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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04호]잡지미래는 결국 구독자가 결정할 것이다.
“느리적거리다가 출발이 늦었습니다. 기다리지 마시고 점심 식사 먼저 하시지요. 저희는 휴게소에 들러 해결하겠습니다.”
“어디쯤이신데요? 거의 다 왔네요. 기다리고 있으니까, 점심은 여기 오셔서 하세요.”
전화를 받은 남신희 기자는 느리지만 단호한 어조로 ‘점심을 다른 곳에서 먹을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전라도닷컴 사람들은 그랬다. 멀리 대전에서 비슷한 생각으로 잡지를 만드는 이에게 가슴을 열어 주었다. 막내 동생에게 느낄 법한 짠한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이런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은 고스란히 그들의 잡지에 녹아 있었다. 골목 모퉁이에 자리한 전라도닷컴 사무실 앞에서, 첫눈 내리는 날 온 동네방네 뛰어다니는 강아지처럼 폴짝거렸다. 남신희 기자와 박갑철 기자가 대문 밖으로 나와 반갑게 손을 잡아 준다. 멀리 시집간 누이라도 만난듯 반갑다.
“어디쯤이신데요? 거의 다 왔네요. 기다리고 있으니까, 점심은 여기 오셔서 하세요.”
전화를 받은 남신희 기자는 느리지만 단호한 어조로 ‘점심을 다른 곳에서 먹을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전라도닷컴 사람들은 그랬다. 멀리 대전에서 비슷한 생각으로 잡지를 만드는 이에게 가슴을 열어 주었다. 막내 동생에게 느낄 법한 짠한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이런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은 고스란히 그들의 잡지에 녹아 있었다. 골목 모퉁이에 자리한 전라도닷컴 사무실 앞에서, 첫눈 내리는 날 온 동네방네 뛰어다니는 강아지처럼 폴짝거렸다. 남신희 기자와 박갑철 기자가 대문 밖으로 나와 반갑게 손을 잡아 준다. 멀리 시집간 누이라도 만난듯 반갑다.
대문 곁 작은 마당에는 봄에 꽃을 피운다는 춘백과 단풍나무, 산수유나무가 자리를 차지했다. 광주 대인시장 안 사무실에서 지금의 단독주택을 매입해 사무실을 꾸몄을 때, 남신희 기자와 박갑철 기자는 ‘원예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시간만 나면 그 조그만 마당에 쭈그리고 앉아 마당을 가꿨다. 들꽃을 좋아하는 독자가 계절마다 꽃을 피우라며 챙겨 준 식물을 가꾸는 것이 무척 신났던 모양이다.
36평 터에 2층으로 올라선 주택은 전라도닷컴 사무실로 무척 잘 어울렸다. 1층은 기자들과 사업본부 관계자가 사용했고 황풍년 편집장 사무실은 2층에 두었다. 2층 방 한 칸에는 작은 침대 하나를 들여놓았다.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묵어갈 수 있도록 했다. 사무실 곳곳에 많은 예술 작품이 있었지만 2층에 걸어둔 신양호 작가 작품이 유독 눈에 띄었다. 관심을 보이자 남신희 기자가 “작가를 만나 볼까요?”라고 말한다. 이때만 해도 그냥 하는 소리라 생각했다.
단독주택을 매입해 창호를 제외하고는 크게 손을 대지 않은 전라도닷컴 사무실은 무척 아늑했다. 사무실에 잡지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저도 혼자 가끔 생각해 보죠. 시대 상황을 보면, 스마트한 기기에 맞춰서 변화를 주어야 하는데, 이런 변화에 발 맞춰 가기에 지역이라는 한계가 있는 건지, 쉽지가 않더라고요. 여전히 책을 구독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홈페이지 데이터 접속량을 보면 꽤 높거든요. 근데 우리는 예전에 가지고 있던 시스템만 유지한 채 시대 변화에 대응을 못 하고 있는 거죠.”
