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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0호] 호락호락 페스티벌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 시원한 록 사운드가 울려 퍼졌다.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열린 2014 대전 호락호락 페스티벌(이하 호락호락)이 벌써 세 번째 대전 시민을 찾았다. 올해는 뜨거운 여름이 아닌 선선한 가을바람 부는 9월,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메인무대는 대전엑스포과학공원 안 잔디광장에 설치했고, 무대 앞 넓은 잔디밭에 호락호락을 찾은 관객들이 자유롭게 앉아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무대 주변을 빙 두른 부스에는 간단한 먹거리와 시원한 맥주를 판매했다. 먹거리 부스 옆에는 작은 쉼터를 마련했다.
무대 밖으로는 information, 티켓, 물품보관소 등 안내부스와 함께 먹거리, 즐길 거리 부스가 자리 잡았고, 파란 바탕의 포토존과 꿈돌이들이 페스티벌을 찾은 관객을 반겼다.
이번 호락호락 페스티벌에는 시나위, 디아블로, 갤럭시익스프레스, 강허달림 등 스물두 개 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지역 대표 밴드인 자판기 커피숍과 블리츠, 실리그린, 에이프릴세컨드도 함께 무대에 올라 신 나고 열정적인 무대를 만들었다.
푸른 잔디 위에 설치한 메인 무대는 규모가 꽤 컸다. 화려한 조명, 잘 준비된 악기와 음향 기기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무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무대 조명과 사운드를 조작할 수 있는 부스를 따로 두고 각 밴드의 노래와 연주에 맞게 음향과 조명을 조정했다.
9월 19일 오후 3시 50분, 자판기 커피숍의 공연으로 호락호락 페스티벌 막이 올랐다. 모든 밴드는 40분 동안 무대에 올라 자신만의 색깔로 공연을 채웠다. 40분 공연, 20분 공연 준비와 리허설을 하는 식으로 무대를 진행했다. 브로큰발렌타인과 디아블로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밤 11시가 다 되어 첫날 공연이 끝났다.
9월 20일과 21일은 첫날보다 한 시간 이른 오후 2시 50분부터 공연을 시작했다. 지역밴드 실리그린의 공연으로 막을 연 두 번째 날은 강허달림, 피터팬 컴플랙스, 시나위의 무대에 많은 관객이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세 번째 날은 가장 많은 관객이 호락호락을 찾았다. 갤럭시익스프레스 무대를 마지막으로 2014 대전 호락호락 페스티벌 3일간의 대장정은 막을 내렸다.
올해 호락호락은 작년, 부족했다는 평을 들은 점들을 많이 보완한 듯했다. 가장 먼저 무대의 질인데, 좋은 음질과 탄탄한 무대가 만들어졌고, 관객과 밴드 모두 공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부스 또한 간단하게 설치했다. 작은 이벤트를 제하고는 부대행사도 진행하지 않았다. 작년과 다르게 먹거리 몇 가지, 체험 부스 몇 개만 설치해 사람들의 관심이 무대로 향하게 했다. “무대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라고 말하는 관객을 제법 만날 수 있었다.
무대를 설치한 넓은 잔디밭은 작년 페스티벌을 즐기기에 공간이 적합하지 않았다는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공연을 즐기고 싶은 사람, 편히 앉아 쉬고 싶은 사람을 모두 만족시켰다. 잔디밭에는 공연을 즐기는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들이 온 가족 단위 관객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페스티벌에 함께했다. 좋은 무대를 만들고자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났고 그 노력은 빛을 발했다.
하지만 너무 무대에만 치중했던 걸까. 정작 호락호락 페스티벌을 찾은 관객을 위한 작은 배려는 아쉬웠다. 공연장을 찾는 것부터 그랬다. 대전엑스포과학공원을 가본 이들은 알 것이다. 어느 곳에도 ‘입구’라고 써진 안내판이 없다. 공원에 들어가서도 어디로 가야 할지 갈팡질팡하다 간간이 들리는 음악 소리를 듣고 공연장을 찾았다. 안내 스태프를 배치했지만, 공원 입구부터가 아닌 공연장 바로 앞에 배치해 공연장을 찾는 데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메인 무대 옆에 작은 무대가 하나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무대를 다시 세팅하고 뮤지션이 리허설 하는 20분 동안 관객들은 텅 빈 무대를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더욱이 체험 부스나 부대 행사가 많지 않아 잔디밭은 고요함이 흘렀다 말기를 반복했다.
“스태프들이 버젓이 스태프 복을 입고 관객과 같이 놀고 있으면 티켓 구매하고 온 관객들 기분이 어떻겠냐. 스태프들은 말 그대로 공연 진행을 돕고, 관객의 편의를 위해 열심히 뛰는 사람들이다. 물론 그들도 공연을 보고 싶을 수 있다. 그렇다면 옷 갈아입는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야 하지 않느냐.”라며 한 관객은 말했다. 흡연구역 설치, 공연장 내 쓰레기통 구비 등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돈을 내고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은 충분히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것들이었다.
