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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0호] 길을 걷다 문득
오즈 앤틱에 들어서면 오래된 나무와 가죽이 풍기는 냄새가 먼저 손님을 맞는다. 넓은 공간에 가득한 앤틱 소품과 가구는 이곳에 오기 전 다른 누구와 오랜 세월을 보냈을 것이다. 새것은 아니지만,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물건. 바로 ‘앤틱’이 가진 매력이다.
중구 대흥동에 앤틱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앤틱 가구점이 생겼다. ‘은행나무길’이라 불리는 대흥로121번길에 지난 6월 오즈앤틱이 문을 열었다. 작은 앤틱 소품부터 장식장, 테이블 같은 앤틱가구까지 꽤 다양한 물건을 만날 수 있다.
“일단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죠. 재료 질도 지금 사용하는 것보다 좋아요. 나무나 가죽은 특히 그렇죠. 또 오랜 세월이 갖는 매력이 있어요. 저는 오래된 것을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이렇게 가게도 하게 됐고요.”
오즈앤틱 김지혜 대표의 이야기다. 더 많은 사람이 앤틱에 관심을 두고 가깝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말한다.
“돈 많다고 앤틱 가구나 소품을 사는 것 같지는 않아요. 결국엔 좋아하고 관심 있는 사람이 사는 거죠. 처음에 가게 오픈한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전민동이나 노은동을 많이 추천하더라고요. 그런데 전 낯설기도 하고, 아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자주 드나들던 대흥동에 가게를 열었어요.”
대흥동에 가게를 열고 싶었다는 그녀는 그 꿈을 조금 일찍 이뤘다. 꼭 사지 않아도 좋다는 그녀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가게에 발길을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게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이 잔잔하게 흐른다. 따뜻한 불빛 아래 서 있는 오래된 물건은 다시 누군가에게 흘러가 더 긴 시간을 보낼 것이다.
A 대전 중구 대흥로121번길 25
T 042.223.3300
B blog.naver.com/ozantique
크지 않은 빵집인데 움직이는 손이 여럿이다. ‘노동부 인증 대한민국 제과 기능장의 집’이라는 간판에 끌려 들어간 대전 서구 탄방동 하레하레 과자점이다.
하레는 일본어로 ‘맑음’이라는 뜻을 지녔다. ‘언제나 맑은 하레하레 과자점’은 아침부터 저녁 여덟 시까지 빵을 굽는다. 매장엔 빵이 가득하고, 종류도 많다. 오후 다섯 시가 넘은 시간인데 쿠키를 포장하는 점원들 손길이 바쁘다. 작은 매장은 계속 북적인다. 점원들도 친절하다. 계속 웃는 얼굴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빵 좋아하는 사람 사이에선 유명한 빵집이라고 한다.
하얀 빵에 부드러운 크림치즈가 들어간 모찌모찌와 호두와 견과류가 뿌려진 엘리게이터, 크림치즈와 베이컨이 만난 갈릭 베이컨과 직접 만든다는 쿠키 몇 개를 집어 들었다. 갈릭 베이컨은 크림치즈와 베이컨이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짭조름한 베이컨이 느끼함을 잡아준다. 쫀득쫀득한 빵도 제 몫을 한다. 견과류가 듬뿍 올라간 엘리게이터는 깔끔하고 고소하다. 쿠키 종류도 다양해 고르는 재미가 있다. 쿠키도 모두 직접 만든다. 평소보다 좀 많이 먹었다. 원래 빵을 즐기는 편은 아니다. 100% 천연효모를 사용한다는 말 때문인지 더부룩함도 없었다.
A 대전 서구 둔산로 155 크로바아파트 상가
T 042.483.1595
유성구 진잠도서관 근처에 ‘부엌 ann’이 있다. 진잠도서관에서 남쪽 골목으로 50m쯤 떨어진, 골목 삼거리 모퉁이다. 행정구역으로는 유성구 원내동이다. 근방에 갔다가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다. 상호에 ‘부엌’이라는 친근한 낱말 곁에 영어 ‘ann’은 낯설면서도 잘 읽혔다. ‘부엌 안’이라 읽었다. 부엌 밖과 쌍을 이루는 부엌 안으로 무심결에 이해한 모양이다. 근데 부엌 앤이었다.
파스타와 피자가 중심 메뉴다.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둔 식탁은 쾌적하다. 무엇보다 식탁이 옹종맞게 좁지 않아 좋다. 파스타는 토마토와 크림, 오일&칠리 소스를 얹은 세 종류가 있고 가격은 9,500원에서 13,500원 사이다. 리조또와 피자는 10,000원에서 12,000원 사이, 부엌 앤 돈까스는 8,000원, 이탈리안 돈까스는 10,000원이다.
부엌 앤 스프는 1,500원, 부엌 앤 샐러드는 7,000원, 2인에서 4인용 세트 메뉴도 선택할 수 있다. 잘 먹는 남성 1인과 잘 먹는 여성 1인, 적당히 먹는 여성 1인이 함께 3인 세트를 먹었는데 부족함 없이 충분한 양이었다.
재료는 신선하고 그 신선함이 느껴지는 음식 맛이 좋다. 파스타는 소스에 어울리게 적당히 익힌 면이 식감과 맛을 풍부하게 만든다. 피자도 치즈맛이 생생하고 샐러드는 소스가 강하지 않아 재료가 숨을 쉴 수 있다. 점심시간에 가족단위 손님이 많다. 번잡한 식당가가 아닌 주택단지 골목 안에서 만난 ‘부엌 ann’은 가정집 부엌 같았다.
A 대전 유성구 원내동 진잠로 15 10번길 15-3
T 042.543.6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