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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9호] 호수 옆 숲길 걷기
대청호 짧게 둘러보기
빽빽하고 높게 들어선 나무들 사이를 거닐며 한쪽으로는
호수를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여정의 시작점은 마을이다.
숲과 물이 주는 고요한 느낌에 마을이 활력을 불어넣는다.
대전, 옥천, 보은, 청원의 경계를 넘나들며 흐르는 대청호를,
대전에서 짧은 코스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짧지만, 대청호와 이를 둘러싼 여러 환경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코스다.
코스는 동구 주산동 연꽃마을에서부터 시작한다. 연꽃의 개화 시기는 7~8월이기 때문에 아직 연꽃은 피지 않았지만, 마을 그 자체가 주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느낌에 감탄한다. 언젠가 한 번쯤 살아 보고 싶은 마을이다. 마을 한쪽 끝에는 대청호 끝자락이 보이고 마을의 둘레는 숲이 둘러쌌다.
연꽃마을이라 쓰여 있는 비석이 이곳이 연꽃마을임을 알린다. 평일 오후, 마을은 조용하다.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고 밭을 가꾸는 주민 몇 사람만이 눈에 띈다. 비석을 지나 발길을 오른쪽으로 옮겨야 한다. 시를 써 놓은 팻말을 따라 걷는다. 팻말 앞에 한 번씩 서서 시를 읽으며 걷다 보면 어느새 길은 숲 속으로 이어진다.
어떻게 된 일인지, 숲 속이 마을보다 활기차다. 들어서자마자 종을 알 수 없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바로 옆, 위에서 들린다. 아직 땅을 덮고 있는 낙엽을 밟으며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종종 빽빽한 나무 너머로 대청호가 보인다. 숲과 호수, 울음소리로 존재를 알리는 새들 사이에서 혼자 걷는다. 시내에서 고작 차를 타고 30분 정도면 올 수 있는 곳인데, 도심과는 확연히 다른 풍광이 도심에서부터 달고 온 온갖 좋지 않은 상념을 잠시 지워 준다.
천천히 10분쯤 더 걸었을까. 걸어온 숲에서 벗어나, 가슴이 확 트이는 풍경을 마주한다. 대청호와 이를 감싸고 있는 산이 넓게 펼쳐졌다. 전망 데크 난간에 기대어 차근히, 빛나는 호수와 다양한 생명의 빛을 뽐내는 산의 모습을 마음에 담는다. 그리고 잠시 정자에 앉았다. 아무도 없다면, 슬며시 팔로 머리를 괴고 옆으로 누워 신선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느껴보면 좋겠다.
바람도 불지 않는 이곳에는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하다. 호수의 물결도 보이지 않고 나뭇가지도 흔들리지 않는다. 오랜 시간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고 이제, 정자 한쪽 옆의 황새 바위에 시선을 옮긴다. 큰 바위 몇 개는 아주 오랜 옛날, 대청댐으로 막힌 금강이 대청호를 만들기 전부터 이곳에서 긴 시간을 지켜봤을 것이다.
다시 마을로 돌아가는 길, 이제는 익숙한 숲길이 반긴다. 이렇게 다시 연꽃마을로 돌아가면, 넉넉잡아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돌아가는 길에는 붕어찜을 한 그릇 맛보는 것도 좋다. 연꽃마을 비석이 있는 쪽에서 오르막길로 쭉 올라가면 붕어찜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 샘골농장이 있다.
호수와 숲, 마을을 곁에 두고 걷는 이 길은 대청호 오백리길 4구간, 대청호반길 6-2코스의 일부다. 대청호를 둘러싸고 다양한 길이 안내되어 있지만, 걷는 사람이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