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9호] 한 사람의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책이 아닌 사람을 빌리는 도서관. 덴마크 출신 사회운동가 로니 아버겔은 남들과 조금 다른 삶을 사는 사람에게 갖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줄이고자 ‘리빙 라이브러리’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리빙 라이브러리 이용법은 간단하다. 원하는 ‘사람책’을 빌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궁금한 점은 질문도 하면서 말이다. 지난 8월 20일 저녁 7시 두 명의 ‘사람책’을 직접 만났다.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영글 김기영 편집장 | 세 번째. CO 이예지 디자이너
대전 휴먼라이브러리

대전 휴먼라이브러리는 열여섯 명의 20대 청년이 함께한다. 이들은 대전에서 활동하는 여러 분야의 사람을 사람책으로 선정하고, 사람책과 독자가 만날 수 있도록 만남의 장을 제공한다. 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지원받고 있다.

대전 휴먼라이브러리는 로니 아버겔이 제시한 리빙 라이브러리와 조금 차이가 있다.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었던 로니와 달리 대전 휴먼라이브러리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 또 만남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은 성공과 명예가 아닌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이를 사람책으로 선정한다.

대전 휴먼라이브러리는 사람책과 독자가 실제로 만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소소한 만남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사람책 사전 인터뷰를 블로그에 게시해 많은 사람이 사람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아홉 명의 사람책을 블로그에서 만날 수 있다.

  

  

사람 책을 만나다

“‘한 사람의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만의 신념과 가치로 스스로 삶을 만들어 가는 두 분의 사람책을 모셨습니다. 대학언론연합 YOUNG-글(이하 영글) 김기영 편집장과 디자인 스튜디오 CO(이하 CO) 공동창업자 이예지 디자이너입니다.”

진행을 맡은 최은성 학생이 두 사람책을 소개하며 대전 휴먼라이브러리의 소소한 만남이 시작됐다. 휴먼 라이브러리에는 작은 규칙이 있다. 하나, 사람책 이야기에 집중할 것. 둘, 편견으로 바라보지 말 것. 단 두 개뿐인 규칙이지만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날 참석한 독자는 아홉 명. 사람책을 중심으로 4~5명이 두 테이블로 나눠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독자들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사람책을 바라본다. 간단한 자기소개가 끝나고 사람책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는 사람책이 직접 정한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영글 김기영 편집장이 정한 키워드는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YOUNG-글을 만나다’, ‘청춘에게 고함’이다. 어릴 적 몸이 허약했던 자신의 모습부터 성악을 전공하며 영글 대표로 일하고 있는 지금까지 어떤 생각과 가치를 추구하며 살았는지 독자들에게 자세히 이야기한다.

“세상을 바르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선 언론이 먼저 바로 서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대전 지역 여러 대학 중 학보사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 얼마 없더라고요. 그 친구들을 모아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대학언론연합을 만들어보자 생각했어요.”

김기영 편집장 이야기에 모여 앉은 독자들도 한 마디씩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하며 그렇게 이야기가 계속됐다.

CO 이예지 디자이너의 세 가지 키워드는 ‘경쟁을 즐기는 방법’, ‘우물 안 개구리의 깨달음’, ‘일상에서 배움 찾기’이다. 초·중·고등학교 반장과 부반장을 도맡아 하고 모범생처럼 공부만 하던 그녀는 고등학교 2학년 말, 미술을 시작했다. 미술을 시작하기엔 늦어도 한참 늦은 시기지만 그녀는 과감히 도전했다.

“디자인 공모전에 많이 출품했죠. 처음엔 1등 하겠다는 마음으로 경쟁에 임했어요. 그런데 그 생각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생각인지 깨달았죠. 이후로는 1등에 연연하기보다 내가 만족할 만한, 나에게 남을 만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녀의 이야기가 끝나자 그녀와 같이 디자인을 공부하는 정혜실 독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을 쏟아낸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책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인지 독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함께 소통하고 있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사람책과 아홉 명의 독자, 스텝까지 모두 함께 네트워크 파티를 열었다. 서로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하고 연락처를 교환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대전 휴먼라이브러리 소소한 만남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진행합니다. 대전 휴먼라이브러리 페이스북 페이지와 블로그에서 일정을 확인하고 신청하면 소소한 만남에 함께할 수 있습니다. 신청은 선착순으로 사람책 한 명당 최대 5명의 독자가 함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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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박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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