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89호] 8월은 특별히 12인 포럼

중구 대흥동 우리들 공원, 열두 명이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지난 7월부터 산호여인숙 두 주인장이 주최한 산호여인숙 2인 포럼, 산호여인숙 두 주인장이 현재 사회적 현상에 물음을 던지고, 작은 대안을 찾아보려고 마련했다. 그런데 8월은 좀 특별하게 진행했다. 지난 8월 25일 우리들 공원에 모인 사람은 2인이 아니라 12인이었다. 

“8월은 산호여인숙이 문을 연 달이기도 해서 좀 특별하게 느껴져요. 그래서 그동안 함께 대흥동에서 활동하고, 놀았던 분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산호여인숙 서은덕, 송부영 대표, 대흥동에서 중구청 바를 운영하던 권민혜 대표, 자판기 커피숍의 박정훈, 송재형 씨, 월간 토마토 조지영, 최웅규 팀장, 힙합 밴드 MH studio의 노의영 씨, 지금껏 대흥동에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참여했던 정다은, 박경희, 이새봄, 김단비 씨가 자리에 앉았다.

  

  

그동안 어떻게 놀았는지

우리들공원 한쪽에 책상과 의자를 마련하고 열두 명이 죽 앉았다. 몇몇 관객이 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지켜본다. 오늘의 주제는 “5년의 대흥동 삶을 되돌아보며”였다. 이들에게 던져진 첫 질문은 지난 시간 동안 대흥동에서 이들이 ‘어떻게 놀았는가.’라는 질문이었다.

둘러앉은 사람들이 대흥동에 발길을 하기 시작한 것은 모두 다양했다. 누구는 5년이 다 되어갔고, 누구는 4년, 3년이었다. 대흥동에서 하는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기 전에 본 대흥동 일대는 누구에게는 ‘술 마시는 곳’이기도 했고, 누구에게는 아르바이트하는 일터이기도 했다.

“처음 대흥동에서 하는 공연을 봤을 때 정말 신선했어요. 월간 토마토가 했던 3주년 파티였는데, 카페에서 공연하고 그런 게 신기했거든요. 그 이후에 하나씩 대흥동에서 하는 일에 참여하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대전사운드페스티벌을 기획하면서는 무모하게 달려들기도 했고요.”

지난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대전에서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이들이 진행했던 일은 다양했다. 대흥동립만세에 참여하기도 했고, 여러 공연을 기획하기도 했다. 사람들과 함께 모여 공부하기도 했다. 10대였다가 20대를 맞이하기도 했고, 20대는 30대가 되기도 했다.

“저는 예전에 대흥동에서 중구청 바를 운영하던 권민혜예요. 지금은 공주에 있고요. 여기에 참여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을 때 좀 망설였어요. 그런데 정말 대흥동에 정이 많이 들어서 예전에 보아왔던 분들 뵙고 싶더라고요. 예전부터 이런저런 일을 함께하면서 보아 왔던 분들이 대흥동에서 꾸준히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앞으로 어떤 모습을 꿈꾸는지

이들에게 대흥동은 ‘마을’ 같은 곳이었다. 마주치면 인사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그래서 두 번째 질문은 “앞으로 대흥동이 어떤 모습이면 좋겠는가.”라는 것이었다.

“지역에 남아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기반이 잘 닦여 있어야 지역에 많은 움직임이 생기잖아요.”

“또 다른 것이 시작하는 시발점이 되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이미 움직임이 많이 일어났던 곳이잖아요.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도 좋은 곳이 될 것 같아요.”

“수많은 프랜차이즈보다 작은 가게를 만날 때 더 기쁘잖아요. 그래서 그런 가게가 더 많이 생겼으면 해요.”

하나둘, 이야기가 이어졌다. 대흥동이라는 동네가 준 것은 단순히 공간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들에게는 사람이 하나씩 남아 있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를 만나고, 같이 놀고 싶은 친구를 만났다. 연인도 만나고, 이모도 만나고, 배우자를 만났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정답이 아니라 다른 답을 찾는 사람들, 그것을 정답이라고 주장하기보다는 ‘이런 삶도 있다’며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이 하나씩 모여 우리들 공원에 앉았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반상회 하듯 안부를 물었다.

  

  

  

  

다음 산호여인숙 2인 포럼은 정말 2인 포럼입니다. 한 명의 게스트가 있을 예정입니다. 옛 충남도청 관사촌(대흥동 소재) 앞 공터에서 진행하며, “내 맘대로 생각하는 옛 충남도청 관사촌(대흥동 소재) 활용방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입니다.

  

  

 산호여인숙 블로그

blog.naver.com/sanho2011


글 사진 이수연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