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9호] LP. 추억과 향수를 부르고 시대를 말한다

북카페 이데 벽에 빛바랜 사진으로 가득한 LP 음반이 다닥다닥 붙었다. 지난 8월 4일부터 16일까지 열린 <음반, 역사를 말하다> 전이었다. 장발 머리에 하얀 이를 씩 드러내며 웃는 남자들이 네모난 음반에 얼굴을 채웠다. 진한 화장으로 이목구비를 뚜렷하게 한 여자들의 얼굴도 보인다. 음반에 보이는 사진으로도 그때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8월 13일은 벽에 걸린 LP 음반을 꺼내 직접 들어보기도 했다. 지직거리는 소리와 간드러진 목소리가 섞여 공간을 채운다. 넘실거리는 소리를 따라 보는 <음반, 역사를 말하다 전>의 점심 강의 시간이었다.
파라노이드 송명하 편집장
소리와 노랫말로 역사를 말하다

“한국 대중음악사는 1930년대부터 본격화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와 80년대를 중심으로 앨범을 선정했어요. 많은 대중음악사 가운데 이 시대를 택해 전시한 이유는 이때가 한국 음반 역사상 격동의 시기였기 때문입니다.”

8월 13일, LP 음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 사람은 송명하 파라노이드 편집장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작은 강의에서 송명하 편집장은 전시를 보며 그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중음악이 그 시대를 반영한 것은 그때 대중음악에 가해진 요구 때문이었다. 정권을 찬양하고, 사람들에게 ‘즐거움’만 주기를 원했던 그때, 대중음악은 수많은 심의에 걸려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70~80년대는 그러한 억압이 더욱 두드러지던 시대였다.

“창법 저속, 사회 불안감 조성 등 말도 안 되는 것을 이유로 붙여서 금지곡을 만들었어요. 당시 가수 서유석 씨 인터뷰를 보면, 아무도 옆에 없는데 100m 달리기를 하는 기분이라고 이야기하곤 했어요. 포크 가수들이 노래 가사에 메시지를 담지 못하고 탐미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었죠.”

이 시대 앨범은 금지곡이 되자마자 수난을 겪었다. 금지곡이 된 앨범을 수록한 LP는 흠집을 내 들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방송국이 앨범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었어요. 또 방송국에 있는 음반이 관리하기 가장 좋은 대상이었죠. 금지곡이 된 앨범은 죄다 흠집을 내서 폐기했어요. 그래서 사실상 우리나라 가요 LP를 보관한 곳이 많이 없어요. 한국 대중가요로 그 시대를 바라볼 수 있어요. 단순히 듣고, 소비하며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에요. 가사와 멜로디가 담겨 있잖아요. 그것이 그 시대를 알려주니까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LP 박물관 건립을 제안했던 거였어요.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그런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고요.”


이수연 사진 박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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