호락호락 첫날인 9월 19일 금요일, 행사장은 매우 평온했다. 평일 오후 5시도 안 된 시간에 관객이 많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록 스피릿을 발산하기엔 날도 너무 밝았다. 해가 지고 어둑해지면 공연장이 사람들로 가득 차겠거니 생각했다.
해가 졌다. 그리고 공연장은 계속 평온했다. 하지만 아직 이틀이나 더 남은 페스티벌을 함부로 단정 지을 수 없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4시가 넘어 공연장을 찾았다. 그리고 두 날 모두 마지막 공연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주말은 금요일보다 많은 사람이 공연장을 찾았지만,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작년 충남도청에서 열린 호락호락 페스티벌에 참여했다는 몇몇 관객의 입에서 올해는 관객이 작년의 1/5도 안 되는 것 같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 같다고 말하는 이도, 1/10이라고 말하는 이도, 모두 표현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호락호락을 찾은 이가 작년보다 현저히 적다는 것은 확실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호락호락을 찾은 한 청년은 작년에도 호락호락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즐겼다. 그는 작년과 올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말했다.
“올해는 무대도, 사운드도 정말 훌륭해요. 잔디밭도 넓어서 좋고요. 그러면 뭘 해요. 보는 사람이 없는데. 대전에서 하는 유일한 록 페스티벌인데 사람이 너무 없어서 안타까워요. 홍보가 잘 안 됐나 봐요.”
부스에서 장사하는 사람들도 장사가 너무 안된다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호락호락 페스티벌 한 관계자에게 이유를 물었다. “대학 축제, 지역 행사 등 9월에 열리는 행사가 많다. 또 서울에서 열리는 렛츠락 페스티벌과 이번 호락호락 일정이 겹쳐 영향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축제와 행사에 영향받는 록 페스티벌이라. 어쩐지 이상했다.
물론, 집객수가 많다고 해서 그 축제를 성공한 축제라고 말할 수는 없다. 페스티벌을 찾은 관객 ‘수’에 집중하자는 것이 아니라 왜 사람이 찾지 않았는지 그 ‘이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올해 호락호락 페스티벌은 대전예총과 대전마케팅공사가 주최하고 대전예총과 대전마케팅공사, 별난디자인이 함께 호락호락TF팀을 꾸려 행사를 주관했다.
벌써 라고하기에도, 겨우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세 번째 호락호락 페스티벌. 2004년부터 시작한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 비하자면 겨우 세 번째이지만 지역 축제로 보자면 벌써 세 번째이다.
호락호락을 찾은 몇몇 관객 중에는 호락호락 페스티벌 자체를 몰랐던 이도 제법 많았다. SNS이벤트에 당첨되어 왔다는 한 관객은 “이벤트 당첨이 아니었다면 굳이 내 돈 내고 오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충남대학교 축제에 다이나믹듀오 왔대요. 사람들이 거기로 많이 빠진 것 같아요.”
호락호락 페스티벌을 찾은 정수경 씨의 말이다. 그녀의 말에 9월 대전에서 열린 지역 축제와 대학 축제를 찾아봤다. 호락호락 페스티벌 일정과 겹치는 지역 축제는 없었고, 대학 축제도 충남대학교 축제뿐이었다.
대전 시민도 모르는 대전 록 축제, 사람이 많지 않았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꼭 가야하는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은 무료로 공연을 진행한다. 또 페스티벌 한 달 전부터 무대에 오를 밴드들이 경연을 펼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반면 올해도 호락호락은 제 색을 찾지 못했다. 충남도청에 이어 엑스포과학공원이라는 특수한 장소에서 축제를 개최했지만 ‘꿈돌이 동창생 할인’이라는 93년생 관객들에게 할인 티켓을 판매한 작은 이벤트만 눈에 띄었을 뿐 여전히 그 이야기를 담아내지 못했다. 더욱이 올해는 지역 밴드 비율도 낮아 그 색이 더 모호해졌다. 한마디로 2014 대전 호락호락 페스티벌은 다른 지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냥 그런 록 페스티벌이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호락호락 페스티벌을 취재 하러 가 미친 듯이 헤드뱅잉을 하며 신 나게 놀았다. 재미있었고, 신 났던 것은 분명했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록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매년 호락호락을 찾는 이들도 그런 마음일 것이다.
쾌락은 더 큰 쾌락을 좇는다. 사람들은 점점 더 큰 재미와 즐거움을 요구할 것이다. 지금의 호락호락 페스티벌은 그런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할 만큼 잠재력이 있지 않다.
호락호락 페스티벌 한 관계자 말에 따르면 호락호락은 가족형 록 페스티벌을 지향한다. 이 점을 잘 살릴 수 있는 가족 캠핑 프로그램이라든지, 지역 밴드의 비중을 높인 라인업, 엑스포 다리에서 펼치는 자전거 라이딩 대회 등 대전에서만 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무엇’을 만들어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
오래가야 하지 않겠는가. 이대로 없어져 버린다면 우리는 다시 또 서울로 향하는 ktx 열차에 몸을 실어야 한다. 대전만의 ‘무엇’이 있는 네 번째 호락호락 페스티벌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