. 2층은 노숙인이 쉴 수 있는 곳이다. 2층으로 들어서자마자 왼편에는 TV가 있고 그 앞으로 옛 대합실에서 쓸 법한 긴 의자 몇 개가 놓였다. 어느 평일 아침, 노숙인들은 이곳에서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아직 점심이 되기 전, 열 명이 넘는 노숙인이 TV를 보며 짧은 대화를 나눈다. 이사 오기 전에는 낮에 노숙인들은 센터에 있지 않았다. 추운 기운이 감도는 센터 대신에 대전역으로 향했다. 지금은 많은 노숙인이 낮에도 센터에 머문다. 센터에서는 노숙인들이 여가를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바둑이나 장기 용품 등을 갖출 예정이다. 2층 한 편에는 프로그램실과 상담실, 의무실이 있다. 3층은 사무실이다. 사무실에 앉아 자리를 지키는 직원은 많지 않다. 겨울이면 직원들은 더 바쁘게 움직인다. 낮, 저녁, 밤에 노숙인이 있을 법한 곳으로 따뜻한 두유와 김밥을 들고 나간다. 혹시라도 모를 사고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상처받아 마음을 쉽게 열지 않는 이들에게 ‘우리가 있다’고 말한다. 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함께 사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
 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노숙인을 위한 ‘응급 병원’이다. 거리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다시 다른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노숙인이 이곳에 오면 직원들은 우선 어떻게 노숙을 하게 되었는지 상담부터 한다. 상담을 통해 자활 시설, 재활 시설, 요양 시설 등에 연계해 준다.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센터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20일. 한 달 중 20일 이용할 수 있고 최대로 20일씩 4개월을 이용할 수 있다. 노숙인이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하는 시간이 20일인 것이다. 20일 동안에 노숙인들이 머무는 곳은 노숙인종합지원센터와 노숙인일시보호센터인 반올림 꿈터다. 낮에는 근로를 나가기도 하고 센터에서 쉬기도 하고 저녁이 되면 반올림 꿈터로 이동해 저녁 식사를 하고 잠을 자고 아침 식사 이후 다시 센터로 나온다.

20일 동안 센터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한다. 자활 프로그램으로 노숙인의 재취업 가능성을 발견한다. 20일 안에 재취업의 길을 열어 센터를 나가는 사람도 있다. 동절기에는 조건에 맞는 이에 한해 주거 지원도 한다.
대전광역시 노숙인종합지원센터
는 정동 인쇄거리를 이루는 한 구성원이 되었다.
9월 17일 개소한 이래로 새로운 곳에서 잘, 적응하고 있다. 노숙인들도 쾌적한 시설을 반기며,
직원들도 전보다 더 편하게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이웃도 생겼다. 근처 노인병원에서 노숙인들의 치료를 배려해 준 것이다.
하지만 아직 노숙인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관련 민원이 들어온 적도 있었다.
대전광역시 노숙인종합지원센터는 노숙인 문제가 노숙인 개인의 것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들의 좌절에는 다른 이들의 책임도 있다고,
그렇지 않더라도 같은 시간을 함께 사는 이들에게 조금의 관심을 보내 달라고 말한다.

대전광역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
A. 대전시 동구 대전로 854 T. 042.221.8331

 
글 사진 성수진(ssj2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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