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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90호] 선생님 숙제했어요
숙제한 사람: 황다운 | 숙제한 날: 9월 21일
예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던 종점여행을 하게 되었어요. 막상 하려니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후딱 해치워 버려야지.’라는 마음이었습니다.
대전역에서 102번 버스를 탔어요. 왜 102번 버스를 탔냐구요? 제가 평소 타던 버스는 모두 은행동을 지나갑니다. 102번 버스는 달라요. 대전역에서 시작해 집을 지나 대전 복합 터미널, 둔산동, 충남대학교, 한밭대학교를 경유해 수통골 종점에 갑니다.
대전에서 대부분 지하철을 이용했기에 지하 ‘바깥’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종점에서 출발하지도 않는 버스를 혼자 타고 있으니 기사아저씨가 이상하게 봅니다. 시선을 애써 외면하려 핸드폰을 멀뚱히 봅니다. 문득 핸드폰을 보고 있자니 평소와 다를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종점까지는 절대로 핸드폰을 보지 않겠다고 혼자 약속했어요.
시간이 되니 출발합니다. 놀이기구 시작될 때의 느낌이랑 꼭 같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바깥을 바라보며 갑니다. 승객이 계속 바뀌고 창 밖 모습도 바뀝니다. 혼자만 멈춰있는 느낌이에요. 모두 ‘초침의 삶’을 살아가는 데 ‘시침의 삶’을 살아가는 느낌이라고 하면 맞을까요? 일상 속에서 여유를 느껴봐서 기분이 새로웠습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면 더 많은 것을 느꼈겠지요. 그래도 선생님 덕분에 한 번 쉬어가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