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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0호] 플랫폼을 꿈꾼다
지하철 창동역 1번 출구로 나오자 바로 플랫폼창동61이 보인다. 사진으로 접한 것처럼 한 번에 눈에 띄는 화려하고 거대한 모습이 아니고 주변 환경에 적당히 녹아 보기 좋은 컨테이너 건물이다. 건물 앞 벤치에는 나무 그늘 아래 쉬다 가려는 듯 사람들이 앉아 있다. 플랫폼창동61의 존재를 처음 접한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 “여기 뭐 하는 곳이지?” 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전화로 사진 찍는 소리가 들린다. 플랫폼창동61 내부로 들어서니 또 다른 활기찬 모습이 반긴다. 내부는 투어하며 공간에 관한 설명을 듣는 사람들로 붐볐고 곧 있을 프로그램 순서를 기다리는 학생들은 줄을 길게 서 있다.
플랫폼창동61은 음악, 푸드, 패션, 사진 등의 콘텐츠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이다. 630평 규모에 61개의 대형 컨테이너로 구성한 이곳은 도시재생을 화두로 만들었다. 서울 내에서 베드 타운이라 불리는 창동·상계 지역을 문화예술, 커뮤니티로 활성화해 보자는 서울시의 계획에 의해 지난 4월 문을 열었다.
플랫폼창동61이 있는 강북의 창동·상계 지역은 강남북 불균형 발전이 여실히 드러나는 지역 중 하나다. 대표적인 베드 타운으로, 아침이 되면 다른 도심이나 강남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많아 교통체증이 심하며 문화 시설이나 편의 시설이 적어 지역 주민이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 서울시는 이 지역에 새로운 문화로서 활력을 불어넣고자 계획했다.
서울시는 2017년부터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 프로젝트로 3단계 사업을 진행하는데 그중 1단계 사업에 대규모 공연장인 서울아레나 조성이 포함된다. 플랫폼창동61은 이 계획의 붐엄(Boom-up) 시설로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이루어질 창동·상계 도시재생 사업에 주민의 관심을 환기하며 가능성을 엿보는 공간이다.
이러한 이유로 플랫폼창동61은 가건축물로 만들었다. 일단 5년만 쓰는 것으로 계획하고 비용과 공사 기간을 줄일 수 있는 대형 컨테이너 61개를 쌓아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최근의 트렌드와 특색을 동시에 갖추게 됐다.
원래 플랫폼창동61은 5년 운영을 계획하고 만들었지만 상황에 따라 서울아레나가 준공되고 나서도 ‘같이 가는’ 시설이 될 수도 있다.
플랫폼창동61은 음악, 푸드, 패션, 사진 등의 콘텐츠로 채워지는데, 중심은 음악이다. 그래서 개장하자마자 사람들은 ‘홍대를 중심으로 했던 음악 문화 지형이 바뀔 것인가.’에 주목하기도 했다. 뮤지션들은 홍대가 아닌 새로운 지역, 공간의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플랫폼창동61은 그러한 목적으로 만든 공간은 아니다.
음악, 푸드, 패션, 사진 등의 콘텐츠는 플랫폼창동61 안에서 지역 주민과 접점을 만들며 의미를 지닌다. 또한, 플랫폼창동61에는 주민의 참여와 소통을 위한 동북4구 도시재생협력지원센터가 있다. 센터는, 지난해 6월 서울시와 동북4구(성북, 강북, 도봉, 노원)의 지원으로 개소했으며, 올해 플랫폼창동61이 생기며 사무실을 옮겼다. 행정 단위를 뛰어넘어 생활 단위에서의 4개 구의 도시재생을 지원하는 센터다. 서울시가 운영의 책임을 지는 플랫폼창동61 내 동북4구 도시재생협력지원센터는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직영 센터로 볼 수 있다. 동북4구 도시재생협력지원센터 정선철 사무국장은 “지원센터이기 때문에 협력 거버넌스를 중시한다. 프로그램 기획과 참여자 모집을 할 때도 관할 기관, 민간 단체와 함께 의견을 나눈다.”라고 말했다.
한편, 플랫폼창동61의 운영과 관리는 메타기획컨설팅에서 위탁 운영 하고 있다.
플랫폼창동61은 각 분야에 디렉터를 두고 디렉터가 기획하는 공연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이동연 교수가 총괄예술감독을 맡고 음악 디렉터 신대철, 푸드 디렉터 최현석, 패션 디렉터 한혜진, 포토 디렉터 조세현이 여러 예술가들과 협업한다. 뿐만 아니라 신대철, 이한철, MC메타, 잠비나이, 아시안체어샷, 숨 등의 뮤지션이 입주해 창작 활동을 하고 협력 뮤지션을 두고 입주 뮤지션과 함께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입주 뮤지션과 협력 뮤지션들이 기획하는 뮤직 큐레이션 콘서트, 장르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창동사운드 페스타, 음악, 푸드, 패션이 융합된 플랫폼코드 콘서트, 즉흥 연주와 창작 실험이 이루어지는 시나위&래그타임, 수요일마다 진행하는 레드박스 웬즈데이 등 다양한 정기 공연이 진행된다. 공연은 무료이거나, 2만 원대까지의 입장료가 있다. 창동 상계 지역이 문화적인 소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지역이 아니고, 플랫폼창동61을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만큼 누구나 쉽게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아직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플랫폼창동61에 공연이 있는 날이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이 모인다. 콘텐츠사업팀 송아현 주임은 “기대보다 반응이 좋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찾는다.”라며 “지역에 이러한 공간이 생긴 게 처음이라 시민들이 더 반겨 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포트레이트 전문 전시관인 갤러리 510은, 공연이 없는 날에도 사람들의 발길을 끄는 공간이다. 레스토랑, 카페, 편집숍 등에서 시간을 보내며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다. 쿠킹, 스타일, 포토 클래스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한편, 플랫폼창동61은 주민이 직접 동네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지역 청소년과 지역 대학 교수 등의 멘토를 연결하는 성장 멘토 프로그램인 청소년 크리에이티브 스쿨을 운영하며 시민이 참여하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시는 문화예술을 콘텐츠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의 참여를 필수 요소로 여기며 접점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공연장과 녹음실, 합주실을 시민이 대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만들고 있는 이유도 시민이 좀 더 가까이 느끼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서다.
도시재생을 꿈꾸며 시민과의 접점을 만들어 나가려 하는 플랫폼창동61은 아직 지역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가늠할 수 없다. 공연과 프로그램이 있는 날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것이 지역 내에서 지니게 되는 의미 또한 아직 알기 어렵다.
플랫폼창동61이 ‘음악과 라이프스타일의 융합’이라는 테마로 이 지역만의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보아야 한다. 플랫폼창동61과 같은 공간이 시민의 참여와 소통의 장으로 기능하며 동시에 침체된 지역 문화와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 서울시에서는 긴 기간 시도할 것이다. 플랫폼창동61에 벌써부터 다른 지자체 관련자들이 방문하는 것을 보면 긍정적 사례가 될 가능성이 보이는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