36평 터에 2층으로 올라선 주택은 전라도닷컴 사무실로 무척 잘 어울렸다. 1층은 기자들과 사업본부 관계자가 사용했고 황풍년 편집장 사무실은 2층에 두었다. 2층 방 한 칸에는 작은 침대 하나를 들여놓았다.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묵어갈 수 있도록 했다. 사무실 곳곳에 많은 예술 작품이 있었지만 2층에 걸어둔 신양호 작가 작품이 유독 눈에 띄었다. 관심을 보이자 남신희 기자가 “작가를 만나 볼까요?”라고 말한다. 이때만 해도 그냥 하는 소리라 생각했다.
단독주택을 매입해 창호를 제외하고는 크게 손을 대지 않은 전라도닷컴 사무실은 무척 아늑했다. 사무실에 잡지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저도 혼자 가끔 생각해 보죠. 시대 상황을 보면, 스마트한 기기에 맞춰서 변화를 주어야 하는데, 이런 변화에 발 맞춰 가기에 지역이라는 한계가 있는 건지, 쉽지가 않더라고요. 여전히 책을 구독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홈페이지 데이터 접속량을 보면 꽤 높거든요. 근데 우리는 예전에 가지고 있던 시스템만 유지한 채 시대 변화에 대응을 못 하고 있는 거죠.”
사무실을 둘러본 후 오후 햇살이 들이치는 거실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다짜고짜 질문을 던졌고, 전라도닷컴에서 가장 어린 30대 중반의 박갑철 기자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역시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화두’였다. “대응에 관한 인식은 하고 있지만 모른 척하고 있지요. 우리 마음속에 숙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는데, 한 달 한 달 일하다 보면,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계속 미뤄 두고 있는 상태인 것 같아요. 근데, 우리가 너무 혁신이라는 것을 강요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마치 그것이 유일한 정답이거나 활로인 것처럼, 돌아봄 없이 다 수용해야 하는, 따라가지 못하면 열패감을 느껴야 하는 측면이 있지 않나 싶어요. 설혹 그것이 정답이라고 해도 자본이나 인력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실이 있으니까요. 어쩌면 우리 생존의 틈새는 또 다른 곳에 있지 않을까요?” 쟁반에 ‘튀김 소보로’를 잘라 내온 남신희 기자는 박갑철 기자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남신희 기자가 말하는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틈새로서 그 ‘또 다른 곳’이라는 말이 묘한 안도감과 흥분을 동시에 준다. 그곳이 설혹 이어도나 보물섬처럼 현재의 고통을 견디게 하는 착각일지라도 일단은 그러했다.
무척 길어진 점심시간을 보낸 후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고향인 순천 상가에 다녀온 황풍년 편집장과 외근을 마치고 돌아온 정일용 본부장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점심은 꼭 광주에 와서 함께해야 한다는 이유를, ‘굴비 정식’을 앞에 두고 이해했다. 미리 예약해 둔 식당이었다. 조금 늦은 점심식사 후 전라도닷컴 식구들은 우리를 ‘광주극장’으로 안내했다. 지난 호 전라도닷컴 특집 기사로 다룬 곳이었다.
80년 역사를 지닌 단관극장, 충장로 5가에 있는 그곳에서는 ‘스웨덴 영화제’가 열렸고 생각보다 많은 관객이 낡고 오래된 극장을 찾았다. 함께 간 기자는 영화 <삼거리극장>에 나온 그 극장을 닮았다며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맨 꼭대기 층에서 살포시 문을 열고 상영관 안으로 침입했다. 경사가 급한 관객석의 빨간색 좌석은 한없이 포근했다. 광주극장 상영관 안에서 80년이라는 시간은 관념이 아닌 실체로 존재했다.
광주극장에서 나온 우리는 충장로 가장 번화가로 스며들었다.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그곳에서, 어느 도시에서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쇼핑몰 건물로 들어섰다. 4층에 정말 그의 작업 공간이 있었다. 전라도닷컴 사무실에서 ‘신양호 작가를 만나러 가자!’라는 이야기가 빈말이 아니었다.
