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0호] 일본문화탐방기

스시. 참 간단하게 생겼으면서도 고급스럽고 깊은 맛이 나는 것이 겉으로는 표현을 잘 안 하면서 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는 일본인 문화와 비슷합니다.

꽃을 한 송이, 책을 한 권 하고 세듯 스시도 한 관, 두 관 하고 세지요. 관은 접시를 의미해서 한 관 하면 대부분 접시 한 장에 올린 스시 두 개를 뜻합니다. 세는 단위가 따로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 스시는 특별하고 흥미로운 음식입니다. 생선 부분은 네타, 밥 부분은 샤리라고 불러요.

외국인들이 코리아 하면 ‘킴치!’하고 말하듯 재팬 하면 ‘쑤쉬!’ 하고 바로 대답이 나오죠!

스시의 모양을 떠올려보세요. 아래에는 밥, 위에는 생선이 올려져 있는 스시가 떠오르시죠? 그런 스시를 ‘니기리 스시’라고 해요. 손으로 뭉친 스시라는 뜻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인기 많은 연어 스시, 새우 스시, 참치 스시 모두 니기리 스시입니다. 제가 스시집에 가면 꼭 먹는 계란말이 스시도요. 달달하니 참 맛있는 계란말이 스시는 스시집의 실력을 알고 싶으면 꼭 먹어보라는 말이 있어요. 니기리 스시 말고도 스시에는 다양한 모양이 있어요. 예를 들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스시인 성게 알 스시는 두껍고 홀쭉한 김밥처럼 생겼는데 김 안에 밥과 함께 생선 알이 가득합니다. 이런 스시를 ‘군함말이’라고 해요. 그 모양새가 바다를 누비는 군함과 비슷해서 그렇게 지었대요. 연어 알이나 성게 알 같이 형태가 무너지기 쉬운 스시를 주로 군함말이로 만듭니다. 생선 알 종류도 있지만, 일본의 대표적 발효식품인 낫또나 콘샐러드를 올린 군함말이도 있어요. 김밥이 다이어트 한 것 마냥 가는 ‘마끼스시’도 있습니다. 김이 삼각 원통 모양으로 말려서 날치 알이 가득 들어있는, 보기에도 화려한 데마끼 역시 마끼스시에 속합니다. 이외에도 달콤하고 고소한 유부초밥, 회덮밥처럼 밥 위에 여러 종류의 네타를 올려 먹는 치라시 스시 등 종류가 정말 많습니다.

  

  

스시를 어떻게 먹는지 아시나요? ‘젓가락으로 밥 부분을 잡아서 먹지!’ 하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거예요. 설마 생선 따로 밥 따로 먹는 것도 아니고, 포크로 찍어 먹는 것도 아니고. 사실은 스시를 먹는 방법이 따로 있답니다. 젓가락으로 먹는 방법, 손으로 먹는 방법이 있어요. 젓가락으로 먹을 땐 스시를 살짝 옆으로 쓰러트려서 젓가락 한쪽에는 밥, 다른 쪽에는 네타가 오게 잡으면 간장 찍기에도 좋고 네타가 떨어질 염려 없이 입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손으로 먹는 경우에는 엄지, 검지, 중지를 이용하여 스시를 잡습니다. 네타를 혀 쪽으로 뒤집어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다른 스시를 먹기 전에 생강 절임을 아삭아삭 씹어주면 먼저 먹은 스시 맛을 없애주고 미각이 새로워져서 다음 스시가 더 맛있어진다고 해요.

  

  

스시 하면 무척 비쌀 것 같죠? 그렇지도 않답니다. 요즘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마음껏 스시를 먹을 수 있는 회전 초밥 전문점이 일본 일대 곳곳에 있거든요. 웬만한 메뉴는 전부 100엔(약 1,000원)이며 조금 고급스러운 메뉴라 해도 180엔(약 1,800원)입니다. 심지어 디저트 메뉴도 케이크, 파르페, 아이스크림까지 매우 다양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만족스럽게 식사를 즐기고 올 수 있답니다. 반대로 비싼 스시집은 한없이 비싸지요. 일본 최고라 불리는 ‘스키야바시 지로’는 동경 긴자에 있는 스시집입니다.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가 잡지인 미슐랭으로부터 별도 세 개나 받은 곳이지요.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에 방문했을 때 아베 총리와 식사를 한 곳으로 유명합니다. 메뉴는 코스 한 가지밖에 없어요. 20분 동안 스시장인이 마음대로 스시를 내줍니다. 다 먹으면 왠지 나가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다고 해요. 가격은 3만 엔부터라고 하는데, 3만 엔이나 내고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뭐가 나올지 모르는데도 오래전부터 인기가 사그라지지 않는 걸 보면 ‘얼마나 맛있을까’ 하고 언젠가 가보고 싶어집니다.

  

  

가족이나 친구가 일본에 놀러 오면 스시집은 꼭 소개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스시집에 담긴 추억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요전에 한국에서 친언니가 놀러 와서 함께 스시집에 갔어요. 발길 따라 걸은 고베(神戸) 거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가게였는데 눈에 잘 안 띄는 자그마한 가게였죠. 가게 주인아저씨가 직접 스시를 만드는 스시장인이었어요. 열한 종류의 스시 모둠을 시켜서 둘이 먹으려 했죠. 저나 언니나 한 입 먹은 순간, 그 황홀한 맛에 반해서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한 접시를 더 주문할 정도였어요. 행복하하는 저희의 반응을 본 주인아저씨는 서비스로 스시를 네 개나 더 주셨답니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이 하나 더 생긴 날이었습니다. 만드는 사람, 먹는 곳, 먹을 때에 따라 다른 맛이 나는 스시. 오늘 저녁으로 스시 어떠신가요?

  

  

(왼쪽부터) 니기리스시, 마끼스시, 군함말이


글 사진 박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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