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0호] 금산 간디학교

‘왜 우리는 다 다른데 같은 것을 배우며 같은 길을 가게 하나’ 이승기가 부른 ‘음악 시간’이라는 노래 일부분이다. 인재양성을 위해 똑같은 사람을 찍어내는 공장으로 변해가는 공교육을 비판하는 듯하다. 이 노래는 당시 획일화된 주입식교육과 무한경쟁구도에 치여 지친 학생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사람들에게 우리나라 제도권 교육의 문제를 각인시켰다. 그리고 10년이 지났다. 하나의 답만을 바라는 주입식교육은 계속되고 있고, 과도한 입시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거기에 학교폭력까지 더해졌다. 대한민국 공교육에 해답은 없는 것일까. 제도권 학교가 추구하는 획일화된 인재양성이 과연 옳은 것일까.

충남 금산군 남이면 석동리, 은행나무로 유명한 보석사 옆으로 아무것도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숲 속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 하얀색 학교건물을 시작으로 아기자기한 나무집, 기숙사들이 들어선 작은 마을이 나온다. 마을에 들어서면 길옆 닭장의 하얀 오골계와 병아리들이 인사하듯 밥통을 쫀다. 좀 더 들어가면 밴드실에서 흘러나오는 악기 소리를 들을 수도, 운동장에서 농구 한 판하는 학생들을 만나 볼 수도 있다. 정자나 나무 그늘 밑 벤치에 모여 수다를 떨거나 책을 읽는 학생도 있다. 운이 나쁘면 손잡고 산책하러 가는 커플과 마주칠지도 모른다. 길 끝 표지판에는 숲속마을 작은 학교, 금산 간디학교(이하 금산 간디)라고 적혀있다.

금산 간디는 2002년 무주에서 시작해 영동, 군위를 거처 2007년 지금의 금산 석동리 산자락에 터를 잡았다. 전교생 여덟 명으로 개교한 작은 학교는 70여 명의 아이들을 품을 수 있을 만큼 성장했고 자매학교인 산청, 제천, 필리핀 간디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등대안학교로 자리 잡았다. 간디학교라는 이름의 ‘간디’는 우리가 아는 인도 건국의 아버지인 그 간디가 맞다. 학교의 설립자이자 교장이었던 양희규 씨는 마하트마 간디의 ‘비폭력 불복종’ 철학을 학교와 접목해 간디학교를 만들었다.  

학교는 ‘숲속 마을’이라는 30여 가구의 작은 마을과 함께한다. 학교는 마을 속에 자리 잡았다. 마을의 인적·물적 자원과 학교 교육과정이 결합하여 교육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마을주민은 자신의 특기를 살려 사물놀이나 손바느질 같은 과목을 개설하기도 하고, 학생들은 마을 아이들에게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학생과 마을 주민이 함께 마을 청소를 하기도 하고, 고구마나 과자같은 요깃거리를 나누기도 한다. 문화제나 마을 축제 등, 마을과 학교 간의 문화 교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한다. 방과 거실로 이루어진 가정집 형태의 기숙사는 남녀 각각 세 채씩, 총 여섯 채를 운영한다. 기숙사는 남녀 구분만 할 뿐, 학년을 나누진 않는다. 이런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전 학년이 숙식을 함께하기 때문에 선후배 관계가 돈독하다. 학생들은 형, 누나 할 거 없이 서로 장난치고 뒹굴며 같이 생활한다. 높임말도 쓰지 않는다. 위계질서와 권위주의는 학생들 스스로 배척해낸지 오래다. 기숙사에 위계질서와 권위주의를 찾아볼 수 없듯이 금산 간디기숙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사감 선생님이다. 금산 간디 기숙사는 학생자치기숙사로 학생 기숙사장이 기숙사원들과 함께 직접 기숙사를 관리한다. 기숙사장은 기숙사원들의 대표다. 기숙사 회의로 기숙사 내의 크고 작은 일을 해결하고 기숙사원들의 기상과 생활감독, 기숙사 청소, 생필품 관리 등을 담당한다.

  

  

수업은 대학처럼 학점선택제로 운영한다. 학생들은 자신이 희망하는 수업으로 시간표를 채울 수 있다. 주 5일 수업으로 평일에만 수업을 진행하고 오전에는 수학, 영어, 역사, 국어, 시사 토론 등의 지식교양 수업이, 오후에는 밴드, 축구, 볼링, 연극 등의 특성자립감성 과목이 주를 이룬다. 단순 암기나 주입식 교육이 아닌 발표, 토론, 실험 등이 조화를 이룬 수업방식을 운영한다. 수업 종류는 학기마다 바뀌며 지금은 약 40여 개 수업이 운영되고 있다. ‘학생개설수업’으로 학생이 선생이 되어 직접 다른 학생을 가르치고 학점을 받기도 한다. 간디학교에서는 각기 다른 주제의 다양한 수업을 만나볼 수 있다.

  

  

밴드 수업

라디오 수업

재빵 수업

국토순례 출정식

  

  

  

  

학생들이 모여 칠판에 인도, 네팔, 라오스 등의 여러 나라를 써놓고 회의를 진행 중이다. 연말에 있을 학년프로젝트, ‘해외이동학습’ 때문이다. 각 학년은 학기마다 학년프로젝트를 진행한다. 1학년은 별에별꼴 공동체 생활과 밀양 연극촌 뮤지컬 체험을 통해 학년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앞으로 학교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학교에 적응해나가는 학년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자립심과 자발성을 기르기 위해 한 달 동안 600km를 걸으며 국토의 아름다움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국토순례 역시 1학년 학년 프로젝트중 하나다. 2학년 때부터는 인턴십 탐방과 인턴십을 통한 진로탐방과정이 시작된다. 인턴십 탐방은 학생 개개인이 희망하거나, 알아보고 싶은 여러 직업군의 회사에 직접 찾아가 견학과 인터뷰를 통해 그 직업을 조사해보는 것이다. 본격적인 인턴십은 인턴십 탐방을 토대로 2~3주간 해당 회사에 근무하며 직접적인 직업체험을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간디학교 생활의 꽃, 두 달간의 해외이동학습이 이루어진다. 여행이나 관광이 아닌 ‘이동학습’이기 때문에 여행난이도가 높은 나라를 골라서 다녀온다. 3학년은 학교생활을 마무리하고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3년 학교생활을 정리하는 졸업논문과 졸업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졸업논문은 많은 시간과 생각, 고민이 필요해서 많은 3학년 학생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산 간디의 각기 다른 73명의 학생은 원하는 것을 배우며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금산 간디는 인재양성을 위한 사람공장이 아니다.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한다. 금산 간디와 대안학교들이 탈 많은 공교육의 대안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지원 부재로 인한 학비 부담과 학력인정이 안 되는 등 아직 고쳐 나가야 할 점도 많다. 3학년 전교 부회장 장해강 학생은 말한다.

“3학년이 되니 검정고시도 봐야 하고, 대학 진학의 페널티가 매우 크게 느껴져요. 그래도 간디학교에 온 걸 후회하지는 않아요. 학교에 다니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어요. 누가 고등학생 시절에 걸어서 국토 순례를 하고 두 달 동안 인도, 네팔여행을 가서 개고생하겠어요. 정말 행복한 학교생활을 했고, 친구도 많이 얻어가는 것 같아요. 대안학교 출신이 가지는 페널티쯤이야 가뿐하죠.”


송영환 사진 간디학교 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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