쇼핑몰 와이즈파크 충장로점인 그곳 4층에 ‘모타’라는 공간이 있었고 신 작가의 작업공간 겸 작품 판매 숍이 자리했다. 놀라운 건 이 쇼핑몰 4층 전체를 공방 겸 아트숍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신양호 작가가 총괄 기획 했고 목공예와 금속공예 칠공예 사진 회화 작가 등 10여 명이 이 공간에 입주했다. 임대료는 없고 작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만 냈다. 몇 해 전, 광주 대인시장 안에서 작업하고 작품을 판매하는 작가들을 만나면서 그 생경한 모습에 놀랐는데, 도심 한복판 쇼핑몰 4층에서 작가들의 작업과 작품 판매 공간 앞에서 또 한 번 놀랐다.
80년 역사를 지닌 단관극장, 충장로 5가에 있는 그곳에서는 ‘스웨덴 영화제’가 열렸고 생각보다 많은 관객이 낡고 오래된 극장을 찾았다. 함께 간 기자는 영화 <삼거리극장>에 나온 그 극장을 닮았다며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맨 꼭대기 층에서 살포시 문을 열고 상영관 안으로 침입했다. 경사가 급한 관객석의 빨간색 좌석은 한없이 포근했다. 광주극장 상영관 안에서 80년이라는 시간은 관념이 아닌 실체로 존재했다.
광주극장에서 나온 우리는 충장로 가장 번화가로 스며들었다.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그곳에서, 어느 도시에서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쇼핑몰 건물로 들어섰다. 4층에 정말 그의 작업 공간이 있었다. 전라도닷컴 사무실에서 ‘신양호 작가를 만나러 가자!’라는 이야기가 빈말이 아니었다.
쇼핑몰 와이즈파크 충장로점인 그곳 4층에 ‘모타’라는 공간이 있었고 신 작가의 작업공간 겸 작품 판매 숍이 자리했다. 놀라운 건 이 쇼핑몰 4층 전체를 공방 겸 아트숍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신양호 작가가 총괄 기획 했고 목공예와 금속공예 칠공예 사진 회화 작가 등 10여 명이 이 공간에 입주했다. 임대료는 없고 작품 판매에 따른 수수료만 냈다. 몇 해 전, 광주 대인시장 안에서 작업하고 작품을 판매하는 작가들을 만나면서 그 생경한 모습에 놀랐는데, 도심 한복판 쇼핑몰 4층에서 작가들의 작업과 작품 판매 공간 앞에서 또 한 번 놀랐다.
“결국은 독자가 결정할 문제겠지요. 어떤 사람이 이런 일을 이어 받고, 또 어떤 사람이 지금과 같은 이런 이야기를 의미 있게 생각하고 읽어 줄 것인가? 그게 관건이죠. 독자가 없으면 사라질 수밖에 없잖아요.”
‘잡지의 미래는 독자가 결정할 것이다.’ 예언처럼 들리는 전라도닷컴 황풍년 편집장의 말은 차분했지만 울림이 컸다. 침통했다. 최악의 상황이다. 정말 독자가 결정할 문제라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하다면 말이다.
물론, 황풍년 편집장은 모든 잡지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발행 형태가 달라지거나 독자의 선호에 따라 잡지를 만든다면 살아남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제로 했다.
행간에는 발간하는 주체의 고집만으로 만들어 내는 잡지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그것이 운 좋게 독자의 취향과 맞아 떨어지고 그 정도가 잡지 하나를 유지할 정도의 양을 유지한다면 미래를 확보할 수도 있겠다.
“독자는 읽는 사람인데, 요즘 독자는 많지 않아요. 견(見)자가 좀 있죠. 이렇게 보는 사람은 독자가 아니에요. 앞으로는 더 없을 것이라고 봐요. 정기간행물을 계속 읽어 내는 사람은 갈수록 희귀종일 수밖에 없어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죠. 사실 몸은 밥심, 정신은 책심이거든요. 기본 체력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읽어야 하는데….”
점점 더, 읽는 사람이 희귀한 시대라는 이야기다. 전라도닷컴에 관해 훈수를 두는 사람 대부분은 독자가 아닌 견자라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너무 어렵게 접근하지 말고, 지금처럼 빽빽하게 글을 너무 많이 싣는 것보다는 시원한 사진을 배열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조언은 전라도닷컴에도 쏟아지는 모양이다. 이것도 동시대성인지 모르겠다. 이들이 향후 잡지의 미래를 결정할 ‘독자’임에는 틀림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잡지 말고도 접할 수 있는 미디어가 워낙 다양하다. 같은 파이를 더 많은 조각으로 나눌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잡지 경쟁력은 이미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사실 잡지 한 권 가격과 커피 한 잔 가격은 비슷하죠. 한 달에 커피값으로 지출하는 것을 합하면 사실 커피에 쓰는 비용이 훨씬 많죠. 그런데 부담이 있나 봐요. 커피는 값을 지불하고 마셔 버리면 끝나는데, 매월 집으로 오는 잡지는 발끝에 채이며 계속 부담을 주는 거죠.”
언젠가 잡지 구독 권유를 뿌리치던 한 지인이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정기간행물은 숙제를 받는 것처럼 부담스럽다고 말이다. 이번에 배달되어 온 잡지를 다 읽지도 못했는데, 다음 호 잡지가 배달되었을 때 ‘압박감’이 엄청난 스트레스라는 얘기였다. 황 편집장의 말을 들으며 그 순간이 떠올랐다. 잡지가 지닌 정기적 반복성은 다른 매체의 능동적 자기 선택성과 비교할 때 극복해야 할 약점이었다.
편집장으로서 잡지 콘텐츠에 관한 부분을 책임지는 것 외에도 발행인으로서 경영에 관한 책임도 함께 지고 있는 황 편집장은 자기 반성을 함께 내놓았다. 월간 토마토에도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는 자기 고백이었다.
“우리가 잡지를 만드는 데 들이는 에너지와 파는 것에 들이는 에너지가 불균형을 이뤄요. 내가 해야 할 일인데, 못하고 있어요. 우리가 창간한 지 15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우리 잡지를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처음에는 답답했어요. ‘아니, 어떻게 우리 잡지를 모를 수가 있지!’ 그들의 문제로 치부했죠.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우리 문제더라고요. ‘15년 동안 도대체 무얼 했기에 아직도 우리 잡지를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거지.’ 먹물들이 이런 걸 잘 못해요. 우리 조직 안에 잡지 판매를 연구하고 몰두할 단위가 필요한데 없는 거예요.”
잡지사도 사업체라는 본질적 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잡지를 판매하고 광고를 판매하는 것에, 최소한 잡지를 발행하는 데 들이는 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다양한 제약 조건은 있다. 당장 잡지를 발행하는 데 투여하여야 할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에 재정을 집중하면 홍보 마케팅에 투여할 자원이 궁하다. 핑계 같지도 않은 핑계이긴 하다.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시작하지 말거나, 적자가 누적되기 전에 명확하게 판단해 접는 것이 사업의 원칙이다. 영업 마케팅에 최적화되지 못한 ‘먹물’의 속성이 아니라, 안되는 사업을 하겠다며 붙들고 있는 사업가답지 못한 속성이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접지 않고 계속 발행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하거나, 수입 빼기 지출이 0 이상을 유지할 수 있는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원칙’과 ‘고집(아집)’, ‘당위성’만 붙들고 있는 그런 성향 말이다.
‘잡지의 미래는 독자가 결정할 것이다.’ 예언처럼 들리는 전라도닷컴 황풍년 편집장의 말은 차분했지만 울림이 컸다. 침통했다. 최악의 상황이다. 정말 독자가 결정할 문제라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하다면 말이다.
물론, 황풍년 편집장은 모든 잡지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발행 형태가 달라지거나 독자의 선호에 따라 잡지를 만든다면 살아남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제로 했다.
행간에는 발간하는 주체의 고집만으로 만들어 내는 잡지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그것이 운 좋게 독자의 취향과 맞아 떨어지고 그 정도가 잡지 하나를 유지할 정도의 양을 유지한다면 미래를 확보할 수도 있겠다.
“독자는 읽는 사람인데, 요즘 독자는 많지 않아요. 견(見)자가 좀 있죠. 이렇게 보는 사람은 독자가 아니에요. 앞으로는 더 없을 것이라고 봐요. 정기간행물을 계속 읽어 내는 사람은 갈수록 희귀종일 수밖에 없어요.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죠. 사실 몸은 밥심, 정신은 책심이거든요. 기본 체력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읽어야 하는데….”
점점 더, 읽는 사람이 희귀한 시대라는 이야기다. 전라도닷컴에 관해 훈수를 두는 사람 대부분은 독자가 아닌 견자라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너무 어렵게 접근하지 말고, 지금처럼 빽빽하게 글을 너무 많이 싣는 것보다는 시원한 사진을 배열하는 것이 좋겠다.’라는 조언은 전라도닷컴에도 쏟아지는 모양이다. 이것도 동시대성인지 모르겠다. 이들이 향후 잡지의 미래를 결정할 ‘독자’임에는 틀림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잡지 말고도 접할 수 있는 미디어가 워낙 다양하다. 같은 파이를 더 많은 조각으로 나눌 수밖에 없는 구조이고 잡지 경쟁력은 이미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사실 잡지 한 권 가격과 커피 한 잔 가격은 비슷하죠. 한 달에 커피값으로 지출하는 것을 합하면 사실 커피에 쓰는 비용이 훨씬 많죠. 그런데 부담이 있나 봐요. 커피는 값을 지불하고 마셔 버리면 끝나는데, 매월 집으로 오는 잡지는 발끝에 채이며 계속 부담을 주는 거죠.”
언젠가 잡지 구독 권유를 뿌리치던 한 지인이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정기간행물은 숙제를 받는 것처럼 부담스럽다고 말이다. 이번에 배달되어 온 잡지를 다 읽지도 못했는데, 다음 호 잡지가 배달되었을 때 ‘압박감’이 엄청난 스트레스라는 얘기였다. 황 편집장의 말을 들으며 그 순간이 떠올랐다. 잡지가 지닌 정기적 반복성은 다른 매체의 능동적 자기 선택성과 비교할 때 극복해야 할 약점이었다.
편집장으로서 잡지 콘텐츠에 관한 부분을 책임지는 것 외에도 발행인으로서 경영에 관한 책임도 함께 지고 있는 황 편집장은 자기 반성을 함께 내놓았다. 월간 토마토에도 고스란히 적용할 수 있는 자기 고백이었다.
“우리가 잡지를 만드는 데 들이는 에너지와 파는 것에 들이는 에너지가 불균형을 이뤄요. 내가 해야 할 일인데, 못하고 있어요. 우리가 창간한 지 15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우리 잡지를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처음에는 답답했어요. ‘아니, 어떻게 우리 잡지를 모를 수가 있지!’ 그들의 문제로 치부했죠.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우리 문제더라고요. ‘15년 동안 도대체 무얼 했기에 아직도 우리 잡지를 모르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거지.’ 먹물들이 이런 걸 잘 못해요. 우리 조직 안에 잡지 판매를 연구하고 몰두할 단위가 필요한데 없는 거예요.”
잡지사도 사업체라는 본질적 속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잡지를 판매하고 광고를 판매하는 것에, 최소한 잡지를 발행하는 데 들이는 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다양한 제약 조건은 있다. 당장 잡지를 발행하는 데 투여하여야 할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에 재정을 집중하면 홍보 마케팅에 투여할 자원이 궁하다. 핑계 같지도 않은 핑계이긴 하다.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시작하지 말거나, 적자가 누적되기 전에 명확하게 판단해 접는 것이 사업의 원칙이다. 영업 마케팅에 최적화되지 못한 ‘먹물’의 속성이 아니라, 안되는 사업을 하겠다며 붙들고 있는 사업가답지 못한 속성이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접지 않고 계속 발행해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하거나, 수입 빼기 지출이 0 이상을 유지할 수 있는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데 ‘원칙’과 ‘고집(아집)’, ‘당위성’만 붙들고 있는 그런 성향 말이다.
“우리는 독자랑 같이 늙어 죽자, 그런 생각을 하는데, 그래도 이런 일에 재미를 붙이고 재능이 있는 젊은 친구가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기다리고 있어요.”
창간해, 독자와 함께 늙어 가다 소멸하는 잡지의 일생도 그리 불행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심지어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전라도닷컴은 전라도말 그대로를 살려 기사를 쓴다. 지역과 지역 사람을 향한 애정과 이를 뒷받침해 줄 열정이 없다면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잡지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전라도닷컴의 미래도 물었다. 창간 때부터 황 편집장 옆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남인희, 남신희 기자의 뒤를 이어 줄 기자가 현재는 없다.
전라도닷컴의 전라도말로 기사쓰기나 콘텐츠 철학이 취재기자를 지망하는 다음 세대에게는 버거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지역성에 기반을 두고 지역 사람과 그 사람이 당대에 만들어 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전라도닷컴의 철학 말이다.
“우리 잡지가 처한 독특한 상황 중 하나가 취재원과 독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취재원은 문자를 해독하지 못하는 할머니들이에요. 고정 독자가 되거나 잡지를 구매하기 어려운 분들이지요. 독자 확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한 번이라도 취재하면 소속감 내지는 결속력, 친근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잖아요. 저희 잡지를 좋아하고 자주 보는데, 잡지에 한 번도 등장하지 못한 사람이 많거든요. 사무실을 광주에 두고 독자도 광주에 가장 많은데, 우리가 다루는 내용은 사실 광주 외 지역이 훨씬 많아요. 작은 마을, 섬, 시골 장터 등에서 만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다루니까요. 그래서 ‘역차별 한다’라는 불만도 많아요. 이번호 특집으로 다룬 광주극장은 오랜만에 광주광역시 안에 있는 내용을 다룬 것이었어요. 호평을 받았지요. 새로운 고민을 안겨 준 계기였어요.”
남신희 기자는 전라도닷컴이 처한 또다른 고민지점을 풀어 놓았다. 취재원과 독자의 불일치는 내용적인 면에서 ‘문제’로 삼을 필요는 없겠지만 독자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걸림돌일 수 있겠다. 전라도닷컴의 콘텐츠는 우리가 올해 오마주로 삼은 <뿌리깊은나무>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 뿌리깊은나무가 세상에 존재했던 당대, 취재원과 독자의 불일치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시대는 변했고 인류가 갈망하는 ‘이야기’를 제공하는 분야와 매체는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새로운 인류의 취향에 잘 맞아떨어지는 세련된 형태로 말이다.
“전라도닷컴은 오랫동안 전라도 사람을 기록한 잡지입니다. 당대의 기록이지요. 우리가 가진 것이 잡지로 끝나 버리기 보다는 공간에서 펼쳐 보여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어, ‘빗자루’를 기획했다면 사진과 얽힌 이야기가 결국은 사라져 가는 것이니까전시할 수 있는 하나의 주제가 될 수 있는 거죠. 이미 우리가 진행한 특집 기획이 160회를 넘었으니 충분한 전시 콘텐츠가 있어요.”
종이 위에 인쇄한 당대의 기록을 손에 잡히는 공간을 확보해 차근차근 풀어 놓겠다는 계획이다. 뿌리깊은나무가 순천에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우리와 소통하는 것처럼 말이다. 월간 토마토가 창고에 쌓아놓은 콘텐츠 중에 공간 안에 펼쳐 놓을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관통하는 철학과 색깔, 일관성 있는 흐름 없이, 온통 뒤죽박죽이다.
창간해, 독자와 함께 늙어 가다 소멸하는 잡지의 일생도 그리 불행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심지어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전라도닷컴은 전라도말 그대로를 살려 기사를 쓴다. 지역과 지역 사람을 향한 애정과 이를 뒷받침해 줄 열정이 없다면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잡지의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전라도닷컴의 미래도 물었다. 창간 때부터 황 편집장 옆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남인희, 남신희 기자의 뒤를 이어 줄 기자가 현재는 없다.
전라도닷컴의 전라도말로 기사쓰기나 콘텐츠 철학이 취재기자를 지망하는 다음 세대에게는 버거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지역성에 기반을 두고 지역 사람과 그 사람이 당대에 만들어 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전라도닷컴의 철학 말이다.
“우리 잡지가 처한 독특한 상황 중 하나가 취재원과 독자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우리가 만나는 대부분의 취재원은 문자를 해독하지 못하는 할머니들이에요. 고정 독자가 되거나 잡지를 구매하기 어려운 분들이지요. 독자 확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한 번이라도 취재하면 소속감 내지는 결속력, 친근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잖아요. 저희 잡지를 좋아하고 자주 보는데, 잡지에 한 번도 등장하지 못한 사람이 많거든요. 사무실을 광주에 두고 독자도 광주에 가장 많은데, 우리가 다루는 내용은 사실 광주 외 지역이 훨씬 많아요. 작은 마을, 섬, 시골 장터 등에서 만나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다루니까요. 그래서 ‘역차별 한다’라는 불만도 많아요. 이번호 특집으로 다룬 광주극장은 오랜만에 광주광역시 안에 있는 내용을 다룬 것이었어요. 호평을 받았지요. 새로운 고민을 안겨 준 계기였어요.”
남신희 기자는 전라도닷컴이 처한 또다른 고민지점을 풀어 놓았다. 취재원과 독자의 불일치는 내용적인 면에서 ‘문제’로 삼을 필요는 없겠지만 독자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걸림돌일 수 있겠다. 전라도닷컴의 콘텐츠는 우리가 올해 오마주로 삼은 <뿌리깊은나무>의 그것과 많이 닮았다. 뿌리깊은나무가 세상에 존재했던 당대, 취재원과 독자의 불일치는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시대는 변했고 인류가 갈망하는 ‘이야기’를 제공하는 분야와 매체는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새로운 인류의 취향에 잘 맞아떨어지는 세련된 형태로 말이다.
“전라도닷컴은 오랫동안 전라도 사람을 기록한 잡지입니다. 당대의 기록이지요. 우리가 가진 것이 잡지로 끝나 버리기 보다는 공간에서 펼쳐 보여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어, ‘빗자루’를 기획했다면 사진과 얽힌 이야기가 결국은 사라져 가는 것이니까전시할 수 있는 하나의 주제가 될 수 있는 거죠. 이미 우리가 진행한 특집 기획이 160회를 넘었으니 충분한 전시 콘텐츠가 있어요.”
종이 위에 인쇄한 당대의 기록을 손에 잡히는 공간을 확보해 차근차근 풀어 놓겠다는 계획이다. 뿌리깊은나무가 순천에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우리와 소통하는 것처럼 말이다. 월간 토마토가 창고에 쌓아놓은 콘텐츠 중에 공간 안에 펼쳐 놓을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관통하는 철학과 색깔, 일관성 있는 흐름 없이, 온통 뒤죽박죽이다.
글 이용원(yoleew@naver